[커버스토리] ① 인형뽑기방, 놀이인가? 사행성 게임인가?
[커버스토리] ① 인형뽑기방, 놀이인가? 사행성 게임인가?
‘벼랑 끝’ 인형 뽑기 방 - 불법과 현실 사이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7.04.06 05: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으레 보이는 곳이 있다. 1년 전만 해도 분명 생소했던 곳인데 지금은 몇 발짝만 옮기면 보이는 그곳, 바로 인형뽑기방이다.
인형뽑기방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사람들이 몰리는 번화가마다 인형뽑기방이 한 두 개쯤은 우습게 보인다. 서울 건대입구역 1번 출구 앞은 아예 ‘인형뽑기 거리’로 불릴 정도로 10곳 이상의 인형뽑기방이 길게 늘어서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집계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단 21곳에 불과했던 인형뽑기방이 지난 2월 말에는 1433곳으로 늘었다. 1년여 만에 70배 가까이 급증한 것. 그야말로 ‘우후죽순, 너도나도’식으로 생겨난 것이다.
일부 심리학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불황에 따른 불안심리가 작용해 시민들의 자존감이 낮아져 있다. 인형뽑기를 비롯한 게임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이를 통해 성취감을 얻으면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런 인형뽑기방이 최근 ‘불법 덩어리’라는 오명을 달게 됐다. ‘청소년 일탈의 장소가 된다’, ‘새로운 사행성 게임문화를 조장한다’, ‘불법 영업이 팽배하다’는 오해를 받고 있는 인형뽑기방. 업자들은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토로한다. 인형뽑기방, 하나의 문화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불법 덩어리의 사행성 게임일까?

 

10년 전 규정 때문에… 하루 아침에 단속 대상 전락 
‘벼랑 끝’ 인형 뽑기 방 - 불법과 현실 사이

대전 둔산동에서 인형뽑기방을 운영하고 있는 강 모(32)씨. 대전의 도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뽑기방 중 한 곳의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강 씨는 올해 초,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작은 기대를 품고 둔산동에 총 24대의 인형뽑기 기계를 놓고 장사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기에 개업 초에는 제법 쏠쏠하게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월 초 대전에서 불과 2시간만에 수백개의 인형을 싹쓸이해 간 일명 ‘경산BMW’ 사건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런데 문제가 됐던 인형뽑기방의 업주의 말 한 마디로 국민적 사랑을 받던 인형뽑기방이 한 순간에 사기방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강 씨는 “사람 말이란 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고 하는데 그 때 일로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싹쓸이 사건이 공개될 당시 ‘30번에 1번 꼴로 인형이 뽑히도록 기계를 설정돼 있기 때문에 2시간만에 그 많은 인형을 뽑기 어렵다’고 언론의 보도가 화근이었다. 마치 도박처럼 인형뽑기에도 뽑을 확률이 정해져 있다는 것처럼 와전된 것이다.

강 씨는 “사실과 전혀 다른 부분”이라며 “일부 언론에서는 이미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몇차례 보도한 바 있다. 30번 중 1번만 ‘뽑히게’ 해놓은 것이 아니고 30번에 1번은 ‘뽑기 쉽게’ 보너스를 주는 것”이라며 “경산BMW가 짧은 시간에 싹쓸이한 것은 그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형뽑기 기계에는 확률을 설정하는 기능이 없다. 혹시라도 확률을 설정할 수 있는 인형뽑기 게임기가 있다면 청소년게임진흥법에 위반돼 허가 자체가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너스와 확률, 이 두 단어의 경계가 상당히 모호하기 때문에 기사로만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로서는 그동안 속았다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개념인 것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경산BMW’를 직접 만나 나눈 이야기도 들려줬다.

강 씨는 “경산BMW는 수년 간 인형뽑기를 하면서 기계의 특성을 파악했고 입구 주변으로 인형을 쌓아 밀어서 떨어뜨리는 방법을 이용했다”며 “그가 당시 인형뽑기로 60여만 원을 썼고 총 120여 개의 인형을 뽑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산BMW와 같은 노하우를 가진 손님들이 싹쓸이해가면 업자들 입장에서는 손해지만 그것이 범죄가 아닐 뿐더러 정당하게 인형을 가져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무랄 수 없는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와같이 사실과는 다른 오해로 인해 뽑기방이 도박장 취급을 받게 되면서 손님이 발길이 끊기기 시작했고 지난달 23일부터 청소년 일탈 문제와 경품 금액 규정을 어겨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구청과 경찰이 집중 단속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이럴거면 영업 허가 자체를 내주지 말았어야 한다는 게 강 씨의 주장이다.

게임산업진흥법에관한법률 시행령 제16조의2(경품의 종류 등)에서는 경품 금액을 소비자판매가격 5000원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0년도 더 전에 규정된 것으로, 현재 물가 상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 씨는 “애초에 경품 금액 제한은 10여 년 전 사회적 이슈가 됐던 도박 게임기 ‘바다이야기’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규정으로 알고 있다”며 “강산도 바뀌는 시간동안 물가상승분이 얼마인데 지금까지도 이를 불법의 기준으로 삼고 있느냐”며 반발했다.

이어 “하다못해 가방고리에 연결하는 작은 인형도 인터넷 최저가가 5000원이 넘는다. 시중에서 5000원짜리 인형은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구한다고 해도 짝퉁”이라며 “저작권법에 위반되는 인형이라 이마저도 불법이다. 정품 인형 제공해도 불법이고 짝퉁을 넣어도 불법이다. 규정 자체가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도 “청소년게임시설이기 때문에 실내조명은 40룩스 이상으로, 외부에서 내부가 전부 보일 수 있도록 전면 유리창 설치, 청소년 출입시간 및 영업시간의 제한까지 도대체 어느 부분이 청소년 일탈 문제를 야기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주말이면 아이 손 붙잡고 찾는 가족단위 방문객에 상당히 많다. 하나의 여가활동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청소년 문제를 비롯해 경품 금액으로 사행성을 조장한다며 뽑기방을 폄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강 씨의 인형뽑기방 매출은 창업 초기 매출의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월세조차 빚을 져서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강 씨는 “매출이 반토막에서 그쳤으면 월세라도 낼 수 있는데 지금은 가게를 열어도 빚을 내서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고 문을 닫으면 그마저도 벌지 못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나영 2017-05-23 18:55:29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게임과 온라인 게임과의 구분이 필요하다. 영화와 포르노가 구분되는것 처럼.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