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어머니 재혼 때문에 갈등이 심해요
[어르신 고민 Q&A] 어머니 재혼 때문에 갈등이 심해요
  • 임춘식
  • 승인 2017.04.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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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요새 황혼 이혼도 많지만 황혼 재혼도 가끔씩 봅니다. 근데 울 어머니(75)에게 홀로 사시는 남자(76) 애인이 생기셨답니다. 아버지와 사별하신지 근 10년 만에 생긴 일입니다. 노인복지관에서 만났구요. 듣자 하지 사실혼 관계인 듯 두 분은 서로 좋아하시는데 아니 동거, 재혼을 은근히 바라고 계십니다. 그러나 울 4남매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생이 얼마 남지 않은 늘그막에 황혼 재혼이 바람직할까요? 인생을 정리해야 할 시점에 뭔가 복잡한 관계(본인들 외)를 왜 새로 만드느냐 하는 것이죠. 재혼하지 않고 그냥 친구처럼 연인처럼 사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대전, 여 49)

A. 황혼기의 재혼은 가족 즉 자녀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망 시 재산 분할 상속 문제와 재혼한 사람을 아버지라고 불러야 되는 난제 등 이미 성인이 된 자녀에게 주어진 과제로는 감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재혼보단 그냥 아는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분이 진정 원하신다면 재혼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서로가 진정 사랑해서 원한다면 자녀들의 동의가 바랍직합니다. 황혼에 서로가 서로만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요? 재혼에 관해 서로의 생각이 일치 한다면 조력해 주는 것이 자녀들의 도리일 수 도 있습니다. 괜한 후회를 남기는 것 보다 마음 편하게 황혼을 보낼 수 있도록 해드리는 방법도 효행입니다.

외국에서는 그 나이대 분들이 재혼을 하는 경우도 많고 그냥 형식적인 절차 없이 동거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무래도 형식적인 절차라도 밟는 것이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는 기분도 들고 축복 속에서 당당히 노후생활을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황혼 재혼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혼은 가부장적 제도에 얽혀 혹자들은 제반 문제로 반대하는 자녀들이 대부분입니다. 이기심을 모두 버리고 나를 낳아 손발이 다닳도록 뒷바라지 하여 길러 준 어머니를 측은한 마음으로만 생각해 본다면 황혼 재혼을 반대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제 우리 사회도 수명이 연장되면서 황혼 재혼도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50대에 홀로되시면 적어도 30년 이상, 60대는 20년 이상을 혼자 살아야 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입니다.

황혼기에 홀로되어 재혼하는 부부는 종종 자신이 누구이고 그들이 관계에서 원하는 것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과 사려 깊은 몸짓, 아침에는 식탁에서 차나 커피를 함께 마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황혼기 커플은 인생의 경륜에서 얻어진 삶의 지혜를 통해 남은 생애동안 또 다른 모험에 함께 할 것입니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이성을 원하는 욕구가 있다는 걸 이해하고, 본인 스스로도 살아있기 때문에 생기는 욕구를 숨기지 않는, 그래서 황혼 재혼을 인식하는 공감대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진국에서 노혼은 이미 하나의 노인복지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부부 간 성생활은 물론 노년을 함께 보낼 ‘벗’으로서 서로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 개봉됐던 영화 ‘죽어도 좋아’는 각자 배우자와 사별하고 홀로 살던 73세 할아버지와 71세 할머니가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고 동거를 하는 내용입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는 인생의 황혼기에 외짝이 된 이들은 허전함을 느끼고 이성에 대해 관심도 많지만 자녀들은 물론이고 사회가 이들의 외로움을 너무 몰라준다고 호소합니다.

또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는 황혼 로맨스가 줄거리의 한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관심 밖에 있는 노년층의 사랑을 비록 작품 속에서이지만 관심 영역으로 끌어 들이면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습니다.

요즘  ‘80대 재혼’이 더 이상 깜짝 뉴스가 아닙니다. 노인들도 20대 못지않은 정열과 희망을 갖고 인생 이모작의 핑크빛 삶을 설계하는 것이 붐이기 때문입니다. 생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황혼 재혼은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삶의 한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초고령 사회에서는 결혼 적령기 미혼 중 과반수가 평균 수명이 100세 정도 되면 2회 이상 결혼을 할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는 앞으로 재혼이 결혼의 한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평균수명’과 관련된 재혼의 모습은 자연히 '황혼 재혼'의 형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60청춘 90회갑’이라는 말처럼 인생의 황혼에서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새 반쪽을 찾는 황혼 재혼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단 한 사람’의 남편으로서 또 아내로서의 “평생의 반려자”라는 말은 이미 옛말로 밀려날지도 모릅니다.

거기에다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되찾고자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황혼 이혼’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젊은이나 중년의 재혼만큼이나 ‘실버세대의 재혼’도 앞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입니다.

대부분의 인간은 남을 사랑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과거에는 노인들이 재혼을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제 그들은 취미를 공유 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동반자를 찾고 있습니다. 황혼 재혼은 수명연장과 더불어 우리가 함께 관심을 갖고 받아들여야할 중요한 과제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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