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신뢰(信賴), 우리사회 적폐를 발라내고 긁어내는 힘
[시사프리즘] 신뢰(信賴), 우리사회 적폐를 발라내고 긁어내는 힘
  • 강영환
  • 승인 2017.04.10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굿모닝충청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잘못된 적폐(積弊)를 바로잡지 못하고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너무도 한스럽다.” 2014년 4월 29일 박근혜전대통령의 세월호참사에 대한 대국민사과문이다. 최근 1073일을 물속에 있던 적폐의 상징 세월호가 인양되었다. 동시에 적폐를 말했던 박전대통령은 구속되고 수의를 입었다. 박전대통령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되어 또 다른 적폐의 상징이 되고, ‘적폐청산’은 대선의 화두가 되었다.

적폐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 정의한다. 필자는 이에 살을 더해 ‘나쁜 관행이 고착화되고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전 국민의 생활과 국가경제의 성장에 피해를 주는 의식적ㆍ무의식적으로 반복되는 부패 행위’라 정의한다. 그리고 우리사회, 적폐는 분명히 존재하고 이념을 떠나서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적폐는 역사적으로도 뿌리가 깊고 구조적으로도 숨겨져 있어서 제거하기에 매우 끈질기다. 그래서 필자는 늘 싸움만 하는 정치권이 주장하는 ‘씻어낸다’ 수준의 청산(淸算)이 아니라 ‘뼈를 발라내고 긁어낸다’는 의미의 척결(剔抉)이 더 맞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적폐는 척결되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ㆍ사고가 일상화되는 현상을 조속하게 차단해서 사회적 불만과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사회전반에 걸쳐 국가혁신과 제2의 도약을 위한 펀더멘털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적폐는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필자는 2가지에 주목한다. 하나는 산업화과정에서 발생한 적폐다. 대한민국의 초고성장엔 국가가 상당부분 역할을 했다. 국가주도 경제는 경제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핵심이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선진국을 단기간에 따라잡기 전략(catch-up strategy)을 위해서 사명감이 높은 엘리트 관료의 역할이 핵심 동력이다. 이런 국가주도 압축성장은 일부 평가절하되기도 하지만 오늘의 대한민국의 부를 축적한 공로가 있음을 국내외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료집단은 국가주도 압축성장에 핵심요소이며 필요악이었다. 이 과정에서 양산된 규제는 오늘날엔 관료들의 권력화와 함께 그들만의 배타적이고 부패한 리그를 유지하는 도구로 전락, 시장경제 효율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관료의 비대화는 규제만들기를 통해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각종 규제들을 주무르고 관리하는 관료집단과 이들과 유착한 기업 등 시장엘리트들은 화이트칼라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 그것이 최순실게이트를 만들고, 세월호사태를 만들었다.

다른 하나는 민주화과정에서 발생한 정치적 적폐이다. 억압된 사회에서 벗어나 민주화 열풍으로 시작된 다양한 집단들의 목소리는 부작용으로 소위 ‘떼법’이라는 악습을 낳고 정착시켰다. 떼법은 법치주의에 의해 운영되는 민주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를 묵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1987년이후 불법의 묵인화 현상에 편승해서 일부 세력들은 사회를 양극화된 정치 스펙트럼으로 분열시켜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켜왔다. 정치적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국가경쟁력은 하락하고 있다. 탄핵정국을 거치며 분노하고 슬퍼하고 걱정하며 참여한 순수한 촛불과 태극기 뒤에 반국가적, 반법치적 이념으로 무장한 떼법무리가 정치권의 부추김 하에 우리사회를 더욱 대립과 반목의 대결장으로 만들었다.

적폐척결을 위해선 국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대통령선거전에서 적폐를 세력 규합을 위한 도구로 쓰고 있다. 적폐척결은 피아를 구분해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피아간 신뢰를 회복하는 길로 가야 한다. 학자들은 신뢰를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라고도 부른다. 이런 관점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간의 신뢰를 개인의 행위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이 갖고 있는 신뢰라는 것을 사회 전체가 수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적폐척결은 무엇보다 사회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제거하고, 사회자본을 키워 중진국 함정에 잡혀있는 대한민국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선제조건이다. 사회자본으로서의 신뢰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사회에서의 사회구성원들은 신뢰의 범위가 매우 협소하여 자신의 가족과 개인적으로 친한 지인을 중심으로 신뢰가 작동된다. 즉 패거리집단이 쉽게 용인되고 확산된다. 그 패거리가 적폐를 만들고, 권력을 향했을 때 제2의 최순실을 만든다. 

신뢰를 향상시키기 위해선 공정한 사회ㆍ경제ㆍ정치제도의 확립이 매우 중요하다. 사회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제도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믿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는 이런 사회구성과 유지의 기본적인 전제에 만족하거나 동의를 보이고 있지 않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왕지사 적폐척결을 말했을 때 대통령후보들은 말로만 떠드는 적폐척결이 아니라, 자신이 꿈꾸는 공정한 사회ㆍ경제ㆍ정치제도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진영논리가 매우 강하다. 서로간의 불신은 합리적 타협을 가로 막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가 항상 싸움만 보여준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통합을 이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형태든 연정은 필연적이다. ‘함께 하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권력을 나누어야 한다. 대통령의 절대적인 힘이 또 다른 적폐의 씨를 뿌리고, 불행한 결과를 낳고 있다. 분권형 개헌이 필연적이며, 이를 대통령후보들은 약속해야 한다.

적폐척결은 과거의 문제를 완전히 죽여 없애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제거하려는 목적으로 하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미래를 향해 새롭게 뼈를 발라내고 긁어내어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타협하면서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다. 발라내고 긁어내는 힘은 신뢰에서 나와야 한다. 국민의 믿음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