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 연극의 산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 연극의 산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인가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53) 가톨릭문화회관 공연무대 사라질 위기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4.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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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대전 원도심에 있는 가톨릭문화회관의 아트홀이 지난 4월 2일 공연을 끝으로 기약없는 문을 닫았다. 그동안은 공연기획사 아신아트컴퍼니가 임대 계약을 연장하면서 극장무대를 지켜왔지만, 더 이상 연장계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건물의 주인은 대흥동성당이다. 어떻게 활용이 될지 이런 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자칫 역사적인 공연장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른다.  

가톨릭문화회관의 중흥기

대전의 소극장운동은 대흥동에서 시작되었다. 1971년 300석 규모의 가톨릭문화회관 개관은 대전연극의 대흥동시대를 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이 극장의 등장은 대학 강당과 아카데미극장나 대전극장 같은 영화관에서 공연을 하던 연극인들에게는 단비와도 같았다. 연극인들 뿐만 아니라 연극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공간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의미를 갖게됐다. 가톨릭문화회관을 중심으로 한 공연활동은 소극장들이 등장할 때 까지 연극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1970년대 가톨릭문화회관의 등장은 대전연극의 대흥동시대를 여는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예술문회단체 총연합회 대전광역시 연합회 50년사”의 내용을 보면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1972년도부터 시작된 대학 연극동아리를 살펴보면 충남대 <시나브로극회> 숭전대<청림극회> 목원대 <목산극회> 대전실업전문대 <동아극회> 대전여자초급대학 <동아리극회> 대전공업전문대학 <현암극회> 등이 생겨났다. 이뿐만 아니라 각 대학의 문과대학에서도 학술적인 차원에서 각 학과 성격에 따라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국문과에서는 우리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마당놀이를 중심으로 한 전통극을 계승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영문과에서는 세익스피어의 작품을 독문과에서는 독일작가의 작품을 올리는 식으로 대학에서의 연극활동이 활발하게 시작되었다.”

이처럼 대학극의 부활은 전공교수들의 학문적 지원과 대학당국으로부터의 재정적 지원 그리고 기본적인 관객동원 등으로 인해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이 같은 대학극의 중흥은 훗날 대전연극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데 그것은 대학극 동아리 출신들이 대전연극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톨릭문화회관이 지역 연극발전에 기여한 바는 상당하다.
가톨릭문화회관에서는 지역극단들의 작품이 올려지기도 했지만 서울에서 히트한 작품들의 전국순회 공연시 빠지지 않고 올려졌다. 대전하면 가톨릭문화회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서울에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연극작품들의 순회무대로도 적격이었다. 몇몇 작품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에쿠우스라는 작품이 대중들에게 각인된 것은 1975년 9월 서울에 있는 극단 실험극장의 소극장 개막 공연에서다. 당시 개관작품이 피터쉐퍼의 작품인 <에쿠우스>였다,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배우 강태기는 예민한 감성을 지닌 알런역을 맡아 관객에게 지울 수 없는 이미지를 남겼다. 이후 같은 역에 송승환(1980년), 최재성(1985년), 최민식(1990), 조재현(1991) 등이 거쳐갔다. 우리나라 대표 남자배우들이 거쳐젼 배역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는데, 강태기가 알런역을 맡았던 시기에 가톨릭문회회관에서도 순회공연이 이뤄졌다.

국내 최초 관객 1만 명 돌파, 최초 6개월 연속 공연, 최초 예매제도 도입 등의 기록을 세우며 소극장 운동의 시발점이 된 연극 '에쿠우스' 의 진면목을 대전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던 것도 가톡릭문화회관이라는 공연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작품은 2010년대 들어서도 재해석되면서 여전히 작품성과 실험성있는 고전적인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가톨릭문화회관에서 올린 작품 가운데 여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빨간피터의 고백’이다. 모노드라마 연기의 대가로 칭송받는 추송웅씨가 카프카의 단편 ‘어느 학술원에 제출된 보고’를 각색한 모노드라마 ‘빨간 피터의 고백’을 기획해 제작·연출·연기·장치까지 1인5역을 맡았다. 이 작품 역시 대히트를 기록했다. 8년간 500회가 넘게 무대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그 인기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유명한 공연이나 문학의 밤 같은 행사가 열리는 날 저녁이면 가톨릭문화회관 주변은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공연의 여운이 아쉬운 사람들은 건물 바로 옆 지하 가배다방이나 브라암스 같은 찻집에서 정취를 달랬다. 지금은 추억의 앨범속에 남아있는 풍경들이다.

아신, 가톨릭문화회관의 추억을 이어오다

한때 대전문화예술의 1번지로 각광을 받던 가톨릭문화회관도 세월의 흐름을 견뎌내기 쉽지 않았다. 둔산에 신도시가 생겨나면서 원도심은 서서히 위축되기 시작했다. 또한 다양한 소극장이 들어서면서 그 위세가 점점 기울었다. 가톨릭문화회관은 잠시 공백기를 가진 뒤 지난 2008년 공연기획사 아신아트컴퍼니에 의해 연극전용소극장으로 재개관해 꾸준하게 작품이 올려졌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운치가 있어 좋다는 관객도 있지만 영화관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는 좁은 객석과 낮은 시야가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신아트컴퍼니 이인복 대표는 객석 기부제를 통해 모은 기금으로 역사가 서린 가톨릭문화회관을 '명품 극장'으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했다.

좁고 시야가 불편했던 좌석을 넓은 계단식 좌석으로 리모델링 하고, 낡은 벽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페인트칠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아신아트컴퍼니 대표인 이인복씨가 처음 공연을 올린 뒤 이런 얘기를 했다.

“예전엔 명절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보던 게 영화였죠. 지금처럼 영화가 일상의 취미로 자리잡게 된 건 멀티플렉스관이 생기면서 부터였어요. 연극에도 그런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멀티플렉스 영화관처럼, 서울의 대학로처럼, 1년 365일, 공연이 끊이지 않아야 관객이 늘고 새로운 관객이 개발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었다. 아신극장은 바로 일년 내내 공연하는 극장, 그리고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장기공연을 올리기 위해 만들었다. 이인복 대표는 기획자의 업무가 단순히 티켓판매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계획을 세우고(planner), 제작하고(producer) 홍보(promoter) 할 수 있는 3s 를 잘 갖춰야 한다는 말로 자신의 하는 일과 가치를 설명했다. 가톨릭문화회관의 극장과 근처 있는 아신극장을 꾸준하게 운영해 온 아신아트컴퍼니, 지금은 가톨릭문화회관과의 계약이 끝나서 근처에 있는 아신극장의 사무실을 다른 극장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인복 대표는 아쉬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어떻게 활용할지는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데, 공연장만은 살아남아서 무대가 남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바람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변화하는 시대에 연극 무대를 계속 남겨두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을 던지는 경제논리로 접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추억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가톨릭문화회관이 계속 우리 곁에 남아있길 바라는 이들이 많다.

2017년 4월의 봄날, 무대는 깜깜하다. 우울한 무대 위에 다시 배우들이 올라설 수 지 있을지, 어느 기획자나 배우는 술잔 위에 떨어지는 꽃잎을 띄우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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