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4.16] 단원고의 별들, 기억과 만나다
[숨쉬는 4.16] 단원고의 별들, 기억과 만나다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기획 - ‘숨쉬는 4.16’ (36) 단원고 희생자 육필 기억시 展을 찾아서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5.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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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새정부가 출범을 했다. 정권이 바뀌었다.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취임초기라 그런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은 연일 뉴스의 주요 관심사다. 소통의 행보도 화제가 되고 있다.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스승의 날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사망한 단원고 기간제 교사 김초원·이지혜씨에 대한 순직 절차를 지시했다. 그동안의 외침에 대한 답변이 나오기 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교육단체와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이번 대통령의 순직 검토 지시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이 사라지를 소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새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진실규명은 이뤄져야 한다. 그것은 치유의 시작이다. 사고의 원인과 의혹들이 밝혀지지 않으면 가슴에 패인 슬픔을 달래기 어려울 것이다. 진실규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여전히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야 한다.

 

기억의 시편들
“기억은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고 이 기억들로 현실을 직시하며 미래를 바꿀 수 있답니다. 모든 사람들은 좋은 기억들은 오래 간직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너무 가슴 아프고, 슬프고,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세월호 참사는 기억에서 지우고자 합니다. 기억에서 지우지 마세요. 우리 모두는 사라지고 잊혀지는 세월호 참사의 기억들을 매일 매일 되새김을 해야 합니다.

매일 매일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아이들의 온기와 손길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 답니다. 우리 모두는 밤하늘을 수놓은 밝은 별이 된 아이들의 시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슬픔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닌 단원고 희생자 261인의 한명 한명의 이름과 꿈, 슬픔과 추억을 담은 기억시가 있습니다. 벽에 가만히 기대어 눈을 감고 시를 들어봅니다. 가슴 속으로 그리움이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옵니다. 한명 한명이 오늘도 내일도 내 귓가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모님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 아름다운 추억, 세상에서 꿈꾸었을 미래와 희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세종시 교육청 로비에 들어서면 교육문예창작회와 함께하는 “단원고 희생자 육필 기억시전시회”가 눈에 들어온다. 위에서 인용한 문구는 전시를 소개하는 팜플릿 내용의 일부다. 이 기억시 전시회는 세월호 참사 3주기 기억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미 전국 여러 곳에서 진행됐다.

세종시 교육청에서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선생님들에 대한 추모의 뜻을 기리고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이 전시를 마련했다. 시를 쓴 이들은 교육문예창작회 소속의 교사시인들이다.

희생 학생들의 특징과 꿈을 형상화한 시를 읽고 있으면 희생자들의 애틋한 사연이 가슴깊이 밀려온다.

“늦은 밤/ 알바를 마치고 돌아온 딸이 목욕탕을 가자며 / 손목을 잡아 끌었지 / 마지못해 따라나선 길이었지만 / 그래도 엄만 즐거웠어/ 다정하게 목욕을 마친 다음 / 네가 선물로 준 핸드폰 케이스도 마음에 들고 / 네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를 마시며 /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말을 전해준 것도 고마웠어” (박일환 시인의 시 “너와 함께 걷던 봄밤의 추억” 중에서) 

2학년 2반 강수정 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이 시를 읽고 있으면 미어지는 엄마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엄마의 마음을 대신해  “네 손목 한 번 더 잡아볼 걸”이라며 돌아오지 못한 딸에 대한 진한 슬픔을 전한다.

“친구들 가리거나 무시하지 않고 어울리고 / 벌써 알바해서 홀로 서는 법을 익히는 모습 든든했다 /그만하면 되었다고, / 세상사는 연습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 다독여 주는 어머니를 친구들이 부러워했는데 / 건우는 그렇게 세상에 발 디딜 채비하는 중이었다” (배창환 시인의 시 “ 단원고 김건우” 중에서)

시인은 건우를 대했던 가족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써 내려갔다. 그리고 이제부터 시작인데, 벌써 떠나간 열여덟 청춘을 추모했다. 한줄 한줄 읽을 때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모두가 돌아와야 한다
“엄마는 다윤이가 좋아하던 / 민트색 옷을 입고 다닌다는구나 / 깜비는 화랑유원지 분향소 /다윤이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는구나 / 서윤이 언니는 다윤이에게 줄 / 비스트 사진을 간직하고 있다는구나 /그러니 다윤아 / 이제 그만 나오너라 / 네가 그토록 무서워했던 물속에서 / 어찌 이리 오래 있단 말이냐” (박일환 시인의 시 “ 이제 그만 나오너라”중에서) 미수습자 허다윤 학생을 생각하는 시를 읽고 있으면 세월호는 여전히 진행 중인 고통이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목포 신항만 부두에서는 세월호 선체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인 단원고 학생 머물던 객실에서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DNA 분석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누구의 유골인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다만 미수습된 이들의 유품과 유골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랄 뿐이다. 그동안 미수습자의 가족들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렀다. 녹아가는 가슴으로 하루 하루를 버텨왔다. 많은 이들이 함께 슬픔을 나누었고,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시를 읽으며 우리는 하늘로 올라간 안타까운 청춘들과 가족의 애달픈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모두가 돌아오는 날, 또 한 번 하늘을 뒤흔드는 통곡이 세상을 덮을 것이다. 그 울음을 들으며 함께 눈물을 흘리는 일, 그게 살아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 일이다. 

‘단원고 희생자 육필 기억시 전시회’는 5월 31일까지 세종시교육청 1층 로비에서 계속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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