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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이곳에 오면 창밖 골목길 풍경도 작품이 된다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55) 대전 갈마동 박은미 작가의 공간을 찾아서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5.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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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부정부패를 막고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세탁기에 넣고 돌리겠다“
    “후보도 세탁기에 돌려야 한다”
    “저는 이미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와서 다시 들어갈 일은 없다”
    “고장난 세탁기가 아니냐?”
    ‘우리 집 세탁기는 삼성세탁기다“

    지난 대선에서 이른바 세탁기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 내용이 트윗 가운데 재전송이 많았다는 분석까지 나온걸 보면 그 관심의 수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세탁기는 옷을 깨끗하게 만드는 기계다. 집안에 있는 세탁기로 감당하기 어려울 경우에는 세탁소에 옷을 맡긴다. 세탁이라는 말만 들어도 깨끗하고 산뜻해지는 느낌이다.

    골목 안 아주 작은 공간, Pr2
    그녀의 작업실 겸 카페에 들어서기 전에 좌우를 살피면 두 군데의 세탁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녀가 작업실을 고를 때 한 골목 안에 두 개의 세탁소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었을까? 세탁과 예술작업의 교집합에 산뜻하다라는 낱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대전 갈마동에 있는 작업실 겸 전시 공간 그리고 커피와 간단한 음료를 파는 곳의 이름은 <Pr2>이다. 박은미 작가의 두 번째 방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작은 빌라의 1층 상가를 간단하게 리모델링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단순해서 산뜻하다. 방금 전 세탁소 주인한테 건네받은 새옷의 상큼한 느낌이랄까.

    박은미 씨는 미술작업을 하는 작가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박 작가는 12년간 독일 유학생활을 하면서 브라운슈바익 HBK 디프롬, 브라운슈바익 국립조형예술대학을 졸업했다. 1997년 독일 바텐스테테 '헤세베르크 박물관 展', 2005년 독일 하노버 '본가츠 갤러리 展' 등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개최한 경험이 있다.

    지금 <Pr2>에서는 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작가들의 소품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타이틀은 <룬루난나전>이다. 룰루랄라라는 말을 변형한 신조어인 ‘룬루난다’라는 타이틀만 봐도 그녀의 유쾌한 상상을 짐작할 수 있다. 박 작가는 입체의 조형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소재의 대부분을 일상생활용품이나 통속문화의 생산품, 예를 들어 영화나 TV-Action 시리즈물, 잡지 등에 유래한 것 들을 선택했어요. 그렇다보니까 제 작업은 내적이지도 관조적이지도 유토피아적이지도 않아요. 이러한 것들을 중심 소재로 이용하는 이유는 그것들이 현대산업사회, 소비중심사회, 여가생활중심의 사회라 불리우는 현시대의 감춰진 매카니즘을 응축된 형태로 보여주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죠”

    박 작가가 말하는 감춰진 매카니즘이라는 것은 사실 암호화 되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단지 그러한 사물들을 어디서든지 마주치게 되고, 경험하게 됨으로써 그것들이 지니는 진정한 의미와 연관관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총과 천사의 만남
    “오늘날 우리는 어떠한 시기에서보다도 더 많은 시각적 이미지를 접하고 있어요. 이러한 시각적 경험의 확산이라는 것은 우리가 그것들을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브루스 윌리스가 등장하는 다이하드에서는 118분 동안에 264명의 사람이 죽습니다. 제가 그 영화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264명이 죽는 동안에 나는 한 봉지의 커다란 팝콘을 먹었다는 사실입니다”

    박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죽음과 한 봉지의 팝콘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작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총이다. 그녀의 총을 가리켜 이런 평이 나오기도 했다.

    “작가는 '천사'와 '총' 등 상반된 오브제를 통해 '선과 악', '본능과 훈육' 사이의 내재적 갈등과 대립을 진중하면서도 재기발랄하게 표현하고 있다. 조소, 드로잉, 설치, 사진 등 미술의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가는 다양한 미디어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는 발군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녀가 총에 주목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영화에서 총으로 사람을 죽이는 장면을 보며 팝콘을 먹는 무의식적 행동을 그리면서 폭력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폭력성의 상징으로 보이는 총이 귀엽거나 재미있게 그려지는 인물과 만나면서 그것은 단순한 폭력에 머물지 않는다.

    현대사회는 폭력을 소비하는 시대다. 수많은 미디어에서 폭력의 스토리가 난무하고 현실에서는 논픽션의 죽음들이 우리를 충격으로 몰아간다. 때로는 그 폭력과 죽음을 우리의 사회상에 비춰가며 분노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그 폭력을 잊거나 소비하면서 살아간다. 어쩌면 박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총이 그것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골목 안 풍경도 작품이다
    마주보고 있는 두 개의 세탁소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Pr2>. 불과 어른 열 명만 들어가도 튕겨져 나올 것 같은 작은 공간이지만 거기에서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휙 하고 스치듯 감상을 하면 불과 몇 분이면 볼 수 있는 작품들이지만, 하나 하나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해석의 재미가 쏠쏠 풍기는 곳이 거기다.

    골목에 접어들면 기웃기웃 거려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한번 가고 나면 공간의 구석에서 소품처럼 앉아있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한 잔의 커피와 어울리는 창밖 골목길 풍경도 이곳에서는 작품이 된다. 박 작가가 직접 만들어주는 커피의 향도 입안에 오래 남는다. 소품전 <룬루난나전>은 오는 6월13일까지 계속된다. 대전시 서구 계룡로 367번길 36. 이름은 <Pr2>.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and3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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