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부르는 행복한 소녀 소프라노 박다미와 함께한 자리
노래를 부르는 행복한 소녀 소프라노 박다미와 함께한 자리
대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차세대 아티스타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5.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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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①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노래를 부르면 마냥 행복했던 한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노래는 소녀의 인생이 되었다. 대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박다미 씨의 이야기이다. 문지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합창부에서 활동하면서 박 씨의 공식적인 노래 인생이 시작이었다. 이후 대전예술고등학교를 거쳐 목원대학교 음악교육과로 진학한다. 그러나 음악을 전파하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아기가 엄마를 부르듯 소녀는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내 안에 있는 우선순위 중에 노래가 가장 위에 있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재미있고 보람찬 일이지만 노래가 먼저였죠. 교단에 서는 일은 나중에 선택하자고 마음먹고 음악공부를 하기 위해서 이탈리아로 떠났어요. 크레모나의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음악대학에서 3년 동안 공부해 만에 Diploma 땄어요. 그 후,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고 콩쿨 등의 활동을 하면서 공부했죠.”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 음악대학에 수석으로 입학한 박 씨는 이탈리아의 음악 학위에 해당하는 Diploma 또한 수석으로 졸업한다. 크레모나 시절에는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기념음악회’에 초정되기도 했고 ‘이탈리아 가곡의 밤’ 등 많은 연주에 초정되어 독창자로 활동하였으며 크레모나의 시립 공연회장에서 여주인공 산드리나 역을 열연하면서 오페라 가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탈리아에서 5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2012년, 귀국한 박 씨는 모교인 목원대학교 음악교육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연주활동을 계속 이어가는 중이다.

30대 초반의 나이이지만 박 씨는 평생을 음악과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음악을 만난 여섯 살 이후로 지금까지 한시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노래는 가장 친한 친구였고 목표였으며 그가 가진 가장 큰 열정이기도 하다.

“저는 제가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랑하는 일, 즐거운 일을 하면서 밥벌이를 할 수 있으니까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더라고요. 무대 서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요. 무대에 올라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에 쏟아지는 희열은 잊을 수 없어요. 또 공연을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도 굉장히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새로운 기회, 새로운 실험
이즈음 박 씨는 공연 관계자를 통해 차세대 아티스타라는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한 번의 고배 끝에 4기 아티스타로 선정된 박 씨는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 간다.
“꽤 까다로운 과정이었어요. 아티스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 말이예요. 그런데 이 과정도 결국 제 재산이 되었어요. 성악가로서 잘 하지 않았던 프레젠테이션이나 사업계획서 작성과 같은 각종 문서작성, 연주활동 실적을 정리하는 등 많은 일을 했죠. 그런데 이런 과정이 공연을 기획하는 일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무대에 서서 노래하는 일에 더해 더 큰 가능성을 열어준 것과도 같아요.”

성악가가 직접 공연을 기획한다는 일도 큰 도전이다. 그런데 박 씨는 2016년에 열었던 두 번의 독창회를 직접 기획해 무대에 올렸고 또 올해에도 두 개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어떤 기획으로 공연을 했는지 성악가이자 기획자에게 직접 듣는 일도 흥미로웠다. 

“작년, 아티스타 프로그램으로 기획한 첫 번째 공연은 연가곡 20곡을 선정해 중심에 두고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까지 시대별로 거슬러 오르는 아카데믹한 공연이었어요. 연가곡들은 내용에 서술적 연계성이 있거나 같은 주제와 분위기를 지닌 일련의 시에 붙여진 곡들로 선정했어요. 소프라노 박다미 리사이틀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기획한 첫 공연이었죠. 이 경험을 발판삼아 그 이후의 다양한 공연을 기획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죠.”

그의 두 번째 도전은 크리스마스 콘서트였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공연과 행사가 넘쳐나는 만큼, 다른 공연들과의 차별화가 중요했다. 첫 공연이 상대적으로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분위기를 가졌던 만큼 두 번째 공연은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정서적이고 친근한 공연으로 가자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만들어진 공연이 「미리 크리스마스」였다. 클래식 악기와 재즈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연, 클래식 가곡부터 팝까지 다양한 곡으로 상을 차리는 공연을 기획하고 여기에 스토리텔링을 곁들이는 것이다.

준비한 곡들의 느낌을 살리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스토리텔링 작가의 도움을 받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클로리스는 가곡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이다. 이 소녀를 주인공 삼아 어머니와 딸이 함께 맞는 크리스마스를 상정하였다. 이렇게 주제곡들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만들면서 진행되고 마지막은 크리스마스 콘서트로 이어진다. 클래식이라는 장르를 진부하게 보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약점을 신선함으로 메꾼 기획이었다. 관객들은 스토리텔링과 함께 어우러져 마치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같았으며 음악을 감상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좋은 평을 쏟아내었다.

그러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재즈와 클래식을 융합하려는 시도에서 각 장르의 특성 때문에 음악적 충돌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래식은 정확하게 악보를 읽고 작곡가의 의도를 해석해 엄정하게 연주하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재즈는 보다 자유로운 연주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순간순간 즉흥성이 음악을 만드는 무기이다. 이 둘이 같은 무대에서 조화롭게 연주하기 위해서는 모두를 이해하고 클래식과 재즈 사이의 중심을 잘 잡으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본질 자체는 클래식 공연인 만큼 본연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대중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 먼저 재즈와 병행할 수 있는 곡들을 선정해야했다. 박다미 씨는 이 경험을 통해 앞으로 다른 장르 사이의 융합 또한 더 유연하게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엿보았다고 한다.

별 헤는 밤을 부르다
“그래서 세 번째로 기획한 공연의 키워드를 융합으로 잡았죠. 시와 노래의 융합, 국악과 클래식의 융합이예요. 올해가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라는 사실에 착안해 소프라노 박다미가 윤동주의 시를 노래하고 또 헌정하는 자리로 기획했어요. 이 공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가곡으로만 이루어져요.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지고 만든 7곡의 노래 중에 4곡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롭게 창작해서 초연하는 노래예요.”

지난 5월 20일 저녁 7시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서 큰마당에서 성황리에 열린 「별-헤는-밤」 공연은 아티스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어릴 때부터 윤동주를 좋아했었던 그의 취향이 성공적으로 융합한 결과이다.

박 씨는 성악 공연과 인문학 콘서트를 융합해보려는 생각을 하던 차에 하던 차에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김소월 같은 다른 시인에 비해 윤동주 시인의 시로 만들어진 가곡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일단 마음이 정해지니까 일은 넘쳤어요. 윤동주 문학관을 찾아 공부하면서 그의 시로 좋은 가곡을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직접 시를 고르고 대전 출신 작곡가들을 찾아다니며 작곡을 의뢰했어요. 시인의 시로 이 시대에 맞는 좋은 곡을 창작해 연주한다면 우리나라에 새로운 창작가곡들의 붐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끊임없이 작곡가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좋은 곡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 내 음역과 느낌에 맞게 조율하면서 좋은 연주를 준비했고요.”

이뿐 아니다. 국악 악기로 클래식 느낌을 낼 수 있게 편곡하는 일도 많은 공을 들였다. 젊은 국악그룹 ‘탐’과 어우러진 창작공연은 국악과 클래식이 어떻게 융합하면서 상승작용을 하는지 보여준 좋은 예였다. 여기에 반가운 조력자도 합세했다. 얼마 전 성악으로 경연을 펼친 한 방송에서 크게 주목받은 대전 출신의 바리톤 박상돈 씨가 공연에 함께한 것이다. 사실 박다미 씨의 고등학교 선배인 박상돈 씨와의 협연은 그가 주목을 받기 이전에 약속된 것이어서 흥미롭다. 이처럼 성악가가 공연 전체를 기획하고 전체를 신경쓰다보니 오히려 자신이 연습할 시간이 줄어드는 아이러니도 생겼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손해가 아니라고 힘을 주었다.

행복을 부르는 소녀
“이전의 공연들은 주어진 노래만 해왔었죠. 어쩌면 누군가 떠먹여주는 밥을 입에 넣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누구보다 내가 공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진행하니까 공연 전체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질뿐더러 사람들의 조언들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내 예술적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어요.”

박 씨는 다음 공연으로 기획하고 있는 것 또한 장르 사이의 결합이라고 했다. 올 겨울에 만날 무대는 미술과 음악이 만남으로 기획되고 있다. 소규모 오페라인 오페레타와 아트의 결합이라는 뜻의 ‘오페레라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것이다. 이번 도전은 노래를 통해 음악뿐만이 아니라 미술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이다. 박다미 씨는 올 겨울 19세기의 뮤즈 수잔 발라동으로 분해 프랑스 아리아와 가곡들로 르누아르, 드가와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노래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런 포맷을 교육과 관련된 부분으로 확장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학생들에게 클래식이 가진 깊이를 새롭고 편안한 방법으로 전달해 감성적으로 만족을 줄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프라노 박다미 씨가 가진 큰 포부를 들을 수 있었다.

“어릴 때야 다 조수미를 보고 노래했죠. 지금은 어떤 인물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다양한 무대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대중적인 소프라노가 되고 싶어요. 당연히 클래식 무대에만 한정되지 않고 변하는 시대에 맞춰 다양한 무대를 만들어야죠. 그리고 그 안에서 클래식의 본질을 지켜내면서 대중화에 목표를 두고 있어요. 아직 클래식이나 리사이틀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죠. 제 목표가 있다면 대전 시민들 모두가 한 번씩은 클래식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노래로 행복했던 한 소녀가 더 많은 행복을 뿌리겠다는 다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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