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의 영화읽기] “세월이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
[고광률의 영화읽기] “세월이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다”
10편 10색 - 영화, 생각을 지배하다 : 코스타 가브리스 감독 ‘뮤직박스’ (상)
  • 고광률 소설가
  • 승인 2017.05.27 14: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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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고광률 소설가]

진실이 피보다 진해야만 하는 이유

독일은 하는데, 일본은 안 한다, 왜?
독일은 종전 72년이 되었는데 지금도 나치 척결에 한 치의 양보나 타협도 없습니다. 집요하기까지 합니다. 독일이 친 나라들은 폴란드, 프랑스 등 11개국에 유대민족과 집시족 말살 등도 있습니다.

일본은 어떠한가요. 먼저, 독일에는 하켄 크로이츠 기가 없으나, 일본에는 일장기(욱일승천기)가 공공연히 나부낍니다. 일본이 스스로 말하는 셀프 과거청산은 말끔히 끝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이 혼자 한 것이 아니라, 한국과 같이 했다는 것입니다. 공교롭게도 박정희-박근혜 모녀지간 했네요.

일본은 아시아 13개국과 일부 섬들을 마구 짓밟았습니다. 독일이 유럽을 초토화시켰다면, 일본은 아시아를 초토화시킨 겁니다. 그러다가 진주만(하와이)을 친 것이지요.

만약 독일이 일본처럼 주변국을 해당 정치인들을 통해 돈 몇 푼 쥐어주며 적당히 정치적인 선에서 구슬리고 어르고 달랬다면, 침략당한 유럽 11개국들과의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주변11개국이 이를 받아들였을까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박정희 이후 몇몇 정치인이, 일본과 ‘밀실’에서 만나 필요할 때 수시로 제멋대로 과거청산을 해왔습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는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릿고개’를 해결해줘야만 했지요. 그러나 이 보릿고개를 해결해 줄 종잣돈이 없었습니다. 결국 식민 보상청구권을 들고 일본에 가서 3억 달러를 ‘구걸’하듯이 받아 왔습니다. 필리핀 5억 4000만, 인도네시아 4억, 베트남 3억 900만 달러에 비하면 울화통이 터지는 일입니다. 그걸로 지들끼리 서로가 퉁치기로 작당을 한 것입니다. 또 그 치욕당한 민족의 핏값을 받을 때, 떡고물로 2000만 달러의 정치자금까지 뒷구멍으로 받았답니다. 당시 오히라와 치욕스러운 협상을 한 김종필은 역사 앞에 맹세 어쩌고 들먹이며 아니라고 딱 잡아뗐는데, 이 추악한 거짓말은, 기한 지난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래도 김종필은 아직까지 대다수 정치인들로부터 존경을 받습니다. 뻔뻔한 정치인을 추종까지 하는 이상한 정치인이 많은 나라이지요.

불가역=10억 앤
일본 입장에서만 보자면, 대체 한국은 몇 명의 정치인과 몇 대에 거쳐 몇 푼을 쥐어줘야만 과거청산을 한단 말인가, 라며 개탄을 할 것입니다. 물론 자기들의 부적절한 협상은 묻어둔 채 말입니다.

불가역, 어쩌고 하며, 이번(한·일 위안부 합의 2015. 12. 28)일랑 위안부 문제를 10억 엔으로 끝내자고 덤벼드는 것도 이 같은 근거와 이유에서인 것입니다.

영화 ‘뮤지박스’는 왜 과거를 청산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각오와 자세로 어떻게 청산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또 제때 제대로 청산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그래서 이 영화는 27년이 지난 영화이지만, 한국인과 일본인들이 꼭 봐야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친딸(애니)이 나치에 복무해 잔혹행위를 저지르고 이를 부인하며 끝내 반성하지 않는 자신의 아버지를 ‘청산’합니다. 딸 애니가 의도치 않은 상황에서 아버지의 과거[진실]를 찾아낸 뒤, 아버지인지라 묻어두려고 했다가 청산에 나서는데, 그 시사하는 바와 이유가 엄중하고 삼엄합니다.

혹자들은 이걸 두고 ‘패륜’ 어쩌고 하기도 한답니다. 패륜 프레임은 문제의 본질을, 문제의 핵심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패륜이 아니라, 반성할 줄 모르는 아버지에 대한 불가피한 심판인 것입니다. 딸은 아버지가 진심으로 반성하기를 바라며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반성은커녕 그 동안 가슴속에 잘 갈무리해 온 나치즘을 손자에게 계승시키려 했던 것입니다. 딸 애니가 그 끔직한 가능성을 예감한 것입니다.

역사는 미래의 전사(前史)다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주인공 애니(제시카 랭 분)의 아버지 라졸로(아민 뮬러-스탈)에게 어느 날 법원의 출석요구서가 날아옵니다. 일리노이주 법정에서 37년 전 나치에 복무한 죄를 묻겠다는 사유입니다. 아버지는 무죄를 주장하면서 변호사인 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혼하고 어린 아들과 함께 사는 딸은 아버지를 위해 최선의 변호를 합니다. 그러고 승소합니다.

여기서 끝났으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주인공 애니는 변론 과정에서 알게 된 증인을 찾아갑니다. 무언가 석연치 않았던 것이지요. 오래된 전당표를 얻게 된 그녀는 전당포를 찾아가 역시 아주 오래된 뮤직박스를 찾게 됩니다. 그 뮤직박스 안에 아버지의 만행을 입증할 사진이 쏟아져 나옵니다. 결국 아버지는 반인륜적 행위를 저지른 잔악한 전범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멘붕에 빠집니다. 그러나 친아버지인데, 이미 무죄판결을 받은 아버지의 범죄사실을 고발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주인공은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가족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묻어두고 싶었던 것입니다.

 

진실규명-반성-사과가 필요한 이유
그런데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손자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파쇼적, 나치즘적 행위를 보게 됩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범죄가 개인적인 용서로 끝날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즉 진실을 묵인·방조할 경우, 대를 이어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반인륜적 범죄를 반성할 줄 모르는 아버지를 본 주인공은 자신이 이긴 담당검사 앞으로 뮤직박스에서 꺼낸 사진들을 보냅니다.

고광률은 소설가이자 문학박사이다. 소설집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 장편소설 ‘오래된 뿔’ 등을 발표하였다. 수년 간 기자와 출판사 편집자를 지냈고, 대중소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문예창작 및 미디어 관련 출강을 하고 있다.

공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면 인간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인간은 그 지난한 삶을 살아가면서, 때로는 살아지기도 하고 또 가끔은 살아가기도 합니다. 삶이라는 게 쉽지 않아서 좋은 일을 하기도 하고, 나쁜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잘못을 안다면, 밝혀졌다면, 그것이 본의건 세상사 때문이건 간에 반성하고 사죄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안 하면 먹고 살 수 없어서, 죽인다고 해서…. 다 부질없는 변명이지요. 이전 죄보다, 이후 죄가 더 큰 것입니다.

‘뮤직박스’는 ‘진정 뭐이가 중헌지’를 보여줍니다. 가족애보다, 진실과 정의가 중하다는 것을. 아니 진실과 정의가 진정한 가족애라는 것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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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17-05-27 21:12:15
영화 꼭 봐야겠네요-!

김병태 2017-05-27 20:46:00
영화꼭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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