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공원 활성화, ‘논의 틀’ 만드는게 먼저
엑스포공원 활성화, ‘논의 틀’ 만드는게 먼저
  • 최재근 기자
  • 승인 2013.04.14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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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근 편집국장

대전 엑스포과학공원 활성화 방안을 놓고 지역사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시는 대전시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이미 자기들 뜻대로 결론을 내려놓고 주장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금으로서는 서로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은 마냥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그런데 이 모습, 언젠가 본 듯한 모양새다. 심리학 용어로 말하면 ‘데자뷰’라고도 할 수 있겠다. 엑스포과학공원 탄생 시점인 20년 전에도 그랬고, 운영 부실로 재차 변화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던 1999년도에도 그랬다.

구성원들 간의 의견은 매번 중요한 고비 때마다 갈려 충돌했고, 그 바람에 우리 지역사회는 치르지 않아도 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어이가 없는 것은 그 많은 비용을 들였음에도 엑스포과학공원의 모습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운영부실의 악순환만 되풀이하고 있으니 우리가 그동안 무엇을 논의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이다.

무려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그 때 그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현안도 같고 제 주장만 펴는 논의 방식도 그대로다. 도로 1994년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살아온 방식이나 지향하는 바가 다르니 구성원들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다양한 의견과 가치의 추구는 어쩌면 건강한 사회이기에 가능한 일 일 런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논의는 그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위안도 해본다.

그러나 그러기엔 우리 지역사회의 의견 수렴 과정이 너무 취약하다. 의견도 많고 아이디어도 많지만 마땅히 이를 담아낼 그릇은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주장만 있을 뿐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정신은 부족하다. 단지 ‘다를 뿐’인데 ‘잘못’이라고 말하는 우도 심심찮게 빚어진다.

그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학습해왔다. 국가정책이라는 큰 아젠다에서부터 자그마한 가정사에 이르기까지 구성원간 공감대가 결여된 결정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익히 배워왔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할 때 의견이 다른 사람들은 우선 모인다. 마주 앉아 대화를 한다. 대화를 하다보면 서로 다른 의견은 하나의 의견으로 순화되고 정치된다. 의견충돌과 갈등으로 빚어지는 사회적 낭비도 그만큼 줄어든다.

엑스포과학공원 활성화 방안 마련도 이와 다를 바 없다. 늦었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그 틀 안에서 새롭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하면서도 치열하게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주장하는 것은 결코 엑스포과학공원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민사회에서는 이미 ‘엑스포과학공원바로세우기’란 협의체를 구성해 놓은 것으로 안다. 대전시건, 정치권이건, 아니면 또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건, ‘통 큰’ 결단으로 참여하면 될 일이다. 대략 각각의 생각은 다 제시해 놓은 만큼 어느 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길인지, 진정한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지 논의하면 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의견은 다르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그래야 이참에 20년 동안의 과오를 씻을 수 있다. 엑스포과학공원 활성화란 지루한 아젠다를 끝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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