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프로이드를 아시나요?
[청년광장] 프로이드를 아시나요?
  • 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 승인 2017.05.3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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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굿모닝충청 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프로이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의 학파라고 주장하는 심리학자들이 쓴 책을 몇 권 읽어보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브루노 베텔하임이 쓴 ‘프로이드와 인간의 영혼’이라는 책을 접하고 나서 그동안 알고 있던 프로이드는 미국식으로 해석된, 엄밀히 말하면 미국인의 사고방식에 맞춰진 프로이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누군가에 대한 깊은 오해가 풀렸을 때 느끼는 기쁨 혹은 안도감이 찾아왔다.

우리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 용어가 의미하는 것이 오로지 어린 아들이 자신의 아버지로 알고 있는 남자를 죽이고 싶고 자신의 엄마로 알고 있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프로이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신화의 마지막, 오이디푸스가 진실을 알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정결해졌다는 것이었다. 즉, 자신의 무의식 속의 소용돌이와 두려움에 직면해 자신을 바로 알고 나서야 인간은 자유로워진다는 것, 정결해진다는 것을 그는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나르시스는 세상이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빠져 정작 프로이드가 말하고 싶었던 진실을 외면하고 프로이드의 껍데기만 가져다가 자기 식대로 리메이크해 버렸다.

그런데 사람은 아주 쉽게 나르시스가 된다. 자동차를 운전할 땐, 건널목 신호대가 지나갈 때마다 빨간불로 바뀌는 것 같고 또 내가 걸어서 건널목을 건너려 할 때면 역시 그때마다 빨간불로 바뀌는 것 같다. 우산 장수는 햇빛이 나면 시무룩, 양산 장수는 비가 오면 눈살을 찌푸린다.

이런 나르시스적 속성에서 생각해 볼 때, 누구보다도 정신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영혼의 자유를 얻기를 바랐던 프로이드지만 또한 사람이 쉽게 그 자유에 이를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그는 자신의 글이 번역될 때 별로 관여를 하지 않은 게 아닐까 미루어 짐작을 해 본다.

더욱이 프로이드는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사람 안의 나르시스는 집요하기에 스스로 그것을 몸서리치게 자각하는 누구라면 굳이 자신의 글의 도움 없이도 자신이 깨달은 그것을 알게 될 거라는 확신이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말한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라고. 그리고 변함없이 프로이드도 델포이의 신전에 새겨진 것을 말한다. “너 자신을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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