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지식과 지혜
[시사프리즘] 지식과 지혜
  • 이홍준
  • 승인 2017.06.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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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굿모닝충청 이홍준 세종특별자치시 문화체육관광과장] 파나마 운하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중심에 위치한 태평양과 대서양을 가르는 아주 중요한 운하다. 하루 평균 40척, 연간 13,000척의 선박들이 이 운하를 이동하고 있다. 해발 26미터에 이르는 이 해협을 수만 톤의 선박들이 오가는 원리를 성공시킨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파나마 운하를 건설하게 된 그 시작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개발한 이후인 16세기부터 건설계획을 구성했고 19세기 말 프랑스인들이 본격적으로 실행에 착수했지만, 지역주민의 반발과 미국의 간섭으로 공사가 중단되었다. 미국은 운하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파나마의 독립과 보상을 조건으로 1903년 운하건설을 재개해 1914년 완공했다.

그러나, 프랑스가 공사에 착수하면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열대성 전염병인 말라리아가 퍼지면서 수많은 건설노동자가 사망했다. 당시는 말라리아를 옮기는 매개체에 관한 지식이 없었다. 단순히 개미가 말라리아를 옮기는 것이라고 추측하고 개미에게 물리지 않는 방법만을 찾은 것이다. 그 결과 잠을 잘 때 개미에 물리지 않도록 침대의 네 다리 밑을 물그릇 속에 담가 놓았다. 개미는 수영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침대 다리 밑의 물그릇 아이디어는 오히려 개미가 그 물 속에 알을 낳음으로써 더 많은 모기의 번식만 도왔다. 프랑스가 공사를 시작한 1880년부터 공사를 포기한 1889년까지 10년 동안 무려 22,000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3분의 2이상이 모기로 인한 전염병이 원인이었다. 결국 공사가 10분의 1도 진척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인력손실이 발생하고 자금마저 끊기자 프랑스 건설팀은 공사를 포기하고 철수를 하게 됐다.

프랑스 팀이 철수한 후, 1889년 영국인 의사 로스에 의해 말라리아의 전염매개체는 개미가 아니라 모기라는 것이 발견되었고 로스 경은 이 공로로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미국 정부는 공사를 재개하면서 모기를 박멸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했다. 모기는 물속에 알을 낳아 번식한다는 사실을 알고 모든 웅덩이에 기름을 뿌려 기름의 표면장력으로써 수면을 기름막으로 덮었다. 그 결과 물속의 모기 유충들은 산소부족으로 모두 죽었고 말라리아는 퇴치됐다. 말라리아 퇴치에 이어 미국은 파나마 지역의 지형적 특성을 고려하여 해수면 높이의 운하를 포기하고 갑문을 여닫는 방식으로 수면의 높이를 통제함으로써 운하를 완성해 냈다. 모기가 말라리아의 전염 매개체라는 지식과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건축기법의 지혜가 파나마 운하를 탄생시킨 것이다.

알렉산더(BC 356~323) 대왕이 동방 원정 중 페르시아 사막에서 있었던 일이다. 태양이 내리쬐는 열사의 사막에서 그의 군사 모두가 갈증으로 목말라 있었다. 이때 장군의 휘하 참모 중 한 사람이 멀리 오아시스를 찾아가 물을 구해 왔다. 알렉산더 장군이 물을 받아 마시려 하자 그 앞에 도열해 있던 장병들이 모두 부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알렉산더는 마시려던 물을 땅에 도로 버리면서 “나 혼자 물을 마실 수 없다. 더 진군하여 오아시스가 나오면 모두 같이 물을 마시자” 라고 하면서 진군을 독려해 장병들의 신임과 충성을 받고 마침내 세계 최대의 대륙을 건설했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는 무지한 백성을 일깨우려 위함이었다. 당시 선비와 학자들은 자신들의 권세와 권력 유지를 위해 한자를 사용하고 백성들은 아예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그들은 백성들이 한자를 배우는 것 자체를 용납하지 않았고 오직 자신들의 신분 유지와 지식의 전유물로 여기고 글을 깨치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들을 무지한 아랫것으로 사유화하고 업신여겼다. 또한, 알량한 지식으로 백성들에게는 하층의 삶을 살게 했고 나라가 어려울 때는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죽음의 전쟁터로 내몰았다. 세종대왕은 한글을 통해 백성이 글을 배워 이해를 하고 세상의 이치를 터득하게 함으로써 세상에 맞설 힘을 준 지혜의 화신이라고 할 수 있다.

어제오늘을 살펴보면 편향된 지식과 왜곡된 이념으로 나라를 일방으로 몰고 사유화한 결과 그 후유증이 지금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인 문제로 곪아 터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화제가 된 윤석열 검사는 사람을 위해 충성을 하지 않는다는 말로 유명세를 탔다. 필자는 덧붙여 검사는 조직의 정의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지식은 보고 듣는 것으로 쌓을 수 있지만 지혜는 경험과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지식은 타인에게 오만함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지혜는 지식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국민을 바로 보고 무서워 할 줄 아는, 계층의 사다리를 연결해 주는, 지식보다 지혜로 슬기롭게 나라를 이끌어야 할 사람을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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