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지성의 요람, 대학 캠퍼스에 들어서면 흔히 들어오는 풍경들이 있었다. 책을 가득 안고, 캠퍼스를 누비는 대학생들의 유쾌한 모습. 지하철을 탈 때도, 여행을 할 때 역시, 책은 늘 생활 속 필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는 스마트폰이 대신하고 있는 추세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도 옛말이다. 가을은 우리나라 도서 시장에서 책이 가장 안 팔리는 ‘보릿고개’로 통한다. 바람도 선선하니 책을 덮고 나들이를 떠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거기다 날로 더해가는 인터넷과 SNS 열풍으로 독서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문을 닫는 서점과 출판사가 늘어나는 등 우리나라의 ‘책’ 시장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책”이란 우리의 인생에서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모두가 배고팠던 시절. 책 속에서 꿈을 키우고 희망의 이정표를 찾아야만 했던 지금의 장년층들에겐, 아마도 힘들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삶 속에서, 책이란 그들에게 인생의 길을 잃지 않도록 늘 다독이며 함께 동행해주는 친구이자, 멘토였을 것이다. 살아가는 삶에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자양분을 만들어준 것이 바로 책이었던 것이다.
1996년부터 대전 지역의 오프라인 서점의 맥을 잇고 있는 원도심에 위치한 “계룡문고”. 계룡문고에 가면, 구수하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아저씨가 있다.
바로 서점의 대표이자, 아이들에겐 “책 읽는 아빠”, “왜요 아저씨”로 통하는 이동선 대표다. 그는 서점을 찾은 혹은 서점에 초대받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어준다. 타 지역에서도 그를 찾아 주말에 아이들과 서점을 찾을 정도다.
수많은 책을 접하고 파는 그에게 책이란 무엇일까에 관해 물었다. 이동선 대표는 한 번도 책을 상품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말한다. 책은 상품이 아닌, 작가의 열정과 혼신이 녹아든 작품이기에. 그래서 서점은 작가들의 작품을 논하는 토론장이자, 도서관이자. 아이들에게는 학교이자,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고, 그러다보니 계룡문고엔 연일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는 부모들의 발걸음과, 북 콘서트와 독서 세미나를 위해 이곳을 찾는 대전 시민의 발걸음으로 늘 북적이기만 하다.
좋은 책 한권은 좋은 세상을 만드는 신념을 가슴에 심어준다. 이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힘을 지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믿음을 갖고 지금의 불황을 묵묵히 견뎌 내고 있는 많은 이들 역시 아마, 책 한권이 세상에 나오기 까지 그에 스민 숱한 이들의 땀과 애환을 알고, 좋은 책 한권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힘든 현실이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 권의 책이 당신의 인생에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말이다.
‘사람을 살리는 좋은 책’을 만들어달라는 지인의 말에 어느 순간 용기를 얻어 다시 펜을 잡았다는 한 작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한 권의 책이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달으면서, 그는 다시 힘을 내어 오늘도 책 속에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노라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왜 책이 상품이 아닌, 작품이 될 수밖에 없는 가에 대한 답을 찾기도 했다.
이번 일요일엔, 집 근처 서점을 찾아, 살아가는 길을 책 속에서 직접 찾아보려한다. 또한 앞으로 돌아오는 일요일마다, 서점이나 도서관 나들이를 통해, 이동선 대표의 말처럼 “우리가족 책 읽는 읽요일”로 만드는 것도 좋지 않을까.
고전물리학과 현대물리학이 상호보완하며 병존하는 것은 두 이론에 모두 흠결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