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공개 너머 공유정치
[목요세평] 공개 너머 공유정치
  •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 승인 2017.06.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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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대통령의 일정이 공개됐다. 일하는 복장과 커피, 받아쓰기 도구가 사라진 회의장 풍경이 공개되고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들이 평범한 샐러리맨인양 TV에 등장하면서 국민들은 함성을 질렀다. 당선되면 입양한다던 유기동물과의 약속을 지키고, 함께 일할 사람들을 대등하게 대우하며, 차별과 배제에 숨죽였던 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대통령의 모습은 당사자는 물론 화면으로 보는 이들까지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시작이건만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 새 정부의 초기 행보는 아마도 이것이 정상국가의 모습이고 빠르게 복구되리라는 기대감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다만, 갈 길이 너무 바쁘고 곳곳에 지뢰라 쉽지만은 않을 터.

대통령의 일상공개는 공약사항이었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다. 대통령은 자신뿐만 아니라 총리와 장관, 지방정부의 장까지도 일정을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한다. 좋은 자세다. 권력을 가진 이가 누구와 언제, 왜 만나는지 공개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가 만나는 대상과 업무의 성격이 맞닿아 있고, 만나는 사람들의 이해와 가치가 권력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므로 권력자가 누구와 시간을 함께 보내는지를 공개하는 것은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형식적 일정공개라면 투명한 정부, 국민신뢰를 얻는 정부가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아직까지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소수 장관, 서울시장 등의 일정공개는 하루 두세 차례의 회의와 공식행사를 밝히는 수준에 그친다.

바로 이런 점에서 유럽의 정치변화를 이끌고 있는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의 여성시장들이 하는 행태는 매우 고무적이다. 스페인의 풀뿌리 시민정치조직인 바르셀로나엔꼬뮤 출신으로 바르셀로나의 시장인 아다 콜라우(43)는 누구를 만났는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까지 공개한다. 공적인 만남에 청탁이나 로비 등 사적 이해관계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정치권력에 접근하는 경제권력 등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한편, 시민단체나 풀뿌리조직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그들의 정책비판에 대해서 변명하거나 회피하지 않으며 해당 정책에 대한 시의 노력과 한계를 충분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투명성과 효율성, 민주성을 높이라는 요구, 그리하여 공공자원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라는 당신들의 요구가 매일 필요하다. 시가 정책과정에서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 시의회와 국가, 법원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당신들의 임무다. 내가 그 입장이었다 해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멋진 정치를 해볼 수 없을까? 세계금융위기가 몰고 온 삶의 위기 앞에서 무기력한 기성정치에 분노해 자기들의 정치를 모색한 유럽의 노동자와 시민들은 특정집단에게 완전히 장악된 채 꼭두각시가 돼 있어도 대처를 못하던 정치권을 질타해 대통령 탄핵과 조기대선을 가져온 우리의 촛불시민과 다르지 않다. 문화적 토양과 시민사회의 성숙조건이 다르고, 정치상황과 정치 및 정당관련 제도도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맞다. 다만 제도와 법이 달라지면 의식과 문화도 영향을 받는 게 사회다.

풀뿌리 시민정치를 구현하고 있는 유럽 도시들은 기본적으로 다당제에 지역정당설립이 가능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이 연대하여 선거에 임할 수 있다. 선거에서 과반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제를 시행해 유권자의 선택권과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하는 한편,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누구나 모금과 선거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허용한다.

정당과 정치엘리트에게 독점된 정치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일이 정상국가를 향하여 우리가 국가와 지역수준에서 한 단계 더 나갈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인 셈이다. 지방단체장들과 대통령이 만나는 제2국무회의 신설 등 자치분권이 강화될 문재인정부에서 지방정부를 어떻게 시민을 위한 정부로 만들 것인지, 단체장의 공적 시간과 능력을 누구를 위해 사용하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친환경무상급식도, 도시공원도, 도박장도, 대중교통수단도, 방사능안전도 결국은 우리 손에 달렸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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