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건반 위를 걷는다 피아니스트 이태경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건반 위를 걷는다 피아니스트 이태경
대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차세대 아티스타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6.0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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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③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여정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여행 중에 거쳐가는 길이나 여행의 과정’을 뜻한다. 건반 위를 걷는 피아니스트의 여정은 미지의 길을 걷는 여행가와 얼마나 다를까. 피아니스트 이태경의 리사이틀 포스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건반을 두드리는 선율이 들려올 것 같다. 피아노와 함께 지내온 오랜 시간만으로도 그의 여정을 짐작할만하다.

그녀에 대한 평가에는 감성과 영혼이라는 말이 곧잘 들어간다,

“깊이 있는 음악적 해석과 섬세한 감성을 지닌 피아니스트 이태경은 끊임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그녀의 음악을 통해 청중들과 소통하며 감동을 선사하는 연주자이다”.

“솔로연주뿐만 아니라 앙상블연주를 통해 폭넓은 음악활동을 펼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피아니스트가 대중적 인기에 크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간단한 이력은 그녀의 활동을 살피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006년 대전예술의 전당이 주최한 뉴아티스트 콘서트(New Artist Concert)에 선발돼 리사이틀을 가진 후 2008년 샌안토니오 영 피아니스트 컴페티션에서 3위에 올랐으며 프라하 인터내셔널 피아노 마스터클래스(Prague International Piano Masterclass)에 참여해 "모차르트의 음이 살아있는 영혼이 깃든 연주"라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피아니스트 이태경은 2006년 충남대학교 음악과를 실기장학생으로 졸업하고 북텍사스 대학과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거쳤다.

건반 위의 여정
그녀도 피아노를 접하는 여느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피아노 학원에 다녔고 선생님의 격려에 힘을 얻었다. 재능에 대한 칭찬은 중고등학교로 이어졌으며 대학에서 피아노를 선택한 것도 자연스러운 운명이었다. 대학에서 사사를 받은 교수님의 영향도 매우 컸지만 새로운 나라에서 음악을 공부하는 과정은 또 다른 세계였다.

“미국유학을 하는 동안 피아노를 연주하는 테크닉만 공부한 게 아니라 음악에 관련된 다양한 공부들을 많이 했어요, 일반적인 음악이론부터 피아노 이론과 음악사 등을 폭넓게 공부 했는데, 논문을 써야 하는 과정을 실기와 병행하는 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음악을 넓고 깊게 보는 안목이 생겼습니다. 힘들었지만 음악적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시기였죠”

우리가 연주회에 가서 고개를 끄떡이며 감상을 하거나 객석에서 일어나 나가면서 “ 참 잘 치네”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수준을 말하는 것일까. 감상자의 기호와 태도, 음악적 수준에 따라 그 반응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다수가 공감하는 명연주자의 기준은 있을 것이다. 이태경 씨에게 피아노를 잘 친다는 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다.
“사실 아마추어들도 열심히 하면 잘 칠 수 있어요. 손가락이 잘 굴러간다는 측면만 보면 아마추어나 초등학생도 잘 칠 수 있어요. 저도 20대 초반만 해도 어떤 테크닉이 와도 잘 치는게 정말 잘 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부를 하다보니까 생각이 바뀌더라구요. 모차르트의 곡이나 베토벤의 곡이나 아니면 재즈든 간에 그 작품을 어떻게 표현해야 작곡가의 의도와 특징을 잘 살릴 수 있는지, 또 스타일과 개성을 잘 표현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봐요. 그것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건반 위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2016년,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첫 귀국독주회를 가졌다. ‘건반 위의 여정’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미국 유학이 새로운 여정이었다면, 그곳에서 배우고 깨우친 것을 풀어놓는 것 또한 또다른 여정이었다.

차세대 아티스타로 선정되면서 시작한 독주회라 나름의 의미가 컸다. 그녀는 독주자로서는 아직 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연주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앞으로도 건반위의 여정이라는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독창적인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깊고 다양한 음악을 찾아서
그녀는 베토벤을 가장 좋아한다. 클래식 음악의 기초를 마련해 준 사람이 있다면 고전시대의 음악을 완성해 후대까지 영향을 준 작곡가가 베토벤이라고 생각한다.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 군더더기 없고 구조적으로 완성된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그녀가 고전음악을 좋아한 이유도 있지만 베토벤의 곡들은 음악적인 내용이나 형식적인 완성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감성에 대한 느낌도 좋다.

“깊으면서도 슬프기도 한 고독감이 느껴져요. 때로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어서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 내 마음과 동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도 많이 들죠.”

예술가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 중에 하나가 다른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거나 그들이 걸어간 길을 살펴보는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그녀는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의 연주를 종종 듣는다. 헝가리 출신인 안드라스 쉬프는 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파이널리스트에 올라 국제무대에 이름을 각인시켰다. 특히 바흐의 건반음악 앨범을 잇달아 선보였으며, 베토벤 연주에도 탁월한 해석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다니엘 바렌보임도 그녀에게 영감을 주는 지휘자이자 피아니스트다. 바렌보임은 피아니스트로서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등 초기 낭만 레퍼토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다 곡 해석력이 탁월해 이태경 씨가 즐겨듣는 편이다,

음악적 성숙을 위해서 그녀가 자주 하는 건 전시회 관람이다. 한때 그림을 배우기도 했을 만큼 미술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녀는 다양한 색을 만나고 그림을 접하면서 음악적 해석과 공부를 생각한다. 다른 예술을 통해 자신의 예술을 들여다 보는 셈이다.

“계속 공부를 할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음악을 표현하려고 헀던 것을 연습하는 겁니다. 표현하려고 한 의미를 알고 시대나 상황들을 이해해야 건반을 칠 수 있다고 봐요. 앞으로 건반위의 여정을 계속 이어가면서 같이 동행할 수 있는 다른 연주자들과 콜라보도 하면서  다양한 무대를 저는 갖고 싶어요.”

계절로 보면 이제 그녀는 꽃을 피우는 봄을 지나는 중이다. 여름의 열정과 가을의 원숙함을 향해 긴 걸음을 옮기고 있다. 먼 훗날, 건반 위의 여정이 끝날 즈음에 어디선가 이태경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그 선율을 따라 동행하는 사람들을 발견한다면, 그녀는 피아노 소리와 같은 명랑한 웃음을 보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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