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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그늘과 바람이 있는 여름풍경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56)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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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0살 천연기념물 대전 서구 괴곡동 느티나무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긴 세월을 지켜온 마을의 중심    
    멀리서 바람이 불면 오래된 나무에는 녹색의 기운이 짙어진다. 무성한 잎새는 내리쬐는 햇살의 우산이 된다. 녹색의 그늘과 쉼터의 여유가 있는 곳, 대전시 괴곡동 느티나무를 바라보면 세월의 연륜에 빠져들어 오래된 사연들을 들춰보고 싶어진다.

    6월 초, 노거수의 안부가 궁금해 찾은 날에는 유치원에서 온 아이들 여럿이 평상에 앉아서 조잘거리고 있었다. 동네 어르신 한 분은 마치 손녀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아이들을 맞았다.

    ‘몇살여?, 어디서 왔어? 션하지”
    아이들이 대답을 하든 말든 어르신은 계속 말문을 이어갔다. 나무를 살피는 필자에게도 말을 던졌다.

    “여기가 션하고 좋아유, 한번 앉아봐유”

    낯선 사람에 대해 경계심이 없는 것은 느티나무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진기를 메고 온 한 무리의 동호인들이 고풍스러운 기운이 흐르는 나무 사진을 찍으며 감탄을 한다. 가끔은 대전의 역사를 살펴보는 탐방객이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이곳을 찾는다. 그렇다 보니 마을 사람들이 외지인들과 말을 섞는 것은 자연스럽다.

    “예전에는 애들이 저기 꼭대기 까지 올라가서 장난치고 그랬는디. 저기 높은데 새 구멍이 있어서 새잡는다고 올라가고, 어떤 녀석은 큰 나뭇가지에 기대 가지구서 잠을 자기도 했지”

    스물 한 살 때 시집을 와 어느새 일흔 일곱이 됐다는 할머니는 잠시 옛 추억에 잠겨 오래된 얘기를 들려주었다.

    “지금은 동네에 애들도 없고 늙은이들만 남아서 예전같지 않구먼유”

    똑같은 나무라고 하더라도 나무는 알 듯 모를 듯 변화를 보여준다. 마을에서 오래 살아온 이들은 세심한 변화도 놓치지 않는다

    “작년에는 이 끄트머리에 이파리가 많지 않았는디, 올해는 골고루 많이 폈어”

    나뭇잎의 상태를 들려주는 어르신은 수년 전 태풍에 잘려나간 나뭇가지 얘기며, 칠석날 제를 준비했던 얘기까지 지나온 세월을 실타래 풀 듯 풀어나갔다.

    “한여름에도 이 아래 있으면 참 시원햐, 밤늦게 까장 이 밑에서 놀다가 들어갔지, 지금은 늙은이들도 많지 않아서....”

    그 누구도 세월을 비껴갈 수 없는 법, 어르신의 말을 들으며 번성했던 동네의 모습을 그려본다. 지금이야 마을의 규모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느티나무는 긴 세월을 굽어보며이곳을 지켜왔다.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끝없이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와 함께 지금의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700년 느티나무의 삶
    오래된 느티나무를 지키기 위해 대전문화연대와 대전충남생명의 숲 등에서는 천연기념물 지정을 바라는 청원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2011년 당시 청원서에 기술된 마을의 설명을 잠시 인용한다. “경치가 빼어나기로 소문난 괴곡동은 마을 지형이 고리와 흡사해 고릿골이라 불렀고, 오래 묵은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이기에 괴곡리라 부르게 되었다는 두 가지의 전설을 함께 지니고 있다. 마을 사람들에 의하면 새뜸은 새로 생긴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 새뜸마을의 느티나무는 갑천 상류에서 떠내려 와 이 곳에서 자랐다고 한다.

    나무의 밑둥 부분을 살펴보면 꿈틀거리는 뱀 같기도 하고, 문어다리 같기도 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가지가 서로 꿈틀거리며 뻗어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 예전에는 가지에 줄을 매 동네사람들이 그네도 탔다고 한다”.

    매년 칠월 칠석날 동네사람들이 모여 거리제를 지내는 등 마을 사람들의 느티나무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각계의 요청을 검토한 문화재청은 지난 2013년 ‘대전 괴곡동 느티나무’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수령이 700여 년 된  괴곡동 느티나무는 나무의 규모나 수령, 수형 면에서 천연기념물로서 지정 가치가 충분하고, 또 마을에서 오랫동안 수호목(守護木)으로 여겨 매년 칠월칠석이면 칠석제를 올릴 만큼 주민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을 하는 등 역사·문화적 가치도 크다는 평가였다.

    마을 근처 노거수와 관련해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구렁이 전설은 이곳에도 있다. 옛날에는 이 느티나무에 귀가 달린 큰 구렁이가 살았고 촌로들은 이 구렁이를 나무와 마을을 지켜주는 업으로 여기고 나무와 함께 보호해 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을에서는 느티나무의 잎이 나오는 상태를 보고 그해 농사의 풍년을 점치는 풍습도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고 한다.

    괴곡동 칠석제

    전설의 나무를 기리며
    사람 서넛이 팔을 뻗어야 둘레를 잴 수 있는 느티나무에는 여러 전설이 매달려 있다. 괴곡동뿐만 아니라 전국의 연륜있는 느티나무에는 저마다 오래된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누구의 할아버지가 어릴 적에 심었다는 이야기부터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꽂았는데 잎새가 나왔다는 얘기까지, 때로는 귀를 쫑긋하게 만들고, 때로는 코웃음을 치게 만든다. 하지만 과장되고 부풀려진 것 같은 상상은 전설의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하나의 과정이다.

    오래된 것이 낡은 것이라는 오해를 벗어나게 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느티나무다. 700년 된 나무에서 새순이 돋아나는 것 만으로 자연의 신비를 생각할 수 있다. 700년 거목에서 피어나는 잎새를 보면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삶을 돌아볼 수도 있다.

    더운 여름날, 괴곡동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누우면 잎새 사이로 보이는 파란 하늘이 가슴 벅차게 눈부실 것이다. 시원한 바람이 뺨을 스치면 잊고 지냈던 오래된 표정들이 되살아 날 것이다. 두툼한 나무껍질을 만져보면 질곡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칠지 모른다.

    오래된 느티나무는 그 자체가 교훈이자, 성찰의 거울이 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위대한 존재’이다. 햇살이 화살처럼 꽂히는 여름날, 한번쯤 괴곡동 느티나무를 우러러 볼 일이다.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and3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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