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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프리즘] 아이들의 세상, 행복한 세상

    김현정
    문학평론가
    세명대 교수

    [굿모닝충청 김현정 교수 문학평론가, 세명대 교양과정부]  얼마 전 앨범을 정리하다가 둘째 아이가 여섯 살 때 적은 쪽지를 발견하였다. 그 쪽지를 보는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입에서 웃음이 배시시 배어나왔다. 문득 그때의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운 여섯 살인 둘째는 개구쟁이 그 자체였다. 늘 뛰어놀기에 바빴고 해야 할 일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물건도 잘 정리하지 않아 집안이 늘 어지럽혀 있었다. 그래도 차차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거의 혼을 내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둘째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번은 말 안 듣는 둘째를 불러 처음으로 호되게 혼을 내었다. 그러자 둘째는 약간 당황한 듯 상기된 채로 자기의 방으로 가 무엇인가를 적더니 그 쪽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 쪽지엔 “아빠 나 집 나가게”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순간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아이의 어설픈 가출 욕망도 함께 말이다.

    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둘째가 세살 쯤 되었을 때 일이다. 거실에서 나와 아내, 그리고 첫째 아이와 무슨 얘기를 한창 하고 있었다. 정확한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아마도 첫째가 어디 가는 것에 대해 상의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때 둘째는 자기하고는 얘기 안하고 누나하고만 얘기하는 것이 속상했던지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이후 조용하다 싶더니 안방에 들어가 보니 둘째가 우리가 아끼는, 선물받은 ‘반야심경(般若心經)’이 적힌 여덟 폭 병풍에 검은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주먹만하게 그려놓은 것이었다. 아이가 얼마나 속상했으면 그랬을까 생각하며 아이를 안아주었다. 둘째의 돌발적이지만, 자신의 순수한 욕망을 담은 행동들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아이라도 잘못을 지적할 때는 상대방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점과 대화를 할 때는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말이다.

    이처럼 아이들의 말과 행동에는 보이지 않는 그들의 욕망이 담겨 있다. 아이들의 기표에는 꾸밈없는 그들의 목소리가 숨어 있다. 그 욕망을 감지하고 포착하는 일은 아이와의 간극을 좁히고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아이처럼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아이들은 행복한지도 모른다. 이 세상에는 자신의 순수한 욕망을 표현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결손가정의 아이들에게는 더 그러할 것이다. 얼마 전에 ‘전라북도 교육청 동시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동시 「가장 받고 싶은 상」은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 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에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받아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해도/ 되는 그런 상/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는 왜 못 보았을까?/ 그 상을 내시던/ 주름진 엄마의 손을// 그때는 왜 잡아주지 못했을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을까?// 그동안 숨겨놨던 말/ 이제는 받지 못할 상/ 앞에 앉아 홀로/ 되내어 봅시다./ “엄마, 사랑해요.”/ “엄마, 고마웠어요.”/ “엄마, 편히 쉬세요.”/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엄마상/ 이제 받을 수 없어요.// 이제 제가 엄마에게/ 상을 차려 드릴게요./ 엄마가 좋아했던/ 반찬들로만/ 한가득 담을게요.// 하지만 아직은 그리운/ 엄마의 밥상/ 이제 다시 못 받을/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울 엄마 얼굴(상)(「가장 받고 싶은 상」 전문)


    이 동시는 전북 부안에 있는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암 투병을 하다가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작품으로, 보는 이에게 안타까운 마음을 전해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받고 싶은/ 울 엄마 얼굴 (상)”이라고 한 마지막 구절에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가장 응축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른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 세상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아이들의 순수한 욕망을 읽어내고,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아이들의 꿈을 펼쳐 주는 일, 이보다 소중한 일이 또 있으랴.

    김현정  kim66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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