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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기자의 눈] 변함이 없어 더 좋았던 그 시절 ‘가락국수’

    홍경석
    수필가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굿모닝충청 홍경석 수필가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이 열차 잠시 후 제천, 제천역에서 8분간 정차합니다~ 아, 제천역 가락국수~ 기차가 멈춰서면 와라락 달려갔지~ 그 가슴 떨리는 맛 기차가 떠나갈까 후다닥 먹었었지~”

    MBC 대학가요제 대상(1983년) 그룹 ‘에밀레’ 출신인 심재경의 <제천역 가락국수>라는 가요다. 이 노래가 독특한 건 노래 초입에 들어있는 “이 열차 잠시 후 제천, 제천역에서 8분간 정차합니다”라는 역무원의 기차 안내방송이다.

    제천(堤川)은 충청북도 동북쪽에 있는 도시다. 금, 은, 구리, 석회석 따위의 광업과 시멘트 공업이 활발하고 고추와 잎담배, 창호지의 생산도 왕성하다. 그러나 충북인 까닭에 솔직히 몇 번이나 가봤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반면 대전역과 천안역의 가락국수는 여전히 정겹고 기억의 창고에서도 보관이 용이한 상태로 우뚝하다.

    먼저 대전역 가락국수의 정체(?)를 살펴보자. 이는 부산과 목포를 직통으로 연결하게 되어 있던 과거 대전역의 승강장에 설치된 식당에서 팔던 가락국수이며 동시대(同時代) 대전의 명물이기도 했다. 대저 서울에서 대전역에 도착할 무렵이면 누구라도 배가 출출한 시점과 조우한다.

    따라서 잠시 정차하는 대전역 플랫폼에서 그 뜨거운 가락국수를 허겁지겁 먹었던 추억이 새롭다. 지금도 대전역 앞과 역사 안에선 대전역 가락국수를 판다.

    이번엔 천안역 가락국수 차례다. 소년가장 시절, 천안역 앞에는 가락국숫집이 있었다.

    초등학교 동창의 부모님께서 운영한 그 국숫집은 방금 천안역에서 쏟아져 나온 승객들은 물론이거니와 나처럼 근처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의 단골손님만으로도 만날 그렇게 문전성시를 이뤘다.


    친구의 형님께서 집에서 삶은 국수를 자전거에 싣고 가게로 가져오면 친구의 어머니께서는 이를 토렴하여 손님들에게 팔았다. 이따금 기차표를 끊고 와서 국수를 주문하는 이도 없지 않았다.

    그러다가 손님이 많아 가락국수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기차의 출발시간이 목전에 닿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이런 때 그 승객은 반도 먹지 못하고 일어나 천안역으로 숨기 일쑤였다. 한데 이럴 때가 나로선 어떤 ‘횡재의 날’에 다름 아니었다.

    돌을 씹어 먹어도 소화가 된다는 10대의 혈기방장(血氣方壯) 시기였기에 국수는 먹어도 금세 소화가 되었다. 따라서 그 손님이 남기고 간 반 쯤의 국수는 응당(?) 내 몫으로 귀착되었던 것이다. 낯설음은 여행을 떠나는 또 하나의 이유다.

    하지만 가락국수와의 만남은 과거와 상봉하는 살가운 계기와도 통한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시나브로 치아가 부실해지면서 밥보다는 국수가 더 친숙한 음식이 되었다. 국수, 즉 면(麵)은 밀가루에 물을 부어 반죽을 한 후, 이를 펴서 칼로 가늘게 자른 다음 말려서 물에 넣어 끓여 먹는 음식이다.

    국수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알려졌는데 그 역사가 자그마치 기원 전 5000년경부터라고 한다. 국수는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대체로 온면과 냉면으로 나누어진다. 봄과 가을 겨울엔 온면이 대세지만 여름엔 단연 냉면이 으뜸이다.

    여름엔 또한 고추장을 듬뿍 넣은 비빔면도 인기인데 얼음이 동동 뜬 식초 가미의 냉수를 곁들이면 더 좋다. 국수는 또한 예부터 장수를 상징하였기에 회갑연이나 결혼식 등지에서도 곧잘 잔치음식으로 냈다.

    제천역 가락국수가 과거 중앙선과 태백선 열차를 타던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거리를 담았다면 대전역과 천안역 가락국수엔 부산과 목포, 장항선 등지로 가는 이들의 헛헛한 뱃속까지를 ‘사통팔달’로 뚫어주고 채워주던 듬뿍의 정이 있었다.

    그 정은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이 따랐기에 사시사철 뜨거움에도 변함이 없어 더 좋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홍경석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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