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를 입에 담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맥베스를 입에 담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배우 장두이의 ‘커튼콜'│맥베스의 저주
  • 장두이
  • 승인 2012.07.10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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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절대로 맥베스 얘긴 꺼내지 말아!”
“맥베스 공연 도중 출연 배우가 죽었어!”
“맥베스는 늘 저주가 끼어 있는 작품이에요….”

서양 연극에서 맥베스(Macbeth)란 작품은 매우 조심스럽고 무서운 작품이다. 그 이유는 맥베스의 저주 때문이다! 필자가 1970년대에서 90년대 까지 뉴욕에서 한참 배우로서 일할 때도 맥베스 공연은 늘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5세에 이미 맥베스 역할을 연기했던 필자가 미국의 한 저명한 제작자에게 혼자 하는 맥베스 모노드라마를 제안하자, 그렇게도 절친하던 그가 난색을 표명한 적이 있다. 그만큼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인 맥베스는 특히 미국과 영국에선 매우 꺼리는 저주의 작품이다.

“그놈이 저주를 받아 밤이건 낮이건 잠들지 못하게 할 것이야…. 일곱 밤 일곱 낮 구구 팔 십 일 여든 한 번 허덕이게 할 거야…. 여자가 낳은 자는 맥베스를 헤치지 못할 것이다…! 버어남의 숲이 움직이지 않는 한 맥베스는 죽지 않을 것이야!”

맥베스 제1막의 막이 오르면 안개가 자욱한 속에 마녀들이 등장해서 맥베스 얘기를 저주와 함께 풀어낸다. 그러니까 맥베스는 그 자체가 저주의 연극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가? 미국에선 분장실에서 맥베스 얘기를 해선 안 되는 금기(禁忌)가 있다. 그것도 치명적인 금기다. 이러한 금기 사항이 두 개가 있으니, 분장실과 무대에 고양이가 지나만 가도 안 되는 것과, 두 번짼 분장실에서 맥베스 이름도, 작품도 거론하면 안 되는 것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 인간의 본능·욕망 그려
미신 믿지 않을 것 같은 미국서도 분장실서 맥베스 얘기는 금기사항

도대체 미신을 믿지 않을 것 같은 미국에 이러한 금기 사항이 있다는 것은 매우 재밌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러한 공연장 금기 사항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겐 다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선 요즘도 공연 전에 돼지 머리와 술을 놓고 무대에서 고사를 지내는데, 예전엔 여자 배우를 얼씬도 못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무대에 배설물이 있으면 안 되는 금기도 우리에겐 있어 왔다. 수 년 전 어느 대극장 무대 한 가운데에 누군가 한 주먹만한 ‘똥’을 싸놔서 큰 일이 있었던 기억이 새롭다.

여하튼 맥베스란 작품은 본래 스코틀랜드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였다. 셰익스피어는 이 이야기의 모티브를 따서 기막힌 명작으로 재 창조시켰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맥베스 부인의 가족이 덩컨 왕에게 살육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평소 맥베스 부인은 덩컨에게 복수를 꿈꿔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셰익스피어는 맥베스 부인이 왕권 침탈과 그에 따른 부귀영화를 위해 남편을 충동질해서 덩컨을 살해하도록 매우 본능적 야욕의 극적인 작품으로 만들었다.

사실 맥베스란 작품은 맥베스보다 그 부인 역할이 더욱 잔인하고 흥미진진한 캐릭터로 자리 잡고 있다. 맥베스 부인이 없었다면 맥베스는 싱거운 허수아비 같은 인물일 수 있다. 침실에서 속삭이고 충동질하는 부인의 내밀한 말이 곧 남편의 행동을 부추긴다는 진리(?)는 요즈음이라고 다를 것 없고, 그러고 보면 어느 민족이건 정권과 금욕에 얽힌 이러한 이야기는 비일비재한 것 같다.

“언젠가는 죽어야 할 몸이었다. 내일이 오고 또 내일이 오고 또 내일이 와서 하루하루는 기록된 최후의 순간까지 일보일보 기어들고, 우리의 어제란 날은 모두 어리석은 자들이 한낫 티끌로 돌아가는 죽음의 길을 비춰준다. 오,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한 것…!”

맥베스의 부인이 죽고 나서 내 뱉는 이 명대사는 맥베스가 비록 악역이지만 관객인 우리의 가슴을 저민다.
연극 뿐 아니라 오페라 맥베스나 무용 맥베스는 지금도 쉽게 공연하려는 의지를 못 내비치는 작품이다. 십 수 년 전 일본의 구로자와 영화감독이 맥베스를 일본 사무라이에 맞게 각색한 빼어난 수작 ‘The Throne of Blood’를 본 적이 있는 데, 역시 최고의 걸작품으로 기억에 남는다.
 

처절하게도 인간의 본능과 야욕과 욕망을 여지없이 그려낸 맥베스는 분명 저주의 명품이고 그래서 이 작품을 보는 이들에게 교훈을 안겨주는 가 싶다. 그러고 보면 연 극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뿌리 깊은 ‘영혼의 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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