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사육신 박팽년 탄생 600년, 충절과 기개를 되새긴다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사육신 박팽년 탄생 600년, 충절과 기개를 되새긴다
  • 이규식
  • 승인 2017.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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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동구 가양동 박팽년 선생 유허비 (오른쪽은 국가표준영정 지정 박팽년 상)

사육신 박팽년 탄생 600년, 충절과 기개를 되새긴다

1
햇빛이 곱기로 이만한 데가 또 있는가
우리 별 1호까지 우주의 빛을 날라다
이 장절정(壯節亭) 뜨락에 뿌리고 있다
내년에는 엑스포를 한다고
우리네 솜씨를 자랑하리라고
한밭 동네가 떠들썩하지만
일평양(一平陽) 박선생 유허비
흙에 묻힌 주춧돌을 찾아 세웠다는
이 헐벗은 비석 하나만큼
자랑거리가 어디 있을 수 있겠나.

2
수양이라는 사람 권력에 눈이 멀어
비록 조카에게 사약을 내리고
나라의 대들보며 기둥들을
싹둑 싹둑 잘라내었지만
그래도 우리 취금헌선생만은
아깝다고 참으로 아깝다고
귓속말로 빼돌리려고 했지만
그게 어림이나 있는 일인가
여기 이렇게 가을볕이 맑은 것도
저 사육신의 혼들이 나들이 온 때문이 아니겠나
우리네 귀로는 못 듣지만
자규사(子規詞) 노랫소리도 한창이 아니겠나.

 - 이근배, ‘가양동에 와서-취금헌 선생’ 전부

[굿모닝충청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대전시 동구 가양동 주택가 한복판 녹지공간에 비각이 하나 서있다. 사육신의 한 분인 취금헌 박팽년 (1417-1456) 선생의 유허비로 1989년 3월 18일 대전시 기념물 제1호로 지정한 사적지. 박팽년 선생이 살던 집터에 1668년 주춧돌을 모아 비를 세웠다고 한다. 비문은 우암 송시열 선생, 글씨는 동춘당 송준길 선생 등 당시 쟁쟁한 인물들이 추모의 정을 담아냈다. 비각의 이름은 장절정(壯節亭), 이보다 더 명료하게 박팽년 선생의 선비정신, 삶과 죽음을 요약할 수 있을까. 그후 6.25 전쟁시 파괴되었다가 중건되었다.

세조의 명나라 사신 접대 연회 장소인 창덕궁에서 단종복위를 꾀하던중 밀고로 발각되어 혹독한 국문을 받았다. 박팽년 선생은 “까마귀 눈비 맞아 희는 듯 검노매라, 야광명월이야 밤인들 어두우랴,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줄이 있으랴”라는 시조로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고 끝내 고문으로 옥사하였다. 죽음앞에서도 소신을 굽히지 않은 박팽년, 성삼문, 유성원, 유응부, 이개, 하위지 사육신 여섯분의 충절에 머리 숙인다.

입신과 영달을 앞세워 지조와 의리, 신념을 미련없이 내팽개친 숱한 인물들로 점철된 흑역사 가운데 박팽년 선생의 절개와 기상은 올해 탄생 60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조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자신이 섬긴 임금 한 개인과 왕조에 대한 충성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이 인간답게 살려는 의지와 노력이 얼마나 크나큰 고통과 참담한 희생을 요구하는지를 증거하는 역사의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20여년전 이근배 시인이 펴낸 ‘시가 있는 국토기행’에 수록된 이 작품은 “.... / 내년에는 엑스포를 한다고....” 라는 대목으로 보아 1992년에 집필된 듯 하다. 그로부터 또 4반세기, 그동안 우리 사회는 변절과 안면몰수, 자신의 출세와 영달을 찾아 의리와 신념을 헌신짝처럼 버린 그 얼마나 많은 인물들을 보아왔던가. 그들의 이력에 담긴 저간의 훼절과 배신의 광풍속에서도 취금헌(醉琴軒, 가야금을 좋아한 박팽년의 아호) 선생의 충절은 야광명월처럼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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