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오래 사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르신 고민 Q&A] “오래 사는 것이 두렵습니다”
  • 임춘식
  • 승인 2017.06.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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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올해 나이 80인데 건강도 좋지 않아서인지 오래 사는 것이 두렵습니다. 부인도 4년 전에 내 곁을 떠났습니다. 1남 3녀란 자식들도 객지에 나가 살고 있어 고독과 외로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부끄럽게도 자녀들은 물론 주위 동년배들하고도 성격상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편입니다. 오래 사는 것도 허망하고 연령(나이) 탓만 깊게 쌓여 갑니다. 사람답게 살다가 죽고 싶은데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아산)

A. 사람의 연령에는 자연연령, 건강연령, 정신연령, 영적연령 또는 심리적 연령, 사회적 연령 등 여러 종이 있습니다. 영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브롬디’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하면서 정신연령과 영적연령을 승화시키며 보냅니다. 그리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자연연령과 건강연령을 채워 보낸다고 했습니다. 성장하면서 보내든 늙어가면서 보내든, 인생길은 앞을 보면 까마득하고 뒤돌아보면 허망한 삶이라고 까지 표현합니다.

어느 시인은 '예습도 복습도 없는 단 한 번의 인생의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고 싶은 길도 있고 가기 싫은 길도 있지만, 가서는 안 되는 길도 있지만, 내 뜻대로 안되는 게 인생의 길인 것을 이 만큼 와서야 뼈저리게 느낀다.'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사람이 사람답게 늙고, 사람답게 살고, 사람답게 죽는 것이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일도 아주 멋지게 해 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잘 준비하고 준비된 것에 최선을 다하여 열정을 쏟아 부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연 어떻게 늙고 죽어야 할까? 라는 문제에 대해 사람들은 누구나 번민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늙고 사는 것을 영어로 웰에이징(Wellaging)이라고 합니다.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는 먼저 노년의 품격을 지녀야 합니다. 노년의 품격은 풍부한 경륜을 바탕으로 노숙함과 노련함을 갖추는 일입니다. 노년의 삶을 불안해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기 때문이지만, 오히려 노년은 지성과 영혼이 최절정의 경지에 이르는 황금기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최고의 노후는 우리가 무엇을 꿈꾸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노년은 24시간 자유입니다. 태어나서 처음 맞이하는 나만의 자발적 시간입니다. 여유작작하고 여유만만 한 여생의 시작을 위해 팡파르를 울려야 할 때입니다. 웰에이징(Wellaging)을 위해 노년 특유의 열정을 가져야 하는 시기 입니다. 노년의 열정은 경륜과 품격이 따릅니다. 노련함과 달관이 살아 숨 쉬는 풍요한 열정입니다. 나이 들어갈수록 이러한 열정을 잃지 않도록 해야 만이 노후생활이 즐겁습니다.

흔히 노년사고(老年 四苦)라는 말이 있습니다. 빈고, 고독이고, 무위고, 병고가 그것입니다. 가난과 외로움과 할 일 없음의 괴로움은 노년에 가장 큰 골칫거리 이며, 이와 함께 노후의 병고만큼 힘든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노년은 점점 의욕과 열정을 잃어가는 시기라고 속단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노년사고(老年 四苦)는 열정을 상실한 대가임을 알아야 합니다. 열정을 잃지 않고 사는 노후생활은 빈고, 고독이고, 무위고, 병고가 감히 끼어들 틈조차 없습니다. 노년기에 열정을 가지면 오히려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는 60-70대에 의하여 23%는 70-80세 노인에 의하여, 그리고 6%는 80대에 의하여 성취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역사적 업적의 64%가 60세 이상의 노인들에 의하여 성취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소포클레스가 ‘크로노스의 에디푸스’를 쓴 것은 80세 때였고,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0살이 넘어서였습니다. ‘다니엘 드포우’는 59세에 ‘로빈슨 크루소’를 썼고,  ‘칸트’는 57세에 ‘순수이성비판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의 돔을 70세에 완성했습니다. ‘베르디’, ‘하이든’, ‘헨델’ 등도 고희의 나이를 넘어 불후의 명곡을 작곡하였습니다.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는 또한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초라하지 않으려면 대인관계를 잘 하여야 합니다. 즉 인간관계를 ‘나’ 중심이 아니라 타인 중심으로 가져야 합니다.

미국 ‘카네기멜론 대학에서 인생에 실패한 이유에 대하여 조사를 했는데,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부족했다는 이유는 15%에 불과하였습니다, 나머지 85%는 잘못된 대인관계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만큼 인간관계는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가 소홀해 지면 불행의 싹이 돋아나 결국 자신만 손해를 보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이기주의적 성향이 강해집니다. 노욕이 생깁니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폭군노릇을 하고 자기도취에 몰입하는 나르시시즘(narcissism: 자기도취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대인관계는 결국 초라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는 염세적이고 운명론적인 생각이 지배하는 운명론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의 대인관계는 결국 초라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인간관계는 중심축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시 언급하면, 물질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 들수록 초라해 지고, 일 중심이나 ‘나’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로 초라해 집니다. 타인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따르는 사람도 많습니다.  가장 좋고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갖는 것은 상대방 중심의 인간관계입니다.

변함없는 가치관을 갖는 상대방 중심의 대인관계를 웰에이징(wellaging)이라 합니다. 웰에이징을 위서는 대인관계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결승점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합니다.

어쨌든 오래 살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비움’과 ‘내려놓기’를 준비하라는 그것은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라는 말이 아니라, 순수하게 잃어버림을 받아들이라는 말입니다. 주변의 사람도, 재물도, 그리고 의욕도, 어느 틈엔가 자신도 모른 사이에 떠나갑니다. 이것이 노년의 숙명입니다. 인간은 조금씩 비우다 결국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 세상을 뜨는 게 아닐까요?

행복한 노년은 무엇인가? 사람답게 늙고, 인생이 결국 사람답게 살다가 사람답게 죽는 것으로 마치는 삶의 과정입니다. 내 인생 ‘바로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는 신념을 갖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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