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단 담합 지적 결국 해프닝
철도공단 담합 지적 결국 해프닝
[노트북을 열며]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3.04.21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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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팀장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입찰 담합 포착’이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공단은 지난 16일 원주~강릉 철도건설 노반신설 기타공사 7개 공구에 대한 낙찰자를 결정했다.

당초 이 공사는 지난 1월 입찰을 진행해 이달 초 최종 낙찰자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입찰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담합의혹이 불거지면서 열흘 가량 일정이 연기됐다.

부정입찰, 즉 담합의혹은 통상적으로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제기하지만, 이번만큼은 발주처인 공단이 직접 포착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것으로 주목을 받았다.

공단은 최저가낙찰제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입찰에서 적정성 심사결과 업체가 제출한 산출내역서 등에서 부정 입찰 정황을 발견했다. 굿모닝충청이 지를 2일 기사화하자 공단은 ‘낙찰자 결정을 보류했다’고 지난 3일 공식적으로 밝혔다.

공단이 잡아낸 공구는 전체 7개 공구 중 4개 공구(2, 3-1, 3-2, 4, 5공구)로 사업비가 8000억 원이 넘는다. 부정입찰 의혹을 받고 있는 업체는 두산중공업과 KCC건설, 한진중공업, 현대건설 등 4개사.

공단은 ‘이들 업체가 1개 공구씩 돌아가며 공사비 절감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종별 기준금액을 인위적으로 낮춰 담합한 정황이 명백하다’며 소명자료를 제출케 한 뒤 계약심사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했다.

공단에 따르면 자신들이 밝혀낸 부정입찰 정황은 관련 서류 등을 볼 때 정황이나 의혹 수준이 아닌 사실상 확신에 가까웠다. 공단은 계약심사위원회에서 부정당업자 제재는 아니더라도 공정위 즉각 제소 등의 의견이 개진될 것으로 확신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공단은 계약심사위원회가 열린 지난 9일 입찰설명회를 열어 4개 공구에 대해 부정입찰 의혹이 있는 4개 업체를 제외한 채 재공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공단 계약부서 직원과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계약심사위원회는 공단의 ‘기대’와 달리 ‘담합 증거가 부족하다’며 제재 유보 결정을 내렸다. 당시 공단 관계자는 충격이 심했는지 “심사위원들도 우리가 제출한 서류 등을 보고 담합이 명확하다고 판단했지만 (증빙 서류가) 부족해 보류결정을 내린 것 같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

공단은 공정위 제소 여부 및 해당구간 재입찰 여부 등을 놓고 심각하게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제 와서는 ‘부정입찰’ 의혹 제기 자체를 가슴 속 깊이 묻어버린 모양새다.

입찰설명회를 통해 밝혔던 재공고 방침도 온데간데없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공단은 결국 지난 14일 의혹의 4개사를 포함시킨 채 보류했던 4개 공구에 대한 2단계 저가 심사 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한 뒤 16일 최종 낙찰자를 결정했다.

지난 한 달 가까이 진행했던 건설대기업에 대한 부정입찰 혐의 포착과 제재 논의 과정이 지금에 와서는 ‘해빙기에 빚어진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조짐이다.

공단은 이에 대해 “투찰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공정부문도 있고 해서 재공고하지 않는 쪽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낙찰자 결정 이후 뒤늦게야 공정위 제소 방침을 결정했다.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던 공단이 왜 하루아침에 꼬리를 내렸는지 스스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계약심사위원의 지적처럼 실제로 담합의 정황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들이댄 것인지. 아니면 외압에 의해 소신이 꺾인 것인지.

일각에서는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이 담합의혹을 공단에 제기하자 공단이 사실상 면죄부를 주기 위해 지금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공단은 실수인지 고의인지 어느 한 쪽으로 속 시원히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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