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실험쥐 희생 없이 생체 기능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생체신호센터 연구진은 실험쥐를 해부하지 않고 비접촉적 방식으로 뇌와 심장의 신호를 측정하는 ‘소(小)동물 생체자기 측정장치’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사람과 비슷한 유전자와 장기구조를 가진 실험쥐는 전 세계 동물실험 97% 이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연구과정에서 수많은 실험쥐가 희생돼 생명윤리로부터 효율성, 정확성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정확한 뇌파 측정이 어려웠다.
뇌파 측정을 위해선 실험쥐의 두개골 윗부분을 제거한 뒤 뇌에 전극을 삽입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뇌의 오류 반응, 체내 분비물로 전극이 산화돼 신호 잡음이 생겨 정확한 뇌파측정이 어렵다는 것.
따라서 연구팀은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SQUID)’를 활용, 이 장치를 개발했다.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는 초전도 현상을 이용한 자기장 정밀 측정 소자로, 이 센서는 자기장 측정 장치 중 가장 감도가 높아 지구 자기장 100억 분의 1 세기까지도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두개골 수술 없이 실험쥐의 뇌자도를 측정했다. 뇌자도는 뇌파가 발생시키는 자기장을 의미한다.
또 센서를 소형화‧밀집화해 장치 내 SQUID 센서의 배치를 최적화했다.
여기에, 초전도 상태를 유지시키는 액체헬륨과 측정 동물 사이의 간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극저온 단열통 구조를 개발, 공간해상도의 한계를 극복했다.
실험쥐 등 작은동물에 측정이 가능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또 이 장치는 심장의 기능도 측정할 수 있다. 실험쥐의 심근이 발생시키는 자기장을 정밀 측정하면 Long-QT 증후군과 같은 심장질환을 신약개발의 초기단계에서 진단할 수 있다.
KRISS 생체신호센터 김기웅 센터장은 “이번 기술로 동물의 희생은 최소화하면서 측정의 정확도는 최대화할 수 있게 됐다”며 “동물실험 뿐만 아니라 급증하는 애완동물 시장에서 동물의 뇌 및 심장질환을 진단하는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제학술지 ‘리뷰 오브 사이언티픽 인스트루먼츠(Review of Scientific Instruments)’에 온라인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