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② 대전 다문화가정 폭력 신고 지난해 1만건 넘어
[커버스토리] ② 대전 다문화가정 폭력 신고 지난해 1만건 넘어
무너진 ‘코리안 드림’-지원시설 확충 절실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7.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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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국내에서 배우자를 구하기 어려웠던 농촌총각들을 대상으로 국제결혼 중개업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하면서 중국, 베트남, 필리핀의 수많은 여성들이 한국으로 건너왔다.
한국 남성들은 도시 여성들의 농촌 기피 현상을 해결하고자, 동남아 각국의 여성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각자의 이상을 좇았지만, 하루 또는 이틀 만에 치른 국제결혼은 백년가약의 꿈이 아니라 일장춘몽의 아픔으로 되돌아왔다.
결국 한국 사회는 이주여성을 ‘돈 주고 사온 여성’이라는 색안경 속에 가두기 시작했고, 그 인식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이주여성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국을 떠나온 결혼 이주여성들. 그들의 상당수는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쫓겨나지 않을까 움츠러들었고, 머나먼 타향에서 의지할 곳 없는 외톨이로 힘든 하루하루를 이어가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 사회의 또 다른 구성원인 결혼이주여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실제 사례와 대전의 지원센터 프로그램 등을 통해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세계화·국제화 추세와 2000년대 중반 한국 국제결혼 중개업의 호황까지, 최근 급증한 국내 다문화가정 세대 및 이주노동자, 이에 따른 이주여성의 폭력 피해 문제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지난 22일, 법무부가 ‘2016년도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연보’를 발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까지 파악된 국내 체류외국인은 200만 명을 돌파했다.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국내 체류외국인 비율로 따지면 체류외국인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6년 1.9%(91만 명) 이후 11년 만인 2016년 약 4%(204만9441명)로 급증했다.

체류외국인의 국적별 비중은 중국 49.6%(101만6607명), 베트남 7.3%(14만9384명), 미국 6.8%(14만222명), 태국 4.9%(10만860명), 필리핀 2.8%(5만6980명), 우즈베키스탄 2.7%(5만4490명)순으로, 베트남이 역대 최초로 미국을 제치고 두 번째로 체류외국인이 많은 나라가 됐다.

중국에 이어 베트남이 10여 년 만에 2위로 오른 데에는 국제결혼으로 인한 결혼이주여성과 경제활동을 위한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2015년 발표한 전국다문화가족실태조사도 이를 입증하고 있다.

실태조사에서는 결혼이민자·귀화자 수를 30만4516명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는 2012년 대비 7.52% 증가한 수치다. 성별 구성비는 여성이 81.5%, 남성이 18.5%로, 여성 구성비가 2012년 대비 1.7% 증가했다.

대전에서도 다문화가정은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전시의 ‘2016년 다문화가족 현황’을 보면 대전의 다문화가정은 지난해 12월 기준 5610세대다. 이는 2010년 3900세대에서 6년 사이 44%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와 더불어 이주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도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다누리콜센터(다문화가족종합정보전화센터)의 지난 2016년 가정폭력 관련 상담건수는 4만8468건으로 전체 폭력 건수(15만520건) 중 32%를 차지한다. 대전콜센터의 경우도 2009년 상담건수 5077건 중 가정폭력은 6.5%에 해당하는 330건에서 지난해 1만756건 중 1443건(13.4%)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절대적 소외계층에 속하는 이주여성을 가정폭력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인프라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이주여성에게 법률적인 자문을 비롯해 전문화된 상담을 제공하고 있는 대전다누리센터는 대전을 포함한 세종, 충남, 충북 일부지역을 관할한다. 대전센터를 비롯해 광역별 센터는 서울, 경북, 구미 등 전국에 7곳에 불과하다.

대전센터에는 현재 중국과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일본 등 5개국의 상담사와 2명의 한국인까지 7명이 근무하지만, 연간 상담건수는 1만 건이 넘는다. 센터 관계자는 “대전센터의 근로여건이 그나마 낫다. 대부분의 광역별 콜센터에는 3~4명이 근무하고 있어 업무 피로도가 극심하다”고 밝혔다.

지원시설의 부족은 상담센터의 문제만은 아니다. 피해 이주여성이 거주할 수 있는 이주여성쉼터 시설도 부족하긴 매한가지다.

가정폭력, 성매매 등의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을 보호하는 시설인 대전이주여성쉼터는 최대 20명을 수용할 수 있는데, 2015년 기준 하루 평균 18.9명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거주 가능 기간이 2년인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하다고 보긴 어렵다.

대전이주여성쉼터 박민정 소장은 “현재 대전 쉼터에는 피해 이주여성 5명과 자녀 6명 등 총 11명이 시설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대전의 경우 최근 폭력으로 보호시설 사용을 요청한 피해여성이 소폭 감소한 추세여서 당장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수용인원이 충분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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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이 다가 아니다? “이주여성노동자의 눈물”
방범장치, 난방시설 없는 ‘월 15만 원 짜리’ 비닐하우스… 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지난 2015년 농업비자인 E9비자로 한국에 온 甲(25·여)씨는 경기 용인의 한 농장에서 채소 농사를 짓는다. 근로계약은 1년마다 갱신됐지만 농장주로부터 근로계약서를 건네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근무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이고 1시간의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그런데 근로계약서는 노동자가 1부, 농장주가 1부를 갖고 농장주는 이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인데, 2015년과 2016년 농장주가 제출한 근로계약서에는 甲씨가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월 224시간(하루 8시간씩 28일) 노동하는 것으로 작성돼 있다.

실제 甲씨는 월 2번 휴무에 시간제로 최저임금을 받았다. 연장근무수당, 휴일수당 등은 없다. 근로기준법 63조가 ‘농축산업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甲씨가 일하는 시간은 월 280시간에서 308시간에 달했고, 이는 농장주가 노동부에 제출한 224시간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그렇다고 월급을 다 받는 것도 아니다. 숙식비를 공제하기 때문이다. 甲씨의 숙소는 슬레이트 판넬로 덮은 가건물로, 농장주가 숙박비 명목으로 월마다 30만 원을 떼 간다. 甲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남 밀양의 깻잎 농장에서 도망쳐 이곳 농장으로 온 캄보디아 여성노동자들은 냉·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가 숙소였다.

비닐하우스 숙소 등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지난해 12월 고려대 법학연구원이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152명과 베트남 여성 노동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주여성 농업노동자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이들의 노동 환경의 열악함을 여실히 드러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숙소는 시건장치가 부서진 채 방치돼 있었다. 이주여성노동자들은 “옷을 갈아입을 때 사장님이 문 앞에서 쳐다보고, 노크도 하지 않고 마음대로 들어온다”, “심지어 잠을 자고 있을 때도 쳐다보는 것을 목격했다”며 성추행이 비일비재하다고 증언했다.

그렇다고 이주노동자들이 문제제기를 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고용허가제에서 사업자가 이직 승인을 해줘야 다른 곳에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을 쉽게 옮길 수도 없다.

심지어 뿔난 사업주가 이탈 신고를 해 접수 처리라도 된다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한다. 성추행으로부터의 보호는커녕 잠금장치 하나 없는 비닐하우스 속에서 이주여성노동자들은 눈물을 머금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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