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케이킷 강은구의 힙합은 잔잔하면서 뜨겁다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케이킷 강은구의 힙합은 잔잔하면서 뜨겁다
대전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차세대 아티스타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6.3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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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⑥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요즘 젊은이들의 문화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를 둘러보아도 힙합이다.’라는 말에 공감할 수 있다. 옷가게에 진열된 옷도, 음악차트의 꼭대기에 정렬된 음악들도, 거리공연을 하는 춤들도 모두 힙합이다. 힙합이 어떤 매력을 가졌기에 이렇게 2017년, 우리 사회의 청년들을 점령해버렸는지 궁금해진다. 장난기 많은 청년의 얼굴을 가진 강은구(예명 케이킷) 씨는 힙합 얘기가 나오자 속사포처럼 그 분야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힙합은 1970년 후반, 뉴욕의 빈민가에서 출발한 흑인들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단순히 음악의 한 종류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랩, 디제잉, 그래피티, 비보잉, 비트박스 등, 흑인이나 푸에르토리코계 청년들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문화 전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처럼 비주류의 문화가 지금의 한국 대중문화에서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동력은 그들이 힙합을 했던 이유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힙합은 그들 앞에 놓인 어두운 현실을 헤쳐 나가는 위안이자 희망이었기에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힙합에 열광하는 이유는 막막한 눈앞의 현실 때문일 수도 있다.

“멋있잖아요. 춤추는 일 말이에요. 그래서 춤을 추기 시작했어요.”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직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전공한 스트리트 댄스는 올드 스쿨과 뉴 스쿨로 나뉜다. 올드 스쿨은 다시 비보잉, 팝핑, 락킹, 왁킹으로 갈라진다. 이중에서 팝핑이 전문으로 했던 강 씨는 연기와 보컬을 함께 배우기 시작했다.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과정이었어요. 춤을 마음 한 구석에 품고서 찾아간 곳은 보컬 학원이었어요. 힙합으로 폭넓게 표현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거기서 랩을 만났어요. 저를 표현하는 새로운 방법이었죠.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열심히 노력했죠. 지금 춤으로는 조금 나이가 있는 편이지만 랩만큼은 현재의 상황에서도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타로도 선정되었잖아요?”

대전에서 만든 독립 레이블
현실의 한복판에서 힙합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외치는 청년은 이렇게 성장해왔다. 현재 전문적인 스트리트 댄서이자 래퍼로 활동하고 있는 강 씨는 대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예술종합학교에서 스트리트 댄스를 전공한 후 대전에서 힙합을 하기로 작정한다.

“‘뉴 메드 후드’는 대전에서 활동하는 래퍼는 물론 댄서, 사운드 엔지니어, 디제이, 프로듀서, 작곡가까지 다양한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의 음악을 직접 만들고 또 유통하는 독립 레이블입니다. 말하자면 음원을 만들어 유통하는 작은 회사를 예술가들이 직접 만든 거죠.”

이 일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자신의 색을 지켜나가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이들은 거친 길을 선택하고 3년째 그 길에 남아있다. 그동안 ‘뉴 메드 라이브’ 멤버들이 모여 만든 곡은 현재 서른 곡 정도이고 올해 말까지 예정된 것까지 합하면 오십 곡이 넘는다. 이렇게 만든 곡들은 인터넷 포털이나 디지털 음원 전문 유통회사와 계약해 유통하거나 동영상 사이트에 무료로 공개하기도 한다. 이제 주제는 이들이 어떤 음악을 추구하는지로 바뀌었다.

“대중예술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세속적인 목적만 있다고 생각하죠. 명예, 돈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힙합으로 일상을 노래하는 래퍼가 되고 싶어요. 성공과 명예도 물론 좋지만 우리 삶에 가까운 이야기들은 아주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제 음악은 일상을 노래하는 잔잔한 힙합이에요.”

새로운 힙합 새로운 공연
이렇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으로 음악을 만들고 또 그렇게 공연을 해나가는 일에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다. 바로 경제적인 것이다.

“우리 같이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기관에서 하는 지원을 잘 몰랐어요. 그러니까 당연히 관심도 없고 절차에도 익숙하지 않았죠. 작년 말에 처음 대전문화재단에서 젊은 예술가들을 찾아 지원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이런 지원으로 작년에 두 번의 공연이 있었고 오는 9월, ‘뉴 메드 라이브’의 세 번째 공연이 잡혀있다. 아직 유명하지 않은 젊은 팀의 공연이기에 공연장이 꽉 차고 티켓이 매진되는 일은 없었지만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힙합 콘텐츠로 90분을 꽉 채운 알찬 공연을 했고 또 새로운 기획으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공연의 진행 방식과 주제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매번 새로운 일은 어렵죠. 힙합이라는 틀이 있고 또 아티스트마다 코드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에 시간을 할당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색깔을 충분히 보여주는 에피소드 형식을 취했어요.”

그들은 이렇게 음악을 즐겁게 공유하고 있었다. 많은 티켓이 팔리지 않더라도 재미있게 공연하고 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일체가 되어 즐겼다면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이다.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 또한 공연의 일부이기에 아주 중요한 경험이다. 각자의 역할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들고, 공연장을 찾고, 무대를 설치하고, 조명을 구상하는 일 등을 많은 인원이 함께 하면서 일체감도 얻었지만 이 과정에서 돈 문제를 걱정하지 않고 즐겁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큰 경험이었다.

“우리는 열 명 모두가 각자의 예술적 역할을 가지고 있어요. 그렇게 자신의 역할들을 합쳐 기획이 이루어졌죠. 공연을 만들고 무대를 책임지는 사람과 무대에 서서 공연하는 사람들이 따로 있으면 좋은데 우리는 무대가 끝나면 다른 사람이 공연할 때 내려와 음향도 체크하고, 무대도 관리해야 했어요. 전체 공연을 기획하는 일에 있어서는 전문 기획자는 아니었죠. 운영에 있어서 부족한 면도 많고요. 그런데 이번에 여유를 가지고 새롭게 공연을 기획하고 열면서 더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되었어요.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분리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연이라는 큰 안목으로 보게 되었죠.”

지금까지의 공연을 돌아보고 또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하는 강은구 씨에게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 말고 다른 생각은 없었다. 물론 현재 꾸려가야 하는 생계도 중요하고 미래를 설계해야하는 비전도 있어야하지만 정신적인 목표는 딱 하나 ‘좋은 음악을 만들자’였다.

“힙합하면서 누구라고 불리네, 뭐 이런 타이틀보다는 ‘와, 쟤네 음악 참 좋다’ 이런 말을 들을 겁니다. ‘대전에서 힙합을 하면 얼마나 하겠어’ 이런 편견을 깰 수 있는 실력을 만들어야죠. 그래서 이번 주도, 다음 주도, 또 그 다음 주도 매주 노래를 만들어야죠.”

그는 계속 새로운 음악을 만들 것이고 그렇게 새로움의 끝을 향해 달려가다 보면 거기서 좋은 음악을 만날 것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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