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진나라에 ‘상앙’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법을 통해 나라의 기틀을 잡으려고 했다. 그는 여러 변법들을 쏟아냈고, 강력한 법치를 토대로 진나라는 강국(康國)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상앙의 전폭적인 지지자였던 효공이 죽고 태자였던 혜왕이 왕위를 이어받게 되자 그는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다. 백성들과 신하들, 심지어 혜왕까지도 그의 강력한 법치에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상앙은 도망을 치던 중 한 여관에 들어가는데 여관 주인은 상앙에게 통행권을 요구하며 투숙을 거부한다. ‘상앙의 법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결국 그는 체포되어 죽음을 당한다. 상앙의 비극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민심을 읽지 못한 ‘강력한 법치’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2월 스리랑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니말 씨가 불이 난 집 안으로 들어가 90세 할머니를 구조하고 자신도 상해를 입었다. 그러나 몸이 다친 것 보다 더 큰 문제는 그가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그를 의상자에 선정했으나 불법체류자라는 신분 때문에 보상금을 제외한 혜택은 받지 못한다. 오히려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불법체류 벌금 400만 원과, 병원의 진료비 진료비와는 별도의 의료비 환수금 800만 원까지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다쳐서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 설상가상이다. 더욱이 이미 불법체류자 신분이 밝혀진 그는 언제든지 본국으로 송환될 일만 남았다.
혹자는 법치의 준엄함을 내세워 불법체류라는 범법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강력한 법집행을 생각할 때는 늘 상앙의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 강력한 법집행만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아니다. 사실 불법체류자의 가장 큰 문제는 신원이 파악되지 않아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우려들도 많다. 불법체류자를 바라보는 시선 중 하나가 높은 범죄 가능성인데,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는 체류외국인 중 불법체류자의 범죄율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수면위로 올라오지 않는 이들에 대한 괜한 기우인 것이다.
이번 니말의 경우는 불법체류자 인식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아가 그에 합당한 처우가 뒤따라야 한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이 곧 추방으로 이어진다면 기껏 수면위로 올랐던 불법체류자 이슈는 다시 가라앉게 될 것이다. 선행에 대한 체류기간 연장 및 벌금삭감 등 그의 선행에 대한 상(賞)으로 ‘일벌백계(一罰百戒)’가 아닌 ‘일상백계(一賞百戒)’가 되어야 한다.
지난 2007년. 주상복합건물 현장에서 한국인 11명의 목숨을 구한 불법체류자 몽골인 4명에게 합법적 체류 자격을 주었던 선례가 있다. 불법체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이 크기에 과오는 사면하겠다는 이유였다. 법의 준엄함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법이 허용하는 아량 역시 필요하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