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비를 바라보고 느끼며 노래하는 다양한 시선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비를 바라보고 느끼며 노래하는 다양한 시선
  • 이규식
  • 승인 2017.07.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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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바라보고 느끼며 노래하는 다양한 시선

1.
바위를 베고 누워
나무 뿌리와 金鑛石에 닿는 꿈꾸는
물줄기의 잠이다
목마른 풀잎 끝 적시는 시간의 어둠이다.
창살에 자욱한 안개로 피어오르는
비는
애기씨꽃나무 잎새를 두드리는 울음이다.

2
허리에 닿는 身熱 몇개를 製鍊하여 얻어낸다.
산너머 바다에 몰려 있는 구름떼
흐르려 하는 힘의 向方을.
숲속 어둠의 눈썹 떨리게 하며
멥새 날갯소리 죽여 접게 하는 이상한 느낌을
地上에서 하늘까지 안테나를 세우면
걸린다. 벼랑 끝에 선 저기압의 음모
線을 건드리는 빗방울
손톱 끝까지 파고 들어 신경을 태운다.

3
사랑, 흐르지 않아도 언제나 흐르는 물줄기.
열쇠를 가지고 숲의 門 열면
심장에 흘러드는 비가 보이고
물오른 애기씨꽃나무
불씨로 살아오르는 숨결이 보인다
꿈, 비가 내리지 않아도 언제나
바닥까지 生을 적시게 하는 빗줄기.

- 김백겸, ‘비를 주제로 한 서정별곡’ 전부

#. 비를 기다리며
오랜 가뭄으로 국토가 타들어 가고 있다. 요즈음 이따금 비가 내리지만 해갈과 농작물 생장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장마가 곧 시작된다는데 행여 수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적정이다. 수리시설이 현대화되고 농사기법이 발달했다지만 아직 강수량에 의존하는 전통적 농법이 상존하니 애끓는 농심에 온 국민이 함께 안타까워 한다. 그동안 미세먼지 농도에 관심을 쏟았는데 비소식을 기다리는 온 국민의 마음이 하늘에 닿기를 바란다.

근래 기상이변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 놓은 오염,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영향이 크다는데 봄, 가을이 점차 짧아지며 여름, 겨울이 길어지는 가운데 시도 때도 없이 맞이하는 난데없는 이상기후는 어떤 징조일까. 온나라가 애타게 기다리는 비를 생각하며, 흠뻑 비가 내리기를 소망하며 비를 소재로 한 시 작품을 읽어본다.
 
#. 비에서 생명과 활기, 희망을 보다
비는 대체로 시에서 우울하고 어두운 심상을 상징하는 매개물이었다. 폴 베를렌의 ‘내 마음에 비가 내린다’라는 작품은 이런 쓸쓸한 정서를 단순한 어휘와 이미지를 사용하여 표현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리고 이런 정서가 오랫동안 비에 대한 일반의 상투적인 감성의 윤곽을 형성해오고 있다.

내 마음에 눈물 흐른다/ 도시에 비가 내리듯이/ 내 마음을 파고 드는 / 이 우울함은 무엇인가// 오, 땅 위에 지붕 위에 / 부드러운 빗소리/ 권태로운 마음에/ 아, 비의 노랫소리!  - 폴 베를렌, ‘내 마음에 눈물 흐른다’ 부분

대체로 슬프고 내향적인 비의 이미지 전개와 이를 수용해온 것이 예술 특히 시의 오랜 전통이었다면 김백겸 시인은 비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성을 긍정적이며 젊고 싱싱한 분위기로 전환시킨다. “...불씨로 살아오르는 숨결이 보인다 / 꿈,  비가 내리지 않아도 언제나 / 바닥까지 生을 적시게 하는 빗줄기.”라는 마지막 대목처럼 꿈과 비를 잇는 유연한 시행 전개속에 맑고 참신한 시어를 구사하며 한 폭의 청량한 수채화를 펼쳐 놓았다. 시가 어려워 지는 시대, 일상의 자연현상에서 깊은 함의를 끌어내며 삶과 자연을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시의 힘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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