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간 20만명 보살핀 천안 이화둥이 ‘대모’를 만나다
32년간 20만명 보살핀 천안 이화둥이 ‘대모’를 만나다
Since 1985 ‘천안 이화병원’ 이종민 원장 인터뷰
  • 윤현주 기자
  • 승인 2017.07.03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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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윤현주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1985년 6월 1일 문을 연 이화산부인과가 이화여성병원을 거쳐 이화병원으로 자리한지 32년이 됐다.

85년 개원이후 이화병원에 등록된 환자 수만 20만 명이 훌쩍 넘는다하니 천안에 거주하는 가임기 여성은 모두 이화병원을 찾은 셈이다.

그 긴 시간, 이화병원을 이끌어온 이종민 원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었다.
다음은 이종민 원장과의 일문일답.

이종민 원장 (천안 이화병원)

이화병원 창립 32주년이 됐다. 실감이 나는가?
“정신없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3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다. 바쁘게 사느라 시간이 흐르는 걸 직접 느낄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간혹 내가 30여 년 전에 이화병원에서 받은 이화둥이가 아이를 낳으러 올 때면 그 때 ‘아, 내가 오랫동안 이화를 지켜왔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정도랄까?”

이화둥이의 아이를 받을 때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친정 엄마는 딸이 진통을 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대신 아파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또 딸이 출산을 하고 나면 자신이 출산을 했을 때보다 더 큰 감동을 느낀다. 내 맘이 그렇다. 뭉클하다 못해 가슴을 울리는 전율 같은 게 있다. 내 손으로 받은 작은 생명이 잘 자라서 성인으로 내 앞에 서있는 것도 기특한 일인데, 출산이라는 큰 관문까지 훌쩍 넘는 걸 보면 너무나 감동적이다. 한 번은 미국에서 인연을 맺어 결혼을 한 부부가 출산을 하러 왔다. 그런데 부부가 이화둥이였다. 천안 내에서야 그럴 수 있다지만 미국에서 만난 부부가 이화둥이라니... 나도 놀랐다.”

지금껏 원장님이 받은 아이가 얼마나 되는 건가?
“3만 명은 족히 넘는다. 그 아이들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지만 그 어떤 아이도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터뜨리는 첫 울음에는 가슴 찡한 감동이 있다. 그것 때문에 내가 산부인과 의사로 살고 있는 것이고...”

원래 산부인과 의사가 꿈이었나?
“아니다. 나는 원래 사범대를 희망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의대를 권하셔서 의대를 가게 됐고, 배우고 일을 하면서 책임감과 사명감이 생겼다. 의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알면 알수록 더욱 궁금한 게 많아졌고 환자를 대면하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사명감이 생겼다.”

산부인과 의사로 사는 게 마냥 행복한 건 아닐 것 같다. 더구나 이화병원은 출산을 하는 병원이라 24시간 대기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어떤가?
“내 생활이 없는 건 맞다. 출산이라는 게 정해진 날에 딱 맞추는 것도 아니고 뱃속 아이의 상태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사실 참 어렵다. 지난 3월, 저녁 9시쯤 산모가 진통이 있다고 해서 내원을 했는데 별 다른 증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피가 왈칵 쏟아져서 확인했더니 태반조기박리였다. 태반조기박리란, 태아가 분만되기 전 태반이 먼저 떨어지는 건데 산모와 태아 모두 위험해 질 수 있다. 당시 아이의 호흡이 너무 약해서 보호자에게 이야기 하고 수술실로 옮겨 부분 마취 후 태아를 꺼냈다. 그런데 처음엔 아이가 숨을 쉬지 않더라. 정말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붙들고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하니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산모 또한 어렵고 힘든 수술을 잘 견뎌줘서 아이와 함께 무사히 퇴원을 하게 됐다. 그 일을 겪으면서 ‘내가 산부인과를 택했을까?’ 하는 자괴감과 함께 ‘그래도 내가 산부인과 의사라 다행이다’라는 두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만약 그 때 산모를 대학병원으로 옮겼다면 가는 도중에 잘못 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는 나 혼자서 한 게 아니다. 오래도록 함께 해온 병원 가족들이, 산모와 아이가 함께 힘을 내줘서 가능했던 일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렇게 한 고비를 넘기면 또 다시 시작할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이 큰 것 같다.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다. 나는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하지만 내 손으로 생명을 끊는 일은 하지 않는다. 우리 병원은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중절 수술은 일체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인간의 판단은 한계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되 그 외적인 것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
“환자들이 건강 할 때 행복한 게 의사다. 그게 의사의 소명아닌가. 갑자기 생각난 건데 마흔 두 살의 불임 환자가 우리 병원을 온 적이 있다. 마흔 둘이 되도록 아이가 없었으니 얼마나 마음 고생, 몸 고생을 많이 했겠나? 그런데 우리 병원에서 시험관으로 임신을 했고 건강한 아들을 출산했다. 임신과 출산을 거치는 그 과정을 함께 하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퇴원 후 병원으로 꽃게를 잔뜩 보내줘서 병원 식구들과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도 난다. 아이가 얼마나 컸을지 궁금하다.”

지난 32년, 정말 부지런히 달려온 듯하다. 앞으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여성 암센터 개소 이후 더욱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암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암이 생기기 전 몸의 변화를 확인해 미연에 방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암 환자의 경우 고령이 많고 갖가지 질병을 동시에 가진 경우가 많아 더 해야 할 공부가 많다. 더 공부할 수 없는 나이가 될때까지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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