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작업실-④] 책 읽는 화가 정명희
[화가의 작업실-④] 책 읽는 화가 정명희
시인 도복희가 바라 본 화가의 작업실
  • 김영태 시민기자
  • 승인 2017.07.0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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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화가가 만나면 어떨까? 영혼의 울림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이들의 만남. 지역 시인인 도복희 시인이 만나는 화가의 작업실은 그렇게 기획됐다. 앞으로 도복희 시인은 매달 지역 화가들의 작업실을 찾아 화가들의 예술혼을 조명하고 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네 번째 글과 영상은 책 읽는 화가 정명희이다. [편집자 주]

작업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인도에 관련된 책을 읽고 있었다. 진보라색 셔츠에 청바지를 걸친, 언뜻 보면 청년의 모습이었다. 얼마 전 대전 갤러리에서 “錦江, 또 다른 얼굴” 이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마친 직후였다. 건네 준 팸플릿에 “정명희 미술관 개관 6주년 기념 그림외길 50년”이라고 쓰여 있었다. 50년이라니 내가 살아온 길이만큼 그는 그림을 그려온 것이다. 그것도 가열차게 그림에 청춘을 바쳐가며 작업에 열정을 쏟아 부은 것이다. 한 가지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색깔이 너무나 분명하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면서 지독한 외로움일 수 있다. 분명한 자신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철학적 깊이로 고독한 한 세상을 건너가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그림자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기산 정명희는 분명한 철학적 소신을 가지고 있는 작가였다. 
 금강을 쓴 신동엽 시인의 미수를 추모하여 계획된 전시회는 50년 간 금강을 그려온 그에게 특별했다. “신동엽 시인은 저항정신 이라는 결과물을 시를 통해 보여 준 분이다. 나에게서 부족한 저항정신을 그로부터 배우고 싶다”고 화가는 말했다. 모든 불의에 대한 저항은 예술가에게 어쩌면 생명일 수도 있다.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워지기 위해 깨져야 하는 삶은 고단할 수 있으나 작가에게 가장 위대한 예술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명희 화가는 기존의 관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는 금강의 작가라 불릴 만큼 금강의 물줄기를 화폭 안에 담아왔다. 똑같이 보이는 강물이지만 하루도 같은 강물이 아니듯이 화가 정명희의 화폭 안에 모든 강물은 색과 표정이 다르다. 
 그는 같은 자연물을 가지고 인간의 섭리를 찾아가는 수행자인지도 모른다. “나는 물 밖에서 물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물 안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완전한 물아일체의 경지가 아니던가. 결국 인간이 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눈으로 바깥을 응시하겠다는 새로운 발상이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그 지점에서 작가는 자연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에 이른다. 이렇게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기존의 아름다움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로움이 탄생된다. 기산 정명희 화백은 식지 않는 작가정신으로 그 새로움에 한발 다가선다. 
 78번째 개인전이라고 했다. 그간의 경력을 다 나열하기 힘들만큼 그는 쉬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 화가에게 언제 그림을 그리느냐는 질문은 질문이 아니다. 화가는 기본적인 생존의 시간을 제외하고, 붓을 들어야 하는 거라고 했다. 
 정명희 화가는 안견미술상, 대전시문화상, 선화기독교미술관 미술상, 겸재미술상, 올해의 미술가상, 대전미술대전 초대작가상 등 그의 수상 경력 역시 화려하다. 현재 대전광역시교육청 정명희미술관 명예관장과 소야장학재단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그가 50여 년 간 화폭 안에 옮겨 놓은 강물은 “지속적이고도 반복적인 흐름으로 소통과 상생을 아우른다. 동시에 파괴적이고 서정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흐르다가, 순리를 가로막는 장애와 맞닥뜨리면 부딪쳐 저돌적으로 저항한다. 그러므로 강물은 인간의 영원한 자유의지를 나타낸다. 이러한 자유의지는 기산 정명희 화백의 그림에서 ”새“로 상징화 되어 표현되고 있다. 그의 그림 어디에나 날아다니는 새는, 세상의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이다. 
 높이 나는 새의 자유로운 날개 짓을 그의 모습에서 발견한 아침,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한 발작 지상으로부터 날아오르는 착각은 순전히 화가의 좋은 기운 탓이리라.

글_도복희 시인 / 영상_김영태 PD

기획·제작_모둠티비

[굿모닝충청 김영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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