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대전지역 언론, 똑같은 목소리… 독자 신뢰 잃어”
[창간 5주년 특집] “대전지역 언론, 똑같은 목소리… 독자 신뢰 잃어”
지상대담-지역 언론의 역할과 기능 어디에
  • 황해동 기자
  • 승인 2017.07.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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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의 홍수, 뉴미디어 시대를 맞이하면서, 언론의 전통적 역할과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보도 행태와 경영방식 등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지역 언론들은 생존을 위해 언론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도외시하고 있다. 기관과 단체들 역시 광고비를 내세워 언론의 입을 틀어막고 있다. 제대로 된 정보의 전달이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 사실이 왜곡되는 안타까운 현실도 드물지 않다.
지역 언론이 새롭게 정립돼야 할 필요성은 새 정부의 핵심 기조인 실질적 지방자치·분권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 지역 발전이라는 근원적 화두를 안고 있는 지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본다.

토론자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기획2부 처장)
-정재학 대전 언론문화연구원 이사장
-이기동 민언련 사무국장

대담=황해동 편집국장

 

왼쪽부터 정재학 이사장, 김재영 교수, 이기동 사무국장

미디어 홍수 시대다. 지역 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어떻게 변했는지, 또 지역 언론의 역할과 기능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정재학 이사장=종이신문과 지상파 TV에서 인테넷·SNS 등 뉴스 전달 창구가 다양해졌다. 지역 언론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독한 지방화·차별화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또 하나의 언론 형태로 기존 매체들과 비슷한 행태는 기자들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에 불과하다. 언론 상호간에도 좋지 않고 지역사회에도 민폐를 끼칠 수 있다. 철저한 지역화가 필요하다. 지역의 뉴스, 뒷골목 뉴스라고 할 정도로, 중앙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는 디테일한 이웃의 이야기까지 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이기동 국장=과거에는 지역 언론들의 의제 설정과 여론화 기능이 있었는데, 다매체 시대가 되면서 오히려 그런 역할들이 축소된 상황이다. 의제 설정 기능보다 단순한 사실 전달에 머물고 있는 것 같다. 과거에 비해 기능과 역할들이 축소됐다.

김재영 교수=지역은 독자성의 개념이다. 독자적 삶의 단위다. 그걸 전제로, 예나 지금이나 언론 타이틀이 붙는다면 바뀔 건 없다. 첫 번째는 지역민의 알권리 실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민의 원하는 것, 불만사항 취합하고 의제화해서 공론화 시키고 입법기능에 적용시키는 공론장 기능이 필요하다. 지역 언론의 문제는 이 역할을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다.

특히 선거 때는 언론이 휘어잡아야 한다. 지역 의제를 만들어 후보자들이 연구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향식 구조를 통해 지역 의제들이 정치에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 현대는 미디어 홍수가 아니라 초 연결사회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개인이 미디어가 된 것이다. 이런 시대에 기성 언론들은 알권리 실현과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은 더 커졌는데, 오히려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 간극이 커지면서 구독률은 더 떨어져 있다.

정=지역 의제와 아젠다를 발굴해 입법기능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선거 사례는 좋은 얘기다. 언론이 시민들과 함께 의제와 시책을 발굴하고, 이를 후보가 받도록 하고 후보지지까지 연결되도록 하는 것, 더 큰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 지역 언론이 그런 일을 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 환경도 열악하다. 생존의 문제와도 연관되며, 기자들 자질 문제도 있다. 김 교수가 제시한 것이 큰 방향과 목표인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다만 중앙 언론과 달리 지역 이익도 대변해줄 수 있는 지역 소식을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체별 특성을 가져야 한다. 독자들이 다양한 매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배타적 지역주의가 아니라 포용적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지역화가 이뤄져야 한다. 언론의 원론적 기능과 지역화의 조율, 그 속에서 지역 이기주의도 적당히 조율돼야 한다고 본다.

김=지역의 이익이 누구의 이익인지 판단해야 한다. 현재 보도를 둘러싼 경쟁은 선명성 경쟁이고, 비판의 상품화다. 기관을 때리면서 기능을 다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이다. 성과주의에 매몰된 것인지, 유지들의 이익에 그친 것인지 등 지역민의 이익에 얼마나 큰 영향이 있는가를 숙고해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 이슈들은 지역민들의 삶과 밀접하지 않다. 

이=국책사업을 따오면 지역사회를 발전시키고 아니면 뭔가 지역사회가 크게 활성화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나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여전히 발전할 것이란 기대심리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대안으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는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의제 설정과 공론화장으로서의 과정이 빠져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재 대전에서는 도시공원 민간특례 사업, 갑천 친수구역 개발 문제 등을 두고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사회가 나서야 될 문제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대전지역 언론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타 지역과 중앙정부를 상대로 한다면, 지역민의 이익을 전제로 언론이 함께 대응해 나가야 된다. 모든 언론이 똑같은 방향으로 ‘옳다’, ‘그르다’를 외치는 것은 여론의 다양성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또 대전시가 최대 광고주이기 때문에 언론의 보도 방향이 그에 맞춰지는 것은 안 된다. 찬반이 제대로 알려져야 여론이 건강해진다. 대전 언론은 목소리가 모두 똑같아서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책에 대해서는 진보적이든 보수적이든 다양한 시각과 각도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정책 결정이 이뤄진다. 언론의 똑같은 목소리를 위험하다. 다른 시각, 다른 방향으로 문제 제기를 해줄 필요가 있다.

김=지역민의 신뢰를 논하기 이전에 지역 언론의 존재감이 없다는 것이 큰 문제다. 매번 똑같은 목소리, 예측이 가능하다. 뭔가 노림수가 있고, 광고 등 사적 이익의 의도가 있는 보도행태가 많다. 지면, 온라인, 방송 등 매체를 불문하고 공공재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 기사 하나의 무게감, 그에 대한 자각이나 사명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기자를 선택한 것이, 나름대로 세상을 바꾸고 싶고 약자를 대변하고 싶은 사회적 마인드가 아니고, 단순한 직업 선택으로 변해버린 것 같다. 존재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이=대표적인 것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과 관련된 지역 언론의 보도태도다. 극명하게 지역 언론의 현실을 드러낸 사례다.

권선택 시장이 취임하면서 자기부상에서 트램으로 전환 재추진 과정인데, 시민사회단체는 트램이 차선책으로서의 가능성 차원에서 비판적으로 용인할 수 있다고 정리됐다. 대부분의 언론이 트램을 반대하면서 찬반 보도가 1년 이상 이어져 왔다. 하지만 대전시가 트램을 확정하고 대규모 광고가 집행되면서 트램을 대거 홍보하고 대안 교통수단으로서 인정하고 있다. 광고 때문에 논조가 변한 것이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트램으로 바뀐 것이 나쁘다고만 하지 못하지만, 근본적으로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점검해봐야 하는 것이고,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올바르게 갈 수 있도록 여론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찬성 일변도 보도가 과연 맞는지는 살펴봐야 한다.

정=가장 부끄러운 보도행태다. 트램이 옳다, 그르다는 차치하고 트램으로 계속 몰고 간다.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트램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만들고 광고비를 집행하는 사람들의 의도대로 방향이 잡혀 나가는 것이다. 건전하게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언론과 정책에 대한 신뢰가 엄청 떨어져 가고 있다.

김=언론학 신조어처럼 나온 것이 ‘무보도’라는 것이 있다. 보도된 것을 평가한 것은 쉽다. MBC 세월호 보도 외면 등 지역 언론을 보면 보고 싶은 것이 별로 없다. 대전 원자력 폐기물 논란됐을 때 보도가 안 되는 것을 보고 희한하다 생각했다. 관심도 높은 데 보도가 안 된다. 돌아가는 내막을 모른다. 보도자료만 받아쓴다. 신뢰 이전에 존재감 자체가 없다.

이=둔산 아파트 단지 경비원 대규모 해고 사태, 중앙언론이 오히려 더 관심 갖고 보도했다. 지역 언론에서 더 내밀하고 심층적 보도들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주민들은 지역 언론에 관심 자체가 없다.

정·이=존재감 없고, 제 기능을 못한다. 출입처를 위한 기사만 나온다. 이런 식 언론이라면 지면, 인터넷, 방송 하나씩만 있어도 큰 불편 없을 것이다. 상품성이나 콘텐츠가 거의 차별성이 없고, 저가 상품 위주다. 스스로의 획일화된 상황으로 위상 추락, 고립, 경영악화 등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편집논리가 경영논리에 예속된 지 오래다.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이 절실한 상황인데.

정=가장 본질적 문제다. 언론사 경영은 중앙과 지역이 다 똑같다. 엄청난 위기 사실이다. 한정된 광고시장을 나눠야 한다. 쉽지 않은 문제다. 현실적으로 보면 언론이 지금 제대로 기능 못하는 이유도 경영의 어려움 때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광고주에 예속되는 상황이다.

이=언론 시스템이 출입처 위주보다는. 자체 독자층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다. 광고 예속 억제하려면 구독수입이 광고보다 더 많아야 된다. 이런 차원에서 답답한 점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독자와 시청자층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광고시장과 독자시장이 사실상 동일한 상황이다. 거기서부터 원론적 고민이 필요하다.

김=정말 답을 찾기 힘들다. 악순환이다. 인력이나 경영이 수입과 비례해 운영되기 때문에 출입처 위주가 되고 있다. 지역민들의 틈새를 쳐다볼 수가 없어 독자 이탈이 이어진다. 악순환이다.
저는 오프라인 매체는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높은 비용 대비 광고효과가 입증되지 않는다. 온라인 광고의 매력은 저렴하고, 또 그 효과가 다양하다. 온라인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온라인을 바탕으로 뭔가를 만들어내야 한다.

수익 창출은 생태계 조성이다. 카카오도 게임을 런칭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구글은 광고로 돈을 번다. 홈페이지와 블로그 주인과 광고 수익을 나눈다. 발상을 바꿔야 한다. 흩어져 있는 99%의 광고주를 잡아 십시일반해야 한다. 또 이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매체와 기사에 대한 기본적 충성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수익 모델 창출이 가능해진다. 공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콘텐츠를 강화하고 지향점을 잡아 지역사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도 회생방안으로 고민할 수 있다. 공급자와 출입처 등 일부 소비자 위주의 언론은 탈피해야 한다.

정=좀 더 현실적으로 지역 언론을 보면, 경영이 어렵다고 보지는 않는다. 수입이 기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주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은 게 문제다.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기업가 정신을 지닌 사람들이 오너이기 때문에, 오너들이 챙겨가는 게 많다. 기관 광고도 역할에 따른 정당한 배분이 필요하다. 그게 현실적이다.

이=특정매체에 광고비가 몰리는 게 나쁘지만은 않다.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한다는 전제다. 기능을 더 많이 하는 언론을 선별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김=관공서 광고비 책정 때문에 지역 언론의 자생력 약해지는 것이다. 제대로 나눠주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세금을 왜 언론사에 나눠줘야 하나. 망하는 데가 나와, 이러한 비정상적 구조가 변해야 한다. 믿고 가야할 부분은 독자뿐이다.

지자체 등의 언론관 개선도 병행돼야 할 것 같은데.

정=선출직 기관장이 있기 때문에 언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자기의 장기인 광고비를 적절히 나눠주는 일을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언론을 만들고, 그런 역할들을 못한다. 기관장의 다음 선거에 유리할 것인가만 따지고 있다. 지금 현실은 이렇다.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공공재로서의 언론 역할에 대한 기대치와 목표를 확실히 해야 한다.

이=출입처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이한 제도다. 언론과 출입처 간의 관계 형성은 간접 소통이다.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면 세상에 벌어지지 않은 일이 된다. 세월호도 5.18 사태 등 기성 언론만 있었으면 보도 통제됐을 것이다. 지금은 1인 미디어로 다 알려진다. 기성언론의 존재가치가 약해지는 것이다.

언론이 존재감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광고비 때문에 비판한다는 식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것부터 타파해야 한다. 진짜 언론, 진짜 기사, 진짜 기자가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JTBC가 뜬 사례. 잘하면 많이 퍼지고 광고도 붙는다. 당연하지만 초연결시대의 특징이다. 가수 싸이가 월드스타가 된 것은 유투브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회자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려도 노력해야 한다.

또 출입처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 출입처에 길들여지는 언론이 되면 안 된다. 그 구조를 깨지 못하면 독자를 만들 수 없다. 찾아서 들어가는 독자들의 충성도는 훨씬 높다. 자신들의 소식을 알리기 위해 먼저 기자와 언론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마인드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김=뉴스타파 후원자 약 4만여 명이다. 매월 수억 원이 후원된다. 퀄리티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집단의 힘은 무섭다. 언론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신뢰는 진심에서 나온다. 뭐가 올바른 것인지 다 알면서도 못하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 누군가가 제대로 하려는 사람이 나온다면 자부심을 느끼고 지역에서도 독자들의 규합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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