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갈치·꽁치·넙치 말고 ‘협치’
[노트북을 열며] 갈치·꽁치·넙치 말고 ‘협치’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7.07.09 05: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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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찬우 충남취재본부장

[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이 ‘창조경제’였다.
당시 이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정치 슬로건인지, 경제 슬로건인지 그 개념이 모호해 “며느리도 모르는 창조경제”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시작부터 말이 많더니, 결국 우리는 대기업 상대로 수백억원씩 삥뜯는 신공(?)을 보며 이 것이 ‘창조경제’라는 웃지못 할 우스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새 정부 들어서는 ‘협치(協治·governance)’를 두고 말이 많다.

“갈치·꽁치·넙치는 들어 봤어도 ‘협치’는 무슨 생선이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협치’ 또한 개념이 모호하긴 마찬가지다.

‘서로 힘을 합쳐 잘 다스려 나간다’는 사전적 의미를 몰라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정치권은 ‘여당과 야당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해 중요 현안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협치’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여야가 조금씩 양보하고 협력해 중요 현안들을 풀어나가는 ‘협치’라는 생선(?)을 구경이나 했더란 말인가.

대통령 탄핵결정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인해 출범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야 서둘러 내각을 구성해야 하니 마음이 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정된 장관 후보들의 자질을 문제 삼는 야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임용을 강행할 수 밖에 없는 사정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는 입장에서 야당으로선 어떻게든 존재감을 내세워야 하니 “때는 이때다” 하며 공격의 빌미를 찾는 것 또한 이해된다.

“‘협치한다’고 해놓고 이게 협치냐, 새 정부와의 협치는 물 건너 갔다”고 공격할 만 하다.

이런 사정이야 어찌됐던... 시작부터 불안하다.
불안 요소는 이 뿐 아니다.

새 정부는 ‘적폐청산’을 바라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정권을 잡았다.

반면 “새 정부가 ‘협치’를 구현해 줄 것”이라 기대하는 국민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여야 정치권의 ‘협치’는 고사하고 강도 높은 ‘적폐청산’을 바라는 국민과 이제는 “싸우지 말고 협력하라”고 요구하는 국민 사이의 간극은 어찌 메울 수 있단 말인가.

우리는 이미 ‘정부실패’ ‘시장실패’를 경험했다.

이 때문에 1990년 초반부터 세계 각국의 국정운영 패러다임은, 거버먼트(government)에서 거버넌스(governance·협치)로 변화하기 시작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본격화 한지 20년이 지나도록 중앙집권적 국정운영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지방정부 역시 자치단체장을 ‘소통령’이라 부를 만큼 권력이 집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본질적으로 오늘 날의 ‘공치(公治)’ 또는 ‘협치’는 권력을 쥔 엘리트 정치인만의 협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잘난 정치인들이 말하는 ‘협치’가 공허하기 들리는 이유는 청와대와 국회, 또는 여야 정당 사이의 협력만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을 메웠던 시민들은 이제 일상으로 돌아갔다.

이제 우리는 또 그 지겹고도 한심한 정치인들의 유치 찬란한 싸움판을 다시 지켜봐야 할지 모른다.

새 정부의 ‘협치’는 부디 국민과 함께 하는 ‘협치’이기를 바란다.

청와대와 국회, 여당과 야당 사이에 시민(민간)의 자리를 남겨두길 바란다.

우리는 더 이상 ‘그들만의 리그’인 ‘대의 민주주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직접 민주주의를 바란다.

국민과 함께 하는 ‘협치’를 바란다.

그래야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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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중 2017-07-09 10:17:58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가며 며칠씩 주고받는 이때 청량음료와도 같은 은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굿모닝 충청의 무궁한발전과 장찬우기자님의 건승을 기원드리며앞으로도 시원한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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