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배우는 삶을 배우는 직업입니다 '연극배우 임황건'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배우는 삶을 배우는 직업입니다 '연극배우 임황건'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7.0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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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⑦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요즈음 주변 청년들을 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매우 많다. 공무원 몇 만 명을 채용하려면 예산이 얼마나 필요한지,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몇 명인지, 이런 뉴스들이 빈번하게 나온다. 취업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취업하는 과정도 험난하다. 청년들에게 내 차, 내 집 마련이 꿈 같은 얘기인 세상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말 그 대로 꿈을 쫒는 일인데, 그 중에서도 예술을 하려는 사람들은 배고프지 않냐, 집이 잘 사냐 라는 극단적인 이야기 두 종류를 듣기 쉽다.

올해 서른 둘인 임황건 씨는 군대를 다녀온 후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물론 우리는 그를 영화관에 가서 스크린으로는 볼 수 없다. 그는 연극배우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 들어갔던 게 기억을 더듬어 봐야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연극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대학 3학년 학과 연극동아리에 들어가면서 부터다, 공연미디어학과 출신이기는 하지만 전문적으로는 연기를 배워본 적은 없다. 어느새 그는 8년차 연극배우의 길에 접어들었고, 그동안 15편 남짓의 작품에 배우로 이름을 올렸지만 여전히 연기는 어렵다.

“처음 접했을 때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죠. 항상 새로운 작품을 접할 때 마다 처음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어떻게 해 나가야 하는지 여전히 어렵습니다. 연극을 하면서 기술적인 부분은 조금씩 배워간다고 하지만 새로운 작품마다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죠.”

배우는 캐릭터를 만들어낸다. 같은 대본이라고 하더라도 분석에 따라 달리 표현될 수 있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배우의 삶을 물었다.

“모든 것은 쓰여있는 대본에 기초로 하죠. 대본을 많이 보면 상대방과 대화하는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감정을 굳이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것 같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그 사람의 성격을 알게 되고 구축이 되는거죠. 그런 속에서 제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나 경험들은 상상의 과정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배우의 삶을 이끌다
그를 만나면서 계속 머리에 맴도는 것은 노래 “연극이 끝난 후”였다. 막이 내리고 조명이 꺼진 무대에서 배우들은 어떤 감정이 들까, 잠시 노래의 일부를 음미해보자.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남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셋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배우는 무대 옷을 입고 노래하며 춤추고 불빛은 배우를 따라서 바삐 돌아가지만 끝나면 모두들 떠나 버리고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고독만이 흐르고 있죠“

관객의 눈빛을 받으며 살아가는 배우, 그것은 무대에 서게 만드는 하나의 에너지다. 임황건 씨는 자신을 배우라고 부르는 것을 아직까지 부끄러워한다. 그러면서 배우의 매력에 빠져있다,
“배우가 가진 매력은 감정의 표현이라고 봐요. 직장생활을 하거나 학교생활을 하거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안으로 억압되고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는 감정들이 많게 되죠. 그런 반면에 연극은 감정을 표출하고 그런 감정들을 상대방이 볼 수 있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연극을 하다보면 제가 몰랐던 감정들이 표출이 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또 저 스스로도 편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감정적인 면에서 자유로워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아요.”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의 ‘젊은 배우’
배우 임황건 씨가 소속해 있는 극단은 여느 극단과는 차별성을 갖고 있다. 나무시어터는 2010년 5월 대전에서 창단한 극단이다. 지역에서  활발한 공연작업과  다양한 사회문화예술 활동을 해온 문화예술인 10 여명이 뜻을 모아 모였다. 그들은 연극예술을 토대로 예술의 자양분과 무대의 호흡,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기 위해 뜻을 함께 했다. 나누는 연극, 함께하는 연극,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연극, 그래서 모두가 공유하는 연극공동체를 만들기로 결의를 다졌다. 나무시어터를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나(儺) 푸닥거리, 무(舞) 춤출, 시(詩) 시, 어(語) 말,  터(攄) 펼치다”.

나무는 삼국시대의 무극을 가리키는 말이고 시어터(Theatre)는 연극,극장, 관객 등을 의미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무시어터는 이런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창단 이후 극단은 협동조합으로 변신을 했다. 연극협동조합으로 조직구성을 변화시킨 나무시어터는 마을기업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협동조합의 중요한 정신은 줄탁동기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새끼와 어미닭이 서로 안팎에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극단이 연극협동조합으로 변신한 것은 서로 의지하고 힘을 합치는 공동체 문화를 향한 실천적 움직임이라고 보기에 충분했다. 임황건씨는 극단에서 비교적 젊은층에 속한다.

“선배님들은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 만한 분들인데요. 연극판에 처음 들어오는 이들에게 무척 편하게 대해주니까 감사하죠. 상하관계가 아니라 동료로서 지내는데 협동조합의 중요한 의미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것이잖아요. 제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충분히 수용해 주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주니까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극단의 장점이 많은 편이죠”

올 여름 그는 젊은 연극인들과 함께 새로운 작품을 올린다.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 실험을 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멕베스를 새롭게 각색해서 공연을 합니다. 전에 뉴욕에 가서 본 기억이 나는데요. 극장이 아니고 호텔을 하나 개조해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공연을 하더라구요. 그런 것들이 너무 새롭게 느껴져서 이번에는 공연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연극을 시도해 보는겁니다”

공연은 7월 14일부터 시작되고 장소는 대전 원도심에 있는 <구석으로부터> 라는 공간이다. 대전역 앞 인쇄골목에 있는 <구석으로부터>는 옛 예배당을 개조한 문화공간이다. 이곳에서 연극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임황건 씨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물었다.

“함께 하기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사람은 자신이 더 돋보이려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저는 연극이 끝나고 난 뒤에 너무 편했다 같이 작업해서 좋았다. 이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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