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재추진 속도전은 내년도 선거용?
[김선미의 세상읽기] 재추진 속도전은 내년도 선거용?
  • 김선미 언론인
  • 승인 2017.07.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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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김선미 언론인]

사업성 없는데 과도한 특혜 주며 민간사업으로 해야 하나

김선미 언론인

지금 대전시가 가장 우선해야 할 부분은 “천천히 빠르게”가 아닐까 싶다.
“천천히 빠르게”. 자칫하면 말장난으로 치부될 수 있는 형용모순이다.

어느 날 이 표현이 귀에 확 들어왔다. 두 명이 한 팀이 되어 주어진 시간 내에 제시한 음식을 만들어내야 하는 요리경연 프로그램이었다. 불, 칼 등 위험한 조리도구들이 널려 있는데다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는 조리실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 해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 경북 대표로 나온 종갓집 종부가 파트너에게 “천천히 빠르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종부는 경연 내내 이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시간에 쫓겨 서두르다 만에 하나 손이라도 베거나 불에 데면 빠른 것이 아니라 더 더디게 되기 때문이다.

유성터미널 이전 미룰 수 없는 현안, 그러나...“천천히 빠르게”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이하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 무산에 따른 비난 여론과 후폭풍이 거세다. 사업 무산에 따른 책임 소재를 밝히라는 들끓는 여론에 밀려 대전시가 전격적으로 감사를 실시했으나 오히려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계약해지 통보 하루 전까지도 ‘차질없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3천700억 원짜리 대형 숙원사업이 코앞에서 엎어졌는데도 징계 대상자는 고작 임기가 한 달 남은 박남일 도시공사 사장 한 명 뿐이었던 것이다. 박 사장은 이후 사직서를 제출했다.

시는 박 사장 이외에 사업 시행사로서 터미널 사업을 이끌었던 도시공사 실무자도 관리감독 기관인 대전시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부실감사, 솜방망이 처벌, 꼬리 자르기 감사라는 비판을 넘어 감사를 감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3,700억 대형사업 코앞에서 엎어졌는데도 책임은 단 한 명

대신, 대전시와 권선택 시장은 ‘정상화 추진’이라는 명분 아래 사업 재추진을 서두르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충분한 교감도 면밀한 재검토도, 충분한 진상규명 없이 쫓기듯 재추진에 급급한 모양새다. 마치 속도전을 벌이는 듯하다.
 
대전시는 8월 중에 토지보상 협의회와 감정평가를 거쳐 늦어도 10월에는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BRT 환승센터, 유성보건소 등 공공시설부지는 선매입하기로 했다. 센터 진입도로는 재정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아직 사업자 재공모도 실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된 사항들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터미널부지에 대해 조성원가는 물론이고 필요하면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한다. 또한 용적률을 추가로 높이고, 층수 규제를 완화는 방안도 국토교통부와 협의하겠다고 한다.

충분한 교감, 면밀한 검토 없이 쫓기듯 재추진에 급급

다급함이 묻어나는 대전시의 이 같은 파격적 조치는 사업성 악화로 롯데컨소시엄 측이 손을 든 것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이렇게 민간 사업자에게 온갖 특혜를 다 줄 요량이면 대전시가 재정사업으로 하면 되지 굳이 민간사업으로 할 이유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분란의 씨앗이 될 특혜 시비가 제기되는 이유다. ‘무리한 특혜 남발’로 인해 늘어나는 부담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다.

대전시의 사업자를 위한 사업성 제고 방안이 워낙 파격적이다 보니 이미 사업자가 내정된 것이 아니냐는 흉흉한 억측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급함 묻어나는 파격적 혜택, 또 다른 특혜 논란 불러

대전시와 권선택 시장은 왜 이렇게 사업의 재추진을 무리하게 서두르는가.
가장 큰 이유는 비좁고 노후된 시설과 교통체증을 유발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유성터미널의 개선이다. 이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현안 과제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터미널 개선이라는 원론적 이유 외에도 내년도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중의 여론이다. 권 시장이 재선을 포기한다면 모르지만 재선 가도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것이 뻔한 터미널 사업 무산을 1년이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 전에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도한 당근을 던져서라도 하루빨리 사업자만이라도 선정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다. 진행은 늦어지겠지만 적어도 악화된 여론을 어느 정도는 진정시킬 수는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여론에 쫓겨 다시 발목 잡히는 일 없어야

이와는 별개로 그토록 복합터미널 조성이 사업성이 없다면, 꼭 기업의 공모사업으로 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도 원점에서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공모에서 사업자에게 과도한 특혜를 부여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것 보다 아예 대형판매시설을 없애고 재정사업으로 시외. 시내버스, 지하철, BRT 환승시설, 보건소 등 공적인 기능만 조성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권 시장은 민선5기 때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사업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업자 선정에서 사업 백지화 그리고 감사에 이르기까지 대전시 행정의 난맥상을 그대로 노출한 대전시가 여론과 시간에 쫓겨 다시 발목을 잡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천천히 차근차근 가는 것이 오히려 대형 사고를 막는 지름길일 수 있다. “천천히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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