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 중앙시장에 피는 청년의 푸른 꽃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대전 중앙시장에 피는 청년의 푸른 꽃
스토리밥 작가 협동조합의 ‘그곳에 가면 이야기가 있다’ (58) 새롭게 문을 연 중앙시장 청년몰을 찾다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7.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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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전통이라는 것은 그 모양 그대로 시간 안에 가둬두는 것이 아니다. 전통 또한 그 시대와 함께 변화하면서 살아 움직여야 박물관이 아닌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 전통시장도 다르지 않다. 우리 선조들이 모여 숨 쉬고 대화하고 정을 나누며 살던 그 모습을 간직하되 새로운 시대에 맞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면서 전통시장은 이 시대의 모습을 찾고 있다.

이정관 씨

이런 새로운 움직임을 대전의 관문인 중앙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시장의 동쪽, 그러니까 원동네거리 방면에 위치한 중앙메가프라자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전역에서 길을 건너 혼수와 이불을 파는 상가를 지나 아름다운 한복들을 구경하다가 자연스레 청년들의 역동성이 느껴질 즈음 고개를 들어보면 메가프라자 3층으로 올라가는 예쁘장한 오르막길을 만난다. 먼저 지역의 야구단인 한화이글스를 대표하는 묵직한 주황색이 눈에 띈다. 입구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야구를 테마로 디자인된 밝고 아기자기한 복도와 함께 예쁜 가게들이 시선을 잡아당긴다. 궁금증을 누르면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커다란 중앙홀이 반긴다. 홀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끄는 것은 역시 한쪽 벽 전체에 설치된 대형 화면과 여기저기에 설치된 TV들이다. 홀을 중심에 두고 빙 둘러싸고 있는 20여 개의 상점들은 저마다 젊은 감각과 개성을 뽐내며 다투는 듯 어울려 있다. 먼저 청년몰 사업을 함께 기획하고 총괄했던 이정관 씨를 만났다. 이 씨는 원래 프리랜서 경영컨설턴트이지만 전통시장 청년몰 조성사업을 위해 작년 10월부터 중앙시장과 함께하고 있었다.  

“정부기관과 대전시 그리고 중앙시장과 함께 처음 전통시장의 청년몰을 기획할 때부터 남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었어요. 바로 야구를 테마로 한 스포츠 펍을 만들어보자는 거죠. 우리 지역 야구단도 있잖아요. 그래서 한화이글스과 양해각서도 체결해 적극적인 도움도 받으면서 추진했죠.”

이렇게 전통시장에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상점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스포츠라는 주제를 잡았다. 또 이글스 구단과 협력해 구단 홍보관을 만드는 등 많은 지원과 호응을 이끌 수 있었다.

“청년몰 사업은 청년상인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작년부터 시작되었고 전국에서 함께 진행되고 있습니다. 만 39세 미만의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게 지원하면서 20개 이상의 상점들을 한곳에 모아 청년들의 경제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통시장 또한 살려나가는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일입니다.”   

중앙시장의 메가프라자가 이런 목적과 맞아떨어졌다. 2,3층은 오래전부터 주로 창고로 쓰이는 공간이 많았고 또 빈 점포도 상당히 있었다. 이렇게 쉬는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스포츠 펍으로 개발해 나가면서 이를 기반으로 청년들이 자신만의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사업계획과 공간계획이 확정된 작년 10월부터 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선정된 청년 상인에게는 33(10평)을 기준으로 지원합니다. 그렇게 20개의 점포공간이 있고요. 중앙에 사람들이 모여 같이 음식을 먹으며 야구응원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야구 홍보관 등을 포함해 750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푸드코트 형식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15개 점포가 음식을 제공하는 업종이고 음식업의 경우 충분한 자격과 경력, 그리고 실제 현실적인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을 선정했습니다.”

이후 3개월 동안 창업의 성공률을 높이는 교육이 이루어졌다. 선진 모델을 찾아가 보고 듣는 과정도 거쳤고 중앙시장 안에서 프리마켓 형식으로 시식을 하면서 고객들과 상인들에게 평가를 받는 과정도 필수였다. 그렇게 청년몰에 입주한 20명 청년 상인들이 선택한 업종은 카페와 디저트카페 각 1곳, 수공예품점 3곳, 멕시칸 요리, 이태리 음식, 일식, 퓨전 한식 등 음식업 15곳이다. 모두들 열정으로 준비해온 청년몰은 지난 6월28일, 중앙시장의 자식으로 마침내 문을 열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나는 지금까지 시스템을 보완하면서 전반적인 점검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금 이런 과정이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으로 광고를 하지 않았지만 벌써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동호회나 단체들이 와서 함께 야구를 보면서 응원도 하고 젊은 취향에 맞는 음식도 맛보고 갔습니다. 대형 스크린에서 같이 팀을 응원하고 또 이기면 10%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하면서 서로 즐길 거리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시장을 찾아온 어른들도 궁금해서 올라와보기도 하고요. 아주 희망적입니다.”

그러나 아직 미흡한 부분도 많이 있다. 대부분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고 일반 상점처럼 혼자 알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15개 점포가 같이 협업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상생의 시스템도 준비 중이다. 업종이 다르고 매상도 모두 다르지만 전체의 차원에서 수익을 나누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수익사업을 하기 위해 20개 점포가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골고루 맞추어 세트메뉴를 구성한다든지 함께하는 퓨전 도시락을 개발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청년들이 같이 가는 시스템이 먼저 실패한 청년몰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당시에는 모집하기 급급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이곳은 철저하게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청년들이 모였고 또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중앙시장의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고요.”

중앙시장의 청년몰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항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이 씨는 강조했다. 옥상에는 더 큰 이벤트를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을 준비 중이고 24시간 사용할 수 있는 세미나실도 만들었다. 이제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청년을 직접 만나볼 차례이다.

‘콩드슈’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상점 앞에는 27세의 젊은 청년 서동아 씨가 서있었다. 다름 아닌 사장님. 서 씨는 엄마가 만들어주던 충청도 전통음식 콩부각을 현대적으로 다시 해석해 청년몰에 입성했다. 콩부각은 콩에 찹쌀을 입혀 튀긴 음식이다.

“밑반찬으로 먹는 콩부각을 젊은이들의 입맛에도 잘 맞게 현대화시켰어요. 학교를 졸업하고 부각 만드는 법을 배워서 새롭게 맛을 입혔어요. 버터갈릭맛, 고추냉이맛, 서리태를 튀긴 것, 또 아이스크림을 얹어보고, 부각을 현대적으로 바꿔서 간식이나 안주로 먹을 수 있게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어요.”

서 씨는 대전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또 문화기획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대전을 대표하는 음식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모던한 콩부각을 만들었고 청년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창업지원센터에서 교육을 받던 중 청년몰을 알게 되었고 지원해 당당하게 청년몰에 입주하게 된 것이다. 몰 전체는 20명의 창업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로 마음을 맞추는 일이 어렵기는 하지만 부족한 경험을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새로운 내용과 형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상가이기도 하지만 문화공간이기도 해요. 이에 맞춰 스포츠 페스티벌이나 절기에 맞는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어요. 앞으로 할 일이 너무 많죠. 그러나 매일 회의하면서 하나씩 맞춰나가고 있어요. 우리는 이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뭉쳐서 일하고 있어요. 물론 개선해야할 점도 많지만 노력하고 있으니까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찾아주세요.”

같은 자리에서 만난 ‘그린 랩’의 청년 사장님 이진택 씨는 26세라고는 보기 어려운 강렬함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또띠야를 기본으로 하는 미국식 쌈요리로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첫 발자국으로 전 세계의 쌈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얀 피부의 젊은 청년은 그러나 포부가 크고 경력도 적지 않았다. 요리를 시작한 고등학교부터 따져 8년이 넘는다는 것이다. 외식사업을 오래 했던 아버지를 보고 자란 이 씨는 주저함이 없었고 아이디어도 많았다. 창업을 준비하던 중 미국에서 새로운 쌈요리로 자리를 잡은 지인과 힘을 합쳐 우리나라에서 세계적인 쌈요리를 만들 계획이다.

“영어로 싸먹는 것을 영어로 wrap(랩)이라고 하는데 글로벌한 전문 쌈요리를 한국에서 최초로 시작했다고 자부합니다. 몇 개월 후에는 서울에 점포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고요. 물론 저도 첫 창업입니다. 그런데 중앙시장의 청년몰과 운이 맞았죠. 수익이 나야하지만 그보다도 저는 현실에 적용해볼 수 있는 작업장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뭐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곳의 청년창업자들은 적게는 22살에서 39살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분포해있고 이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노력하고 있다. 또 중앙시장의 상인들은 부모 같은 마음으로 자주 찾아와보고 격려하고 홍보에도 열심이라고 했다. 서로 다른 상인이 아니라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한 공간을 나눠 쓰는 한 식구들이었다. 이제 많은 사람이 그곳에 놀러가 같은 식구의 마음으로 즐겁게 서로를 격려하는 일이 남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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