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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단정하다, 마음을 맑게하는 우리 시조의 매력

    사진 = 정상운 (사진작가)

    단정하다, 마음을 맑게하는 우리 시조의 매력


    낙동강(洛東江)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 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 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 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趙雄傳)에 잠들던 그날 밤도

    할버진 율(律) 지으시고 달이 밝았더이다.

     
    미움도 더러움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온 세상 쉬는 숨결 한 갈래로 맑습니다.

    차라리 외로울망정 이 밤 더디 새소서.

    - 이호우, ‘ 달밤’ 전부

    [굿모닝충청 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 중학교 때였던가, 난생 처음으로 시인을 만났던 때를 기억한다. 김이홍 시조시인은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하여 문단에 늦깎이로 등단한 분으로 자형의 지인이었는데 고교 입시를 앞둔 내게 도움이 될까해서 교사였던 김 시인과 만나도록 한 듯 싶다. 짧은 시간 대면중에도 김시인은 시조의 장점과 중요성, 겨레시 시조가 왜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분석은 물론 앞으로 시조부흥을 위하여 해야할 일에 이르기까지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중학생으로서 모든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진지하지만 열정적인 표정과 어조에서 시조시인, 시조문학, 우리 시조가 나아갈 길 같은 화두를 짚어낼 수 있었고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이즈음 접하는 시조의 현실과 과제, 특히 일본 하이쿠(俳句)의 열기며 영향력과의 비교 등은 그 시절 김이홍 시조시인에게서 들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가 발전하고 문화의 저변은 크게 넓어졌지만 시조가 받는 대접이나 시조가 처한 어려움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면한 전통 속에 정형시 구조로 우리의 정서와 희로애락을 가장 진솔하게 담아낼 수 있는 문학인 시조를 국악의 한 종목인 시조창(時調唱)과 혼동한다거나 편견에 싸여 구시대의 유물, 퀘퀘묵은 전통의 유산으로 인식하는 고정관념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큰 시조의 걸림돌이다.

    세계 각국에 산재한 일본문화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하이쿠 강습에 쏠리는 외국인들의 관심과 열기는 부럽다. 더구나 하이쿠 짓기와 스시 만들기를 연결, 글짓기와 요리강습을 묶어 흥미를 유발하는 일본의 문화마케팅 전략은 눈여겨볼 만 하다. 시조의 토착화, 세계화 행보를 가속화 하기 위하여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1940년 이호우 시조시인이 ‘문장’지에 발표한 ‘달밤’은 평범해 보이는 외형에 곡진한 우리 정서의 물꼬를 이끌어 들인다. 80년 가까운 시차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공감대며 평이한 일상어로 이루어진 시행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다. 나지막하게 소리내어 읽어본다. 짧은 것 같으면서도 유장한 가락이 샘솟아 나오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감성의 경지로 이끌어 들인다. 전통과 새로운 감각을 아울러 담을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문학장르 시조, 무엇보다 대중의 관심을 바탕으로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로서 시조가 자리잡을 날을 기다린다.

    이규식  victorhugo21@goodmorningc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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