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1980년대 산업화의 길로
일제와 6.25라는 비극의 상처도 점점 아물어가고, 이제 남은 것은 파괴된 국토를 재건하고 나라를 강성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60년대 70년대로 접어들면서 국토개발이라는 기치아래 우리나라도 산업화가 이루어지게 됩니다.
농촌공동체의 몰락과 이촌향도
하지만 지나친 성장 위주의 정책은 농촌 공동체를 몰락시켰고, 이촌향도의 부작용을 낳게되었습니다. 이를 다룬 작품으로 문순태 <징소리> / 황석영 <삼포 가는 길> 등이 있습니다. 또한 수필형식을 이용해 자신의 어릴 적 ‘관촌’에 얽힌 공동체의 추억을 다룬 이문구, <관촌수필>도 눈여겨 볼 만한 작품입니다.
도시 빈민층과 소시민들의 힘겨운 삶
60-70년대 근대화 정책은 농촌 공동체의 상실이라는 부작용과 함께 도시에 살고 있던 사람들 또한 피곤하고 고단한 삶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윤흥길은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나이>에서 주인공 권씨를 통해 도시 빈민층으로 전락해버린 무기력한 지식인을 다루고, 임철우는 <사평역에서> 라는 작품을 통해 당대 힘겹게 살아가는 다양한 계층들의 삶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최일남은 <노새 두 마리>를 통해 근대화에 적응하지 못한 체 도시 빈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과 저항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가치보다 물질위주의 성장주의 정책은 노동자들의 삶 또한 힘겹게 만들었습니다. 부당한 노동 환경과 무조건적 희생만을 강요했던 당대의 사회상은 노동자들의 많은 희생과 한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황석영은 <객지>에서 힘겨운 노동을 하면서도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부당한 노동현실을 고발했고, 이어 <야근>이라는 작품에서는 권리를 위해 싸우는 노동쟁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조세희는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도시 노동자의 어려운 삶과 철거민의 고통을, 박완서는 <도둑맞은 가난>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생각하는 가치관의 차이를 언급하며 진정한 인간의 삶이란 무엇인지 고민했습니다.
인간성 상실과 소외문제
지나친 산업화와 근대화 정책은 인간성마저 피폐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김승옥은 <서울, 1964년 겨울>과 <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작품을 통해서 익명성에 감춰진 인간소외와 도시의 비정성을 다루었고, 최인훈은 <타인의 방>을 통해 사물화된 인간의 모습을, 이청준은 <잔인한 도시>를 통해 생명의 소중함이 상실된 매정한 도시의 모습을, 박완서는 <황혼>에서 세대 간의 단절된 모습을 다루었습니다.
권력에 대한 저항과 민주화의 갈망
60년대~80년대를 거치면서 빼놓지 말아야할 역사적 현실이 부당한 권력과 군사 독재로 굴곡진 현대사입니다. 60년대까지는 사적인 이욕에 눈이먼 권력 집단에 의해, 70년대부터 80년대를 거치면서 군사독재의 억압에 의해 민중들은 힘겨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김정한은 <모래톱 이야기>에서 가렴주구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을, 이청준은 <당신들의 천국>에서 군사독재 정권이 만드는 그들만의 천국을 비고았고, 이문열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황석영은 <아우를 위하여>에서 전상국은 <우상의 눈물>에서 부당한 권력에 의해 우롱당하는 현실을 우의적으로 다루었습니다.
1980-2000년대 인간 내면에 대해
전쟁과 산업화 그리고 독재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사회도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부적인 환경과 삶의 문제에 대한 고민들이 인간의 내면적인 삶에 대한 고민들로 많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때문에 9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가족과 환경, 자아, 여성문제, 그리고 다문화 사회에 대한 고민들과 관련된 작품들이 많이 나오게 됩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
개인주의의 만연과 핵가족화가 지속되면서 가족에 대한 유대감이 상실되고 가족이 파괴되는 현실이 요즈음에도 메스컴을 통해 안타깝게 들려오곤 합니다. 박완서는 <겨울 나들이>, <옥상의 민들레 꽃>에서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여성의 고뇌와 여성문제를 다룬 작품
이전까지 여성은 남성에 비해 차별을 받고 살아왔던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같은 인간인데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사회 문화적인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버렸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고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우리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여성들의 고뇌와 자각을 다룬 작품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박완서는 <꿈꾸는 인큐베이터>에서 남아 선호 사상을 비판하고 있고, 공지영은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에서 다양한 여성상을 보여주며 여성의 자아각성을 역설합니다. 그리고 은희경 또한 <빈처>에서 여성의 자아의식에 대해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인간의 숙명적 한계에 대한 고민
이러한 작품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는 작품들입니다. 그렇지만 철학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에 대한 진지한 고찰, 우리가 매일 바라보고 살고 있는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묻어나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신경숙은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죽음이라는 극한의 슬픈 상황을 절제되게 표현하여 주체할 수 없는 인간의 근원적인 비극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던져줍니다. 윤대녕은 <은어 낚시 통신>을 통해 현대인들의 파편화된 개인의 삶, 단편화된 만남이 흔한 현실, 일과 관련된 만남 뿐인 현실 등을 이야기하며 인간관계의 진정한 회복을 고민합니다.
다문화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
최근 들어 우리사회에 큰 변화중 하나가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졌다는 것과 국제결혼에 의해 다문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일 민족이라는 의식이 뿌리 깊어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많고, 이에 따라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도 편견을 많습니다. 이러한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우리나라 사회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다문화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작품으로는 박범신의 <나마스테>와 전성태의 <이미테이션>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입니다.
근현대사를 중심 인물을 탐구하며
근현대사를 바탕으로 소설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작품 자체의 세세한 줄거리를 공부하기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탐구하여 인물의 유형을 익히는 것입니다. 소설을 독해하는 것은 작품 속에 주어진 상황맥락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설의 상황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경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역사와 시대 상황적 맥락을 이해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유형을 볼 수 있다면 작품 속에 주어진 상황 맥락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소설에 주어진 상황맥락을 바탕으로 실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