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안녕하세요, 베넷 부인!”
[청년광장] “안녕하세요, 베넷 부인!”
  • 이수현
  • 승인 2017.07.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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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굿모닝충청 이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200년 전 탄생한 소설임에도 지금 현실과 별로 괴리감이 없다. 그만큼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얻고 있다는 뜻이다.

‘오만과 편견’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인물을 꼽자면 베넷 부인이 아닐까 싶다. 딸은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하지 못했던 작품 속의 시대, 베넷 부인에게는 딸만 넷이다.

그녀는 혹시라도 남편이 일찍 죽으면 그나마 있는 남편의 재산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될까봐 노심초사다. 게다가 딸들이 부잣집 남자를 만나 결혼해야 자신의 미래도 보장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친정 엄마’다.

그래서 베넷부인은 딸들의 신랑감 고르기에 목숨을 건다. 당연하다. 생존이 달린 문제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은 당시 여자들의 비참한(?) 운명을 베넷 부인을 통해 코믹하게 잘 풀어낸 느낌이다.

시골 마을에 이사 온 돈 많은 귀족 청년 빙리 씨와 첫째 딸 제인을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부인은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에도 빙리 씨의 초대에 응하라며 긴 여정을 보낸다. 결국 비를 쫄딱 맞고 감기에 걸린 제인은 고열에 시달리며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되고, 이 소식에 베넷 부인은 쾌재를 부른다.

또 막내 리디아가 군인인 위컴과 야반도주를 해서 집안 망신이 된 상황에서도 오로지 군인 남자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리디아를 추켜세운다.

이런 그녀를 조건 좋은 남자에게 딸을 시집을 못 보내서 안달 난 엄마라고 비난할 수가 없었다. 오직 어떤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느냐가 여자의 운명을 결정하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광경은 불과 몇 십 년 전의 우리 모습이었고, 지금도 ‘배우자 잘 만나야 팔자를 고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널려 있다.

처녀로 생을 마감한 제인 오스틴은 베넷 가의 둘째 딸 리지와 그를 사랑한 다아시의 성공적인 결혼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면서도 다른 인물들을 통해서는 인간의 현실적인 속물근성을 비난이 아닌, 어떤 의미론 관조적이며 긍정적으로 풀어낸다.

“사람? 별거 없어. 거기서 거기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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