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출가, 그 위대한 발걸음
[탄탄스님의 ‘산방원려(山房源慮)’] 출가, 그 위대한 발걸음
  • 탄탄(呑呑) 스님
  • 승인 2017.07.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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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呑呑)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굿모닝충청 탄탄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여진선원 주지, 용인대 객원교수]  무더위와 급작스러운 소낙비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여러 날이다. 살아온 날과 살아가야 하는 날을 상념에 젖어 본다. 지금으로 부터 약 30여 년도 훨씬 전 출가와 가출을 몇 차례 반복하던 때가 떠오른다.

신도림의 판자집 교회를 다니다 여의도의 순복음교회로 옮기었고, 또다시 건물에 세 들어 살던 아주 작은 교회에다 적을 두고 있다가는 그 목사님의 정성어린 추천으로 초교파 신학교로 진학하였고, 그리고 다시 정동에 있는 성공회 성당으로, 또 어떤 호기심에서인지 증산교와 대순진리회, 심지어는 무속에 대한 관심 등 지난 시절 종교적 방황은 끊임없이 있었다. 그리고 명동성당에서 투신 할복 한 고 조성만의 영결미사에도 참석하고 격렬한 가투(가두투쟁)에서 최루탄 가스를 흡입하는 386의 막내였다.

그리고 서울 변두리 어느 작은 절에서 시작 된 부처님과의 만남 그 이 후 해인사 지족암에서 행자 노릇을 시작하였다. 그해 봄에 시작하여 여름의 문턱에서 자발적으로 하산(下山)하여 또다시 되풀이되던 갈등을 스스로 마무리 하고는 잊을 수 없는 서기 1990년 9월 10일 인천에서 머리를 깎은 이래 줄곧 삭발하고 먹물 옷을 입고 살아가고 있다.

해방신학이나 민중신학에 심취해 보기도 하고 때로는 거리에서 민주투사인양 몇 차례 돌과 화염병을 던지며 가열찬 거리전투의 선봉에 서기도 해보았고, 승가대학시절에는 소신공양하신 문수스님과 학생회장과 문화부장으로 만나 학내 문제로 총장실도 점거해서 소동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그 당시에도 출가한 나의 정체성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
내가 출가한 이유가 무엇 때문이었을까? 지금도 항상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출가의 전통을 인도문화에서 유래한다고 하는데 불교 이전의 인도종교라는 정통 바라문교 안에 이미 출가의 전통이 그 당시에도 갖추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 같은 전통은 불교를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인도 종교의 출가는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말 할 수 있다. 한 가지는 바라문교 전통의 출가이며 다른 하나는 바라문교를 비판하는 불교의 출가이다. 바라문교에서의 출가를 살펴본다면, 인도인들은 평생 네 가지의 소망을 나누어 분류해 볼 수 있다.

그것은 ‘푸루샤 아르따(Purusa Artha)’ 즉 인간의 목적이다.

첫째, 다르마(Dharma)이다. 다르마란 종교적인 의무 또는 제사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카마(kama)이다. 카마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중 한가지인 사랑을 누리고 싶은 욕망을 지칭한다. 여기에서의 사랑은 기본적인 욕망 중의 하나인 남녀 간의 육체적인 사랑이다. 셋째, 아르다(Artha)이다. 재물에 대한 것이고 넷째, 해탈(Moksa)인 출세간적인 갈망(渴望)이라고 한다.

이 네 가지 욕망을 분류해 보면 제사를 지내는 의무는 종교적이지만, 세속의 삶도 행하는 의무이다. 애욕과 재물은 세속적 욕망이다. 가문을 이으며 애욕과 재물에 대한 세 가지 욕망은 가장 세속적인 것이지만, 마지막 해탈은 출세간적인 세속의 욕망을 벗어난 세계이다. 인도인들에게는 인생의 목적에 세간적인 욕망도 포함시키고 해탈이라는 종교적이고 출세간적인 욕망 또한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들은 세속과 출세간을 평등하게 중요시 하는 것이고 세속적 욕망과 출세간적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서 합리적으로 인생의 시간을 구분하였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인도인들에게는 범행기(梵行期), 가주기(家住期), 임서기(林棲期), 유행기(遊行期)가 있다. 스승에게서 베타나 우파니샤드 등 인도의 종교철학을 배우고 난 뒤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가업을 이어 자식을 낳아 기르는 세속적인 일생을 보내며 카마와 아르타를 완수하고, 임서기에 이르면 숲에서 거주하며 수행을 하고 해탈이라는 출세간적인 원망을 성취하고자 수행하며, 숲속의 생활에서 깨우침에 이르게 되면, 성지를 순례하며 대중을 교화하는 유행기를 보내게 되는 것, 이러한 인생의 시기를 네 가지 부분으로 나눈다. 인도인들이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

현대의 한국 사회에서는 퇴직을 하고 손주 재롱을 보며 인생을 정리해야 할 나이에 다시 출가를 한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집을 떠나 숲속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고행(苦行)이며, 스스로 고행을 선택하고 유행을 하며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냉철한 결심이 아니고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간에게 있어서 고독은 가장 큰 두려움이고 죽음의 순간을 홀로 맞이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렵고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자 죽음을 맞이하고 숲 속에서 고행하며 말년을 보내는 인도인의 삶에 경외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불교에서의 출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부처님께서 청년 시절에 행한 가정을 등지고, 가족의 법도(dharma)에 의해 왕위를 계승하지 않은 것은 바라문교와 유교의 공통적 가르침처럼 아들을 낳아 가계를 계승하는 종교가 아님을 실천한 것이다. 불교의 가장 큰 핵심은 세속과의 단절이며, 여기에 출가 정신이 있다고 하겠다.

출가를 하고 수행을 하여 세속적 집착에서 떠나는 것을 불교의 시작이라고 한다. 출가에는 몸이 출가하였어도 마음이 출가하지 못한 경우도 있으며, 마음은 출가 하였으나 몸은 출가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마음과 몸이 모두 출가한 경우도 있다. 세속에 의한 집착을 끊고 세속과의 단절은 ‘위대한 포기’이다. 부처님은 위대한 포기를 통하여 불교가 출가의 종교라는 것을 명확히 하신 것이다. 그러기에 출가의 종교가 불교의 특징이다.

인도의 문화가 출가 전통과 세속과 출세간을 아우르고자 하였다면 그러한 전통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세상사의 무상에 대한 투철한 인식에서 시작 된 것이 불교이다. 부처님은 바라문교(힌두교의 전신)의 전통 속에서 본다면, 왕위 계승권자인 태자의 신분이셨으며 정치가 계급인 크샤트리아(Ksatriya) 출신이셨다.

이는 당시 인도의 지배 계급은 세간에서 왕족‧무사 계급으로 정치에 관여하며 나이가 들면 은퇴하고 숲에서 수행하며 해탈을 갈망한다. 부처님의 부친 정반왕(凈飯王)도 그러한 삶을 꿈꾸었다.

부처님은 은퇴 후 출가가 아니라 시간을 앞당겨 출가하였으며 왕법을 거부하였고 왕법을 버리고 해탈법을 추구하는 것이다. 부처님의 출가는 ‘세간에서 전륜성왕에 이르는 왕법의 길’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출세간에서 부처에 이르는 해탈법의 길을 걸으셨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불법의 길은 세속을 버리는 것이다. 오늘 한국 현대 사회에서 정치에 대하여 불교가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시사하는 의미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정치에의 무관심이 아닌 정치에 대한 불교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있음이다. 기원전 5세기 말 무렵, 부처님이 되기 전 가사를 걸치고 마가다로 가는 길에 나선 크샤트리아 고타마싯다르타 29세의 나이에 집을 나온 이후, 인간의 모든 굴레로부터 태어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고, 부패하지도 않으며 최고의 자유를 찾아 길을 떠난 그 위대한 발걸음이 고‘성스러운 출가’ 이며 ‘위대한 포기였음’ 이다. 세속의 가치보다 훌륭한 깨달음의 여정을 향한 떠남, 역사적 실존 하셨던 부처의 그 위대한 포기와 출가로부터 불교의 태동이 시작된 것이며 세상의 어둠이 밝아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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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2017-07-23 21:17:46
철학은 본질을 탐구하고 과학은 현상을 연구한다. 그래서 그들이 다른 길로 가고 있지만 계속 전진하면 결국 만나야 한다. 왜냐하면 본질을 발견하면 현상을 이해하고 반대로 현상을 이해하면 본질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원리를 모르면 올바른 가치도 알 수 없으므로 과학이 결여된 철학은 진정한 철학이 아니다. 이 책을 보면 독자의 관점과 지식은 물론 철학과 가치관도 바뀐다. 이 책은 형식적으로 과학을 논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문교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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