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리즘] 장미꽃 화려함 사이, 숨은 가시도 생각해야 한다
[시사프리즘] 장미꽃 화려함 사이, 숨은 가시도 생각해야 한다
  • 강영환
  • 승인 2017.07.24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굿모닝충청 강영환 전 국무총리실 공보비서관] 장미꽃이 만발하다.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마치 약속이나 하듯, 빨강 노랑 분홍 보라 각양각색의 꽃들이 피어나고 사람들의 눈을 유혹한다. 두달여 꽃들의 향연을 바라보며, 새로운 세상의 아름다움과 달콤함에 사람들은 젖어있다. 이 향연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상당기간 계속 이어지고, 더욱 커갈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느 장미꽃이나 그렇듯, 꽃과 꽃 사이엔 가시가 놓여있다. 꽃에 가려 눈으론 안보였지만 손에 닿은 가시는 제법 아프다. 때론 상처가 날 수 있다.

장미대선으로 출범한지 2개월여, 새 정부는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장미꽃 정책과 이미지를 키워 나갔다. 산뜻한 회의장면, 부하직원들과의 커피를 곁들인 청와대 산책, 국민·공무원들과 셀카를 찍는 대통령에게서 국민은 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본다. 조국수석, 강경화장관 등 새 색깔의 인사를 과감히 기용했다. 불만도 있었지만, 국민은 ‘새 대통령이 뭐 좀 해보겠다는데 웬 발목?’ 하며 반대하는 야당을 도리어 비판했다. 그리고 비정규직제로·최저임금1만원·원전제로·주도적 대북정책 등 새 정책들을 하나둘씩 선보였다. 이 모든 모습은 지지자는 물론 거리를 두었던 국민들도 끌어당기는 힘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쩌면 장미가시처럼 ‘문재인마법’에 걸린 국민의 눈엔 지금은 안 보일 수 있지만 언젠간 폐부에 닿아 아픔으로 다가올 만한 일들이 함께 커가고 있을지 모르겠다. 장미꽃 속 사이사이 가시가 커가는 것처럼. 꽃 속 가시를 지닌 장미나무는 3가지 뿌리에서 자랄 듯하다.

첫째는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적폐청산'에 뿌리를 둔다. 최근 삼성관련 전정부 민정수석실의 자료가 발견됐다. 언론은 우병우전수석과 삼성수사에 결정적 단서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4대강 등 이명박정부 역점사업도 들추기 대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4대강과 삼성문제는 어쨌든 개혁 기대감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피곤함의 대상이기도 하다. 개혁대상과 범위가 관심사가 되는 속에 개혁성과를 둘러싼 ‘기대감의 꽃’ 대비, 개혁 과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국민적 피로감의 가시’를 얼마나 상쇄함으로써, 개혁을 지지동력화하느냐가 새 정부는 중요할 듯싶다. 현재는 기대감이 넓게 형성되어 있지만, 대의정치에서의 구태답습, 인사 등에서의 반개혁성은 기대감에 다소 상처를 냈다. 향후 사회적 갈등과 대결로 인한 피로도는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혹시 정부측 인사의 부패와 비리가 발견되기라도 한다면 치명적인 악영향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는 한반도의 특수성에 기인한 ‘한미동맹과 대북관계’에 뿌리를 둔다. 자신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를 그리며 중·일·한·북한관계를 바라보는 미국과 한반도 관점에서 북한과 중·미를 바라보는 한국은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은 속마음은 몰라도 겉으로는 같은 입장을 취했다. 적어도 한미동맹과 대북관계에 있어선 그렇다. 그런데 대통령의 ‘주도적 대북관계’메시지가 묘한 해석을 낳고, 사드 문제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기에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등 북한의 광적 행보는 더욱 가열되고 있다. 한미관계와 대북관계에 있어서 전정부와 현정부는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 입장 그대로라면 이 때문에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도 있고, 이전 정부와 같다면 지지층으로부터 기대감이 상실될 수 있다. ‘기대감의 꽃’과 ‘불안감의 가시’가 공존하고 있다.

셋째는 집권당의 통치철학에서 나오는 ‘정체성’에 뿌리를 둔다. 현정부는 상대적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사용자보다는 근로자, 성장보다는 분배와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다. 이는 필연적으로 정부역할 강화와 친서민중심정책을 수반한다. 새 정부는 공무원일자리를 늘리는 추경을 진행하고 있다. 외국환경학자까지 권하고, 600조시장에 국가적 경쟁력을 지닌 원전사업의 재검토에 들어갔다. 최저임금을 16.4%상승한 시간당 7530원으로 책정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상승의 최대피해자가 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재정 4조이상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일자리창출과 임금인상의 결과가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올 우려가 높다. 선거에서 약속한 ‘정체성의 꽃’을 지키려는 노력보다 앞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감내해야 할 ‘경제적 부담의 가시’와 ‘사회적 갈등의 가시’가 더 우려되는 대목이다.

장미꽃을 피우는 동안 공무원은 숨죽인다. 박정희기념우표제작을 만장일치 의결한 우정국 위원들은 정권이 바뀌자 결정을 번복했다. 과거 정부에선 원전의 중요성을 피력한 한수원 임원들은 건설정지를 의결했다. 사드배치의 국회인준 여부질문에 국방부장관은 어물쩡 넘어가려 한다. 공무원은 바람이 불기 전에 그저 눕기에 바쁘다.

견제세력이어야 할 야당은 감히 대항할 엄두를 못낸다. 자유한국당은 친박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국민은 이런 모습에 아직도 마음을 열지 않는다. 국민의 당은 ‘문준용증거조작’으로 추락한 상황에 더해 지역연고 때문에 여당눈치를 봐야 한다. 바른정당은 20석 원내교섭단체유지가 관건인 속에 소속국회의원이 정치자금법수사를 받고 있다. 정의당은 오히려 여당보다 훨씬 여당같은 행보를 한다. 모두가 제 살기 바쁘기에 제 할 일을 못한다.

높은 지지율을 이끈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모습을 ‘이문덕(이 모든 것이 문재인대통령 덕분)’과 ‘이야때(이 모든 것이 야당때문)’라고 부른단다. 대통령의 인기덕분으로, 미운 야당때문에 새정부의 모든 정책들을 아름다운 장미꽃 보듯 후하게만 봐선 안 될 일이다. 꽃 사이사이 보이는, 더욱 커질 수 있는 가시를 봐야 한다. 새 정부도 공약이라 해서 무조건 추진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아픈 가시가 될 수 있는 문제는 더욱 숙고해야 한다.

그래야 더 튼튼하고 사랑받는 장미나무가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