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개그맨으로 산다는 건...천안출신 개그맨 박근백을 만나다
진지한 개그맨으로 산다는 건...천안출신 개그맨 박근백을 만나다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7.07.27 1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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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개그맨. 웃기는 사람? 또는 웃겨야 하는 사람?

개그맨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말이다.

‘장난’, ‘농담’, ‘익살’이라는 뜻을 가진 ‘gag’에 ‘man(남자·사람)’을 붙여 만들어진 신조어다.

말그대로 ‘웃기는 사람’인데, 어느날 직업군을 일컫는 말이 되면서 ‘웃겨야 하는 사람’이 됐다.

사실 ‘개그맨’이라는 말이 생긴 뒷 얘기는 좀 씁쓸하다.

과거 유신정권이 코미디언을 “천박하다”며 탄압하던 시절이 있었다.

말도 안되는 얘기 같지만 1977년 정부가 나서 코미디 방송 프로그램을 여럿 강제로 폐지시킨 사례가 있다.

이 때문에 인기를 끌던 많은 코미디언들이 자취를 감췄다.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생계를 꾸려야 했다.

이때 등장한 게 ‘개그맨’이다.

이들은 몸으로 웃기는 종전의 코미디 풍토를 지양했다.

재치 있는 말과 표정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이후 그들은 개그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과거 코미디언들과 스스로를 차별화했다.

하지만 이제 개그맨이라는 직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직업이 됐다.

이렇게 서론을 장황하게 늘어 놓는 건 한 개그맨과의 인터뷰를 위해서다.

천안 출신 개그맨 박근백(36)을 만났다.

 

개그맨이 된다는 건?

“개그맨 시험 합격하고 ‘이제 다 됐다’ 했죠.”(그는 SBS 개그맨 공채 8기다.)

그는 원성동에서 태어났다. 신안초·성정중·천안고를 졸업했다.

박씨 집안 외아들인 그는 천안에 있는 백석대학교 법학과를 입학했다.

철도청 역무원으로 평생을 사신 그의 부친은 그가 공무원이 되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어려서부터 남 웃기는 걸 좋아했다.

“말 한마디, 몸짓 하나에 사람들이 반응하면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대학에 진학하자마자 개그 동아리를 만들었다.

웃기는 일에 몰두(?)하던 그는 2학년때 드디어 방송국 개그맨 시험에 합격한다.

1년 정도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열심해 배운 결과 SBS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서 고정 코너를 꿰찼다.

그중 ‘육아일기’나 ‘우리형’ 같은 코너는 적지 않은 인기를 끌었다.

개그맨으로 성공한다는 건?

하지만 이후 방송활동은 뜸해졌다.

가수나 연극배우의 경우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무대에 다시 올린다고 해서 누가 뭐랄 사람이 없다.

하지만 개그맨은 그럴 수 없다.

그는 어느날 부턴가 매주 찾아오는 아이디어 회의가 힘겨워지기 시작했다.

매번 누군가를 웃기기 위해 머리를 써왔지만 개그 동아리와는 차원이 달랐다.

어린시절 오락부장을 맡아 또래 아이들을 웃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그렇게 밀려나기 시작하면서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방송출연은 꾸준히 했지만 시청자들은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생계를 위해 결혼식이나 이런 저런 행사장에서 사회도 보고 했지만 여전히 생활은 궁핍했다.

한동안 지갑이 빈 상태로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게 싫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약속을 피하기도 했다.

대학졸업장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느라 9년만에 받았고 개그맨이 된지도 10년이 지났다.

그런 그가 여전히 개그맨으로 살겠다는 이유는 뭘까?

개그맨으로 산다는 건?

“처음엔 후회도 많이 했어요. 하나 뿐인 아들이 개그맨한다고 할 때 반대하셨던 부모님 뵙기도 부끄러웠고...하지만 이제 그런 생각 안합니다. 개그맨이 제 직업이니까요.”

그는 최근 평화방송에서 ‘뷰티풀라이프4U'라는 프로그램을 맡아 고정 패널로 활동 중이다.

시니어들의 ‘즐기는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인데, 그만의 독특한 웃음코드가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실종자를 찾아주는 인터넷방송 ‘해피온’에도 출연 중이다.

최근 그가 소개한 실종자가 집으로 돌아와 큰 감동을 받기도 했다.

가수 최태수, 배우 박효준과 함께 하는 콘서트도 꾸준히 이어 가고 있다.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부산 송정해수욕장에서 열리는 콘서트 수익금 일부는 보육원 어린이를 위해 쓰인다.

최근에는 고향에 내려와 지역 방송이 진행하는 지역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지역판 팟캐스트 방송도 해볼 계획이다.

“개그맨이 되고 나서 웃겨야 한다는 강박 같은게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어요. 누군가 웃는 모습을 좋아하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요.”

“돈을 많이 버는 유명한 개그맨이 되는 것도 좋겠지만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개그맨으로 남고 싶어요. 10년 뒤를 응원해주세요.”

진지한 개그맨 박근백.

진지하면 안 웃길텐데 어쩌나...

그래도 그가 언제까지나 진지하길 원한다.

어쩌면 가장 많은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개그맨이 될지도...

그의 10년 뒤를 응원한다.

그때쯤 그는 과거와는 구분되는 새로운 ‘개그맨’이 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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