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아름다움을 찾는 길에서 기술과 동행하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정섭 씨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아름다움을 찾는 길에서 기술과 동행하다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이정섭 씨
  •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 승인 2017.07.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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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⑩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굿모닝충청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정섭 씨는 어떤 예술 분야로 대전문화재단의 차세대 아티스타로 선정되었는지 선뜻 답을 주지 않았다. 다른 예술가들은 선명한 자기 전공이 있었고 말하지 않아도 어떤 예술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이 씨의 작업에 대해서는 쉬이 짐작할 수 없었다. 실내를 꽉 채우고 있는 온갖 첨단장비들과 그 사이에서 걸어 나온 서늘한 몸매의 젊은 예술가를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다.

“대학은 서울에서 다녔습니다. 전공은 기계공학이었구요. 대학원을 이곳으로 오면서 대전과 인연을 맺었죠.”

이번 작업의 결정적인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이 다음부터 나온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던 공대생은 무용을 하기 시작했다. 몸으로 드러나는 언어에 매혹된 것이다.

“시작은 학교 동아리였어요. 재즈댄스에 발을 들인 거죠. 재즈댄스로 시작해서 점점 배우다보니까 춤에 욕심이 생겼어요. 그렇게 혼자 배우러 다녔죠. 현대무용도 배우고 발레 조금 하고. 발레는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현대무용하고 재즈댄스를 주로 많이 했죠.”

그렇게 여기저기 춤으로 떠돌다가 ‘아이댄스 컴퍼니’라는 무용단에 잠깐 적을 둔 적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는 공대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현대무용을 하는 독특한 대학생활을 보낸 공학도이다.

“그냥 노는 학생이라고 볼 수도 있었죠. 그런데 두 가지 바탕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나름 공학 바탕이 그 하나이고 그러면서 또 몸으로 표현하는 무용예술에 관심이 많았으니까 예술의 구조를 고민할 수 있었던 거죠.”

이 씨는 이 두 분야를 잘 엮어낼 기회를 찾아냈다. 우연한 기회에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을 알게 된 것이다. 이곳은 그가 관심이 많았던 문화예술과 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며 더욱이 무용을 전공한 교수도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공연기사와 학교에 관한 정보를 찾아보면서 ‘아, 저기 가야되겠다.’라고 생각했고 지금 그는 그곳에서 자신만의 연구를 하고 있다.

기술로 무용을 확장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씨가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는 먼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제의 특징을 설명했다.

“문화기술대학원의 특징은 문화예술에 관한 대학원이라는 큰 테두리를 치고 그 안에서 세부전공이라는 틀이 명확하게 나뉘어있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통 털어 하나인 거고 다르게 말하면 한 명 한 명이 모두가 세부전공인 거죠. 우리 대학원에는 우스갯소리처럼 내려오는 얘기가 있어요. 의대생 출신 말고는 모든 분야 출신이 다 있다는 거죠. 심지어 법무관까지 만났습니다. 모든 이공계 출신뿐 아니라 인문과학, 예술계 전공들이 모두 섞여있는 대학원입니다. 교수님들 구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씨는 본인이 직접 춤을 추는 사람이라는 장점을 활용하여 기술을 활용한 무용의 확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움직임, 무용수의 움직임이 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외부로 확장해나가는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그렇게 처음 접근한 분야가 사물인터넷이나 스마트기술을 활용해 무용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내 기술적으로 무용에 접근하는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맨 처음에 시작했던 것은 우리에게 소리를 전달하는 이어폰하고 소리를 모으는 마이크를 조합해서 동작인식에 활용해보려는 시도였어요. 그 다음에는 무용수의 호흡에 집중했어요. 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호흡을 강조하거든요. 무용에서 호흡을 가지고 심폐기능을 조절하는 부분도 있지만 무용수는 호흡을 이용해 온몸을 확장시키고 또 수축시키며 언어를 만들어요. 그래서 이런 무용수의 호흡을 실시간으로 측정해서 음악과 연결시키는 실험도 했습니다.”

무용에 있어 음악의 중요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무용수의 호흡을 음악과 공명시키기 위해 호흡센서를 제작해 호흡에 따라 음악의 강약을 바꿀 수 있게 했으며 그 결과로 새로운 동시성을 만드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 작업이 석사논문으로 진행된 연구였다면 박사논문과 함께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바로 차세대 아티스타와 함께 하는 연구이다.  

“근본적으로 기술적인 수단을 접목시켜 무용을 확장하는 연구라는 뿌리는 동일합니다. 이번에 주목한 분야는 안무입니다. 안무의 창작은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워낙 많습니다. 그래서 안무를 디자인하는 특정한 부분을 컴퓨터 기술로 추적한다고 하면 비슷합니다.”

안무의 창작은 예술의 분야로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무용수 개인의 동작 하나하나부터 여러 무용수가 유기적으로 만들어내는 동선과 영역까지 포함하는 전체적인 작업니다. 이 중 이 씨가 주목한 부분은 무용수의 동선이다. 여러 명의 무용수가 함께 움직이는 군무에 있어서 동선의 조합은 디자인도 복잡한 일이지만 이를 확인하는 과정도, 또 무용수들이게 전달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아예 소프트웨어로 만드는 계획이었다.

“차세대 아티스타 첫해인 올 한해는 이 프로그램의 개발에 전력하고 있습니다. 무용에는 말씀드렸던 무용수의 움직임들뿐 아니라 음악적인 요소를 비롯해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죠. 특히 어려운 것은 안무가가 원하는 스타일과 느낌입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컴퓨터가 이해하게 만들 것이냐, 이것이 관건입니다.”

프로그램의 우측 메뉴창에는 안무와 관련된 특성들을 분류한 입력요소들이 자리한다. 작품 길이, 음악의 템포, 무용수가 몇 명인지, 그다음 안무의 평균적인 빠르기와 함께 역동성을 만드는 속도의 변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무용수의 동선에 대칭성을 얼마나 줄 것이냐, 또 직선적 성향인가, 곡선적인가 등 댄서들의 움직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들어간다.

“감정적인 부분은 배제했습니다. 함부로 건드려선 안 될 부분이 있으니까요. 얼마나 규칙적인가, 얼마나 혼란스러운가를 보기 위해 엔트로피까지 넣어 놓은 상태구요.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요소들이 모여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하는지 규정하는 알고리즘입니다. 바로 진화론의 개념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영역 새로운 아름다움
프로그램은 태초의 선으로 시작한다. 무작위로 탄생한 동선들이 주어진 조건에 따라 충돌하고 경쟁하면서 변화하고 살아남는 것이다. 바로 적자생존의 원리이다. 수많은 경우의 수들이 서로 섞이고 변형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결과에 따라 안무가가 원하는 조건을 피드백한다. 그렇게 세대를 거듭할수록 조건에 적합한 개체들이 남고 그것이 무용수들의 동선으로 드러난다. 생물이 변화해 존재하는 진화론과 같은 것이다.

“공학적으로 보자면 안무도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답을 찾는 과정일 수 있거든요. 손목 하나에 열 가지 각도가 있다고 치죠. 그런데 한쪽 끝부터 다른 쪽 손끝까지의 관절이 열 개쯤 있죠. 그러면 가짓수는 10의 10승입니다. 이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서 적합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죠. 물론 그 사이에 목적이 있죠. 감정이든, 생각이든, 아름다움이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컴퓨터로 줄여보자는 것이 현재 목표죠.”

이런 그의 작업에 관해 현장 안무가들의 반응은 갈린다.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과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부류이다. 또 창작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고 아깝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이 씨는 현실적인 연구와 무대를 계획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아티스타 2년차의 계획이자 그의 연구가 발전해나갈 방향이기도 하다.

“지금은 컴퓨터에서 점으로 움직이는 모델이지만 현실에서 실현해봐야죠. 그래서 일단 실제 안무가와 워크숍 형태로 무대에 올릴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창작을 해 보는 거죠. 함께 차세대 아티스타 활동하는 분들과 협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일정 때문에 성사 못한 부분도 있지만 제가 찾아 다녀야죠.”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예술에 대한 접근은 사실 확장분야가 넓다. 이 씨의 바람처럼 연구가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먼저 일본처럼 무대에 대한 기술적인 접근으로 현실적 무대예술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또 영화나 게임, 매스게임 같이 시간에 따른 움직임을 고려해야하는 부분에는 적용범위가 꽤 넓어진다. 따라서 이 씨의 연구가 현실과 닿는 부분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에 보니까 저 같은 사람한테 적당한 용어가 하나 있더라구요. 메타크리에이션이라고 하는데 직접 작품을 만드는 일보다는 창작하기 위한 상황을 만드는 거죠. 무용을 중심에 두고 그와 관련된 여러 사안에 기술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는 메타크리에이션? 하여간 무용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넓은 범위의 연구를 한다고 이해해주세요.”

지금 대학원 5년차인 이정섭 씨는 스스로 무용가이자 무용에 종사하는 메타크리에이션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던졌던 처음 질문에 대한 답이 선명해지는 만큼 그의 작업 또한 다가오는 시간의 동선 안에서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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