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률의 영화읽기] 성공의 씨앗은 실패와 좌절 속에 있다
[고광률의 영화읽기] 성공의 씨앗은 실패와 좌절 속에 있다
10편 10색 - 영화, 생각을 지배하다 : 머니볼 (하)
  • 고광률 소설가
  • 승인 2017.07.29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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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고광률 소설가]

다르게 생각하라
영화는 세 갈래로 진행됩니다. 주인공 빌리 빈의 찬란했던 학창시절 선수생활과 프로선수 입문 후에 몰락하는 과거 이야기, 결혼에 실패하여 전 부인이 양육하는 딸과의 이야기, 현직 구단 단장으로서의 야구 생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는 주로 세 번째 이야기를 다루려 합니다.

새로운 시즌을 위한 에슬레틱스 구단의 선수선발 회의가 열립니다. 경륜이 철철 넘쳐 보이는 스카우터들이 영입대상 선수들에 대한 장단점들을 줄줄이 말합니다. 빌리는 ‘부자 구단 : 가난한 구단’의 불공정 게임이 야구임을 알고 있습니다. 약한 선수를 강하게 키워놓으면, 시즌이 끝났을 때 돈 많은 구단이 빼앗아갑니다. 빌리의 불편한 심사와 달리 그래디 푸슨 스카우트 팀장이 우리들의 경륜과 지혜를 믿고 따라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빌리는 우리 선수영입 전략이 부자 구단인 양키즈와 같아서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돈을 대체할 새로운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하라
선수 스카우트 문제로 타 구단에 간 빌리는 협상대화 중에 끼어들어 ‘결정적’ 조언을 하는 피터 브랜드라는 직원을 눈여겨보게 되고, 빌리가 이 피터를 전격 영입합니다. 예일대 경제학을 전공했다는 피터는 야구를 색다르게 해석합니다. 선수를 사는 게 아니라, 승리를 사는 것이 야구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승리를, 돈이 아닌 선수 분석을 통해서, 통계와 확률로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빌리가 이런 피터와 같이 새로운 야구 운영 전략을 짭니다.

다시 선수선발 회의가 열리고, 여기서 단장인 빌리와 스카우터들의 대립이 본격화됩니다. 이른바 구질서와 신질서의 싸움, 기득권과 변화세력 간의 다툼이지요. 선수영입은 물론이요 게임의 법칙과 기준을 바꾸려고 하는 빌리와 피터의 행동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히 스카우트 팀장이 강력 반발합니다. 그가 경고합니다. “컴퓨터로 팀을 짤 수 없다. 우린 경험과 직관이 있다. 150년 동안 이어온 선수선발의 법칙과 기준을 너희가 바꾸겠다는 건가?” 라는 취지의 경곱니다. 그러면서 빌리의 급소도 찌릅니다. 이런 무모함이 개인적 아픔 때문인가? 라고.

모든 것을 걸어라
그래도 빌리는 단장이기에 그의 뜻대로 팀이 짜여 지고, 훈련이 시작됩니다. 그러나 그가 영입한 한물 간 또는 각기 나름의 트라우마를 지닌 선수들이 기대에 미칠 리 없습니다. 실수 연발에 의기소침이지요. 해서,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전략]은 짰지만, 그 결과는 오리므중이 되어 버립니다. 빌리도 자신의 선택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피터에게 농반 진반으로 말합니다. “실패하면 네가 다 책임져”, 라고.

개막전에 이어 게임이 하나둘 치러집니다. 아트 하우 감독은 경기장에서 빈의 뜻에 반하는 선수기용을 합니다. “선수는 네(빌리)가 짜지만, 운동장에서 경기는 내가 한다” 면서. 그러니까 각자의 역할과 권한대로 해보자는 것입니다. 일종의 저항인 것이지요. 감독은 끝내 빌리가 영입한 선수를 1루에 기용하지 않습니다. 초반 17게임 중에 14게임을 집니다. 승률이 형편없자, 빌리와 피터가 짠 플레임과 전략이 폄하당하고, 대다수가 실패할 것이라며 조롱합니다.
빌리는 벼랑 끝에서 결국 특단의 조처를 선택합니다. 팀의 간판선수와 감독이 선호하는 1루수 페냐를 전격 트레이드합니다. 분위기 쇄신과 감독에 대한 압력입니다. 조력자인 피터마저 이런 그의 행동이 위험하고 감정적이라면서 말립니다.

아트 감독이 피터에게 너도 빌리의 조처에 동의하는가, 라고 묻습니다. 피터는 그렇다고 하지요. 감독을 압박하여 프레임을 실행할 수 있는 팀을 새로 짠 빌리가 라커룸까지 찾아가 직접 선수들을 독려합니다. 루저가 아니라면서 동기부여를 해주고 용기와 힘을 줍니다. 비아냥거리는 37세 노장 선수를 설득하여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되도록 합니다. 저항에 맞서 굴하지 않고 극단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더욱 강한 변화를 밀어붙인 결과, 성적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에슬레틱스 팀은 리그 25년 만에 최다 연승 기록을 세우고, 미국 사회의 이슈로 등장합니다. 팀은 마침내 130년 야구역사상 20연승의 대기록을 달성합니다. 하지만 빌리는 만족할 수 없습니다.  “나의 목표는 우승이다. 가난한 구단이 승리했을 때, 야구에서 새로운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이 변화를 위해 야구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습니다. 팀은 아메리칸리그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합니다. 다시 여론과 언론은, 그 누구도 야구를 새롭게 바꿀 수 없다면서 빌리의 프레임과 게임 방식 등을 비판하고 나섭니다.

시즌이 끝나고, 빌리는 이른바 부자 구단(보스턴 레드삭스)의 핸리 구단주로부터 거액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습니다. 핸리가 말합니다. “최종 승리한 양키즈는 게임당 140달러를 썼다, 그러나 당신은 26만 달러를 썼다. 새로운 모델을 만든 것이다. 이제 모든 구단은 당신이 만든 이 모델을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빌리는 야구의 변화를 이룬 것입니다.

보스턴에서 돌아 온 빌리에게 피터가 부자 구단으로 갈 것인지 묻습니다. 피터가 답하지요. “우승하지 못했으니, 진 것이다. 나는 패배가 극복이 안 된다.” 우승을 위해 보스턴으로 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이런 빌리에게 피터가 제레미라는 선수의 경기 영상을 보여줍니다. 출루에만 전전긍긍하는 별 볼일 없는 제레미가 공을 타격한 뒤, 죽기 살기로 1루를 향해 전력 질주합니다. 그러고는 1루 플랫폼을 터치하려고 허둥댑니다. 이런 제레미에게 1루 코치가 홈런을 쳤으니 홈까지 내처달리라고 권합니다.

피터는 이 영상 속의 빌리가 제레미와 같다고 말합니다. “당신이 제레미다. 이미 홈런을 치고도 모르고 있지 않는가.” 피터로부터 ‘깨우침’을 받은 빌리는 에슬리틱스 팀에 남습니다. 그리고 빌리와 피터의 경영철학과 프레임을 연구하여 기존의 저력과 돈으로 결합시킨 보스턴 레드삭스는 다음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자막이 뜹니다.

‘머니볼’은 말합니다. 게임을 지배해야 게임을 이긴다. 그 지배하는 방식은 기존의 법칙이나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에 입각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이어야 한다. 그리고 용기와 도전정신이 있을 때 비로소 생존과 승리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 빌리와 피터가 추구한 방식이, 23전 23승을 이룬 이순신 장군이나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 감독의 방식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나의 강점으로 세상의 약함을 뚫어야 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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