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내가 결정한다
[목요세평] 내가 결정한다
  • 김종남
  • 승인 2017.08.0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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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굿모닝충청 김종남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정사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주권자인 내게 알려주고, 논의에 끼워주고, 결정하게 하라. 국가와 정부의 운영은 당신들의 고유권한이 아니다. ‘만인에 의한 만인의 통치’가 불가능하여 대리인을 내세웠을 뿐, 정치도 행정도 당신들 맘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내게 더 많은 결정권을 달라. 박근혜 탄핵촛불 국민의 요구다.

개인의 삶의 영역에서 우리는 모든 것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공적인 일은 정치가와 행정가, 전문가에게 맡기라고 한다.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한 일이어서 국민의 상식으론 안된다고도 한다. 수십년간 체제의 중심에서 정보와 기술, 권력을 독점하고 결정권을 휘둘러온 집단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온 결과가 핵사고의 위험과 극심한 미세먼지와 기상이변에 의한 대도시의 홍수였다면? 매년 수십조의 세금이 국민안전과 복지, 노동자의 지갑 아닌 토건세력과 헤지펀드를 장악한 국내자본가의 배를 채우는데 전용되고 있었다면? 고도의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정책결정이란 수사는 백년가까이 지켜온 자신들만의 이익과 권력을 약화시키지 못하게 하려는 교활한 수법에 지나지 않는 말이다. 민주주의의 본령을 해칠지언정 자신들의 이익카르텔에는 한 치의 균열도 막으려는.

이처럼 국민의 이익과는 괴리된, 공고한 엘리트기득권체제에 다소나마 주권자의 입김을 불어넣으려는 시도가 직접민주주의 제도들이다. 평범한 시민들이 참여해 정치‧행정‧기술관료들이 독점한 정보와 지식, 기술들을 제공받고 심사숙고와 토론을 통해 성찰적 시각으로 정책과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그 중 하나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의 최종 결정에 도입하기로 한 공론조사다.

개인적으로는 기한이 짧고 논란의 여지를 남기는 공론조사보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시민패널이나 시민배심원제에 의한 깊이 있는 토론과 책임있는 의사결정으로 이 문제를 다루기를 바랐다. 3개월의 시한과 공론조사방식이 만의 하나 문재인대통령의 탈핵공약에도 불구하고 원전공사를 계속할 명분을 만든다는 의심을 뒷받침하게될까봐 걱정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원자력계의 강력한 저항을 보면서 정부의 정책이 국민들의 삶의 현장과는 너무도 먼 거리에서 국민의 뜻과는 아랑곳없이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에 방법은 마땅치 않지만 이 시도가 성공하도록 도와야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대부분의 정책들이 결정 혹은 추진단계에서 강력한 시민사회의 저항을 만나고 그 과정에서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도입되는 것이 현재 수준에서의 시민참여 의사결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몇 차례의 시도가 성공적이었느냐 실패로 끝나느냐에 따라 제도화의 속도와 범위가 정해진다. 기존의 체제유지를 바라는 측에서야 성공률이 낮을수록 유리한 게임이다. 내줘야하는 기득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공론조사로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운명을 정하기로 한 이상 탈핵진영은 에너지위기의 허구성과 함께 탈핵의 가능성과 확신을 심어주고 재생에너지 생산대열에 참여하도록 대중적 설득에 나서야 한다. 낡은 석탄화전을 가동하지 않아도, 신고리 5‧6호기를 건설하지 않아도 전력설비는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자료를 통해 확인되었다. 가정용 전기료의 상승도 걱정스럽지 않은 수준임을 확인했다. 남은 일은 자본가와 그들의 이익동맹에 발목잡혀 허수아비가 된 사람들을 분리해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복무하도록 견인하는 일이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가는 길이 전대미문의 길도 아니다. 서구와 북유럽의 선진국들이 이미 다 해본, 그 사회의 복지와 지속가능한 삶을 가져온 민주적 장치들이었다. 문화와 지식토양이 달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이 누구인가? 인터넷과 모바일로 무장하고 공개된 정보의 수집과 분석‧활용에 최고의 능력을 보여준 명예혁명군이다. 그들이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 우려할 일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사고와 권력에 익숙한 이들에게 결정권을 계속 허용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

다소간의 비효율과 비합리를 수반하더라도 주요한 정책에 대한 결정권, 특히 광범위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영향을 미칠 정책결정권을 당사자인 국민에게 돌리는 것이 민주주의다. 그리고 그 결정에 따른 책임은 당연히 정부와 대통령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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