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③ 군대 문화 대물림 속 인력 공급,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커버스토리] ③ 군대 문화 대물림 속 인력 공급, ‘밑빠진 독에 물 붓기’
군대 뺨치는 간호사 ‘태움’ 문화 - 근무환경 개선 시급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7.08.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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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최근 6년간 전국 대학 의약계열의 입학정원은 40% 증가하며 모든 계열을 통틀어 가장 많은 증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의 총 입학정원은 31만9496명으로 2010년 32만 7624명과 비교해 2.5% 감소했다. 교육·사회·예체능·인문·자연계열 모두 정원이 줄었다.

이에 반해 의약계열은 1만6266명에서 2만2788명으로 40.1%가 증가했으며 특히 간호학과 정원이 6년 새 5746명에서 9040명으로 57.3%나 늘었다. 의학계열 이외에 유일하게 공학계열이 7만7328명에서 8만1584명으로 5.5% 증가했다.

교육부는 시장의 수요에 따라 대학 입학 정원을 조정하고 있어 고령화에 따른 추세라고 볼 수 있지만 간호학과의 정원이 큰 폭으로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정원 증가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간호인력의 부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만두는 간호사들 또한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학 입학정원을 늘리는 공급 위주 정책으로는 간호사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간호사의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의약계열 정원 6년간 40% 증가… 간호학과 57% 늘어 최다
‘태움’… 높은 업무강도·군기문화 영향, 평균 근속 8년 불과

 

신입 땐 화장실 못 가… 임신도 순번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는 평균 9.8명이지만 우리나라는 5.2명에 불과하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수많은 간호사들을 배출하고 있음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그만두는 비율도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간호사들의 퇴직률이 높은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병원간호사회가 조사한 결과, 간호사의 평균 근속기간은 8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01개 병원의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이직을 포함한 간호사 퇴직률은 12.4%를 기록했다.

병원간호사회는 “간호사들의 높은 퇴직률은 높은 업무 강도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라며 “타 병원 이직(17.6%)을 제외하면 업무 부적응(14%)과 결혼·출산·육아(13.7%)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영혼까지 불태울 정도로 선배가 혼을 낸다는 ‘태움 문화’ 때문이라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김 모(26)씨는 “신입은 선배들의 눈치에 10시간에 한번 화장실을 간다. 화장실에 가면 소변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색의 소변이 나온다”고 토로했다.

원주의 모 종합병원 6년차 간호사인 윤 모(29) 씨도 태움 문화에 대해 지적했다. “지금이야 연차가 올라 군기 문화의 대상은 아니지만 부조리한 문화가 없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고백했다.
윤 씨는 “정확하게 태움 문화의 방식이 정해져 있진 않다. 군대처럼 엄격하게 서열화된 간호사 위계질서에 따라 후배에게 부당한 행위를 요구하거나 인신공격형 폭언·폭행을 행사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태움 문화에 대해 사회가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존칭 사용이라던가 임신순번제 해소 등 개선의 움직임은 있지만 여전히 대물림으로 이어져오는 부조리 문화는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일에 싸여 있던 태움 문화… 대한간호협회의 정면돌파
윤 씨가 언급한대로 간호 관계자들도 태움 문화를 외부에 공개하고 이를 척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해 9월 태움 문화가 방송 매체를 통해 공개되면서 간호협회 수뇌부들이 직접 나서 외부에 이를 밝혔다.

대한간호협회 김옥수 회장은 “지난해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 무너지는 환자안전’이란 주제로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간호사 태움 문화의 현실에 대해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한 기억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이러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며 그 강도 또한 예전 못지않은 게 현실”이라며 “태움 문화가 계속해서 유지도 오는 것은 ‘나도 당했으니까 너도 당해보라’는 보상심리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김 회장은 “산하단체인 병원간호사회를 중심으로 2년마다 ‘병원간호사 근로조건 실태조사’를 통해 간호사들의 근로조건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전한 간호문화 확립이 열악한 간호 근무 환경 개선에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인 것을 직시하고 있다”며 “태움 문화를 근절하려면 업계의 노력과 더불어 국회와 정부가 간호사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의 마련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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