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고민 Q&A] 은퇴이민을 고민하고 있어요
[어르신 고민 Q&A] 은퇴이민을 고민하고 있어요
  • 임춘식
  • 승인 2017.08.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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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굿모닝충청 임춘식 前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노인의 전화 대표이사] Q. 우리 부부는 은퇴이민을 갈려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년 2월에 35년간 봉직한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하면 준비되는 대로 동남아 지역으로 떠나려고 합니다. 이미 1년 전에 필리핀으로 이민을 떠난 친구의 정보도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도움을 청합니다(남 60, 세종시).

A. 은퇴 후의 삶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고령화 시대와 함께 찾아 온 문제는 이제 너나없이 모두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단 노후 자금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가를 어떻게 보내고 건강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최근 들어 은퇴이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우리나라에서 보다 풍요로운 노후를 즐길 수 있는 나라를 찾아 떠나고 싶어 하는 은퇴자들이 많아 졌습니다. 자식 곁을 떠나 낯선 나라로 간다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던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민’이란 단어는 새로운 삶이라는 이미지를 담고 있습니다. 196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이역만리 새로운 땅을 찾은 교포 1세대부터 최근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가 그대로 눌러앉은 이민자까지 모두 기회를 잡기 위해 우리나라를 떠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2000년대 중반, 삶의 질이 화두로 떠오르며 새로운 형태의 이민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팍팍한 월급쟁이라도 동남아에서는 황제처럼 지낼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퇴이민’이 들불처럼 일어난 것입니다. 당장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있지만 은퇴만 하면 여유로운 삶을 찾을 수 있다는 환상을 머릿속 깊숙하게 각인되었습니다.

특히 동남아시아 은퇴이민이 인기가 높습니다. 월 300만 원정도의 연금을 받는다면 우리나라에서는 평범한 생활수준이지만 동남아 지역에서는 가정부와 운전기사를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필리핀이 인기가 많습니다. 영어 문화권이라 의사소통에 큰 불편함이 없고, 교민들이 많아 한국산 제품을 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은퇴이민자 중에는 손주들을 맡아 기르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필리핀은 정부 차원에서 1987년부터 은퇴청(PRA)을 설립하고 은퇴이민자를 적극 유치 중에 있습니다. 조건도 까다롭지 않아 만 50세 이상 외국인 중 연금을 받는 사람은 미화 1만 달러(1,180만 원), 연금이 없으면 2만 달러(2,360만 원)를 필리핀 개발은행에 예치하면 특별영주 은퇴 비자(SRRV)가 발급이 가능합니다. 3인 가족 기준이라 배우자와 미성년자 자녀 한 명이 함께 갈 수 있습니다.

말레이시아는 미국인이 가고 싶어 하는 은퇴이민국 4위에 꼽혔습니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2001년부터 은퇴비자 프로그램(MM2H, Malaysia My 2nd Home)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예치금이 만 50세 이상일 경우 부부 합산 15만 링깃(약 4,100만 원), 50세 미만은 30만 링깃(약 8,200만 원)으로 높은 편입니다. 또 한 달에 1만 링깃(약 270만 원) 이상의 정기 수입이 있음을 증명해야 합니다.

태국은 만 50세 이상일 경우 80만 바트(2,600만 원)나 미화 2만5,000달러(약 2,900만 원)를 태국 은행에 예치하면 ‘롱스테이 프로젝트’라는 1년짜리 장기비자를 발급해 줍니다. 피지는 만 45세 이상 외국인이 3년 이내 10만 피지달러(약 5,500만 원)를 피지은행에 예치하면 ‘거주 허가’ 비자를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은퇴이민이 삶의 질은 높일 수 있지만 주의할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돈’입니다. 취업이나 사업 등으로 돈을 벌 수 없어 반드시 연금 같은 주 수입원이 확보 돼야 합니다. 은퇴이민은 ‘여행’이 아니고 곧 ‘생활’이기 때문입니다

또 현지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피해를 당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민을 알선한 브로커로부터 부풀린 비용을 청구 받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받는 등 사기를 당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혼자 떨어져 있다는 고립감도 싸워야 할 문제입니다. 교포사회가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커뮤니티가 한정돼 있고 우리나라에서처럼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하거나 가족과 친구를 만나러 다니지 못합니다. 이를 이겨내지 못하면 여유를 찾아 떠났던 은퇴이민이 무인도에 갇혀버린 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치안 문제도 지적됩니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한국 은퇴이민자들이 현금을 많이 소유했다는 게 아려져 범죄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14년에는 13명, 2014년 10명 등 매년 10여 명의 한국인이 피살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남아 현지 교민들은 은퇴이민을 결정하기 사전에 동반자와 함께 적어도 3개월은 살아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현지의 기후조건, 부동산 구매 가능 여부, 보건위생 시설, 여가활동 범위, 물가 등을 파악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은퇴이민은 ‘여행’이 아니라 ‘생활’인데 현지 조사를 목적으로 1-2주 잠깐 다녀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가족까지 동반한다면 현지인들과 부딪치면서 살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퇴이민이 ‘삶의 질은 높일 수 있지만, 주의할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가장 큰 부분은 역시 생활비입니다. 취업이나 사업 등으로 돈을 벌 수 없어 반드시 연금 같은 주 수입원이 확보돼야 합니다. 또 현지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해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의 많은 은퇴자는 자기 사는 곳이 추울 때 따뜻한 동남아로 와 몇 달 살다 가는 게 일상입니다. 일본의 경우 사십 년간 국민연금을 넣은 부부가 받는 연금은 월평균 30만2천 엔(약 100만 원)에 불과합니다. 연금에 대비해 높은 물가를 감당할 수 없어 물가 싸고 자연환경이 뛰어나며 왕래가 쉬운 동남아로 연금 이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신문, 잡지, TV에도 은퇴 이민 프로그램이 자주 나옵니다. 하나투어는 외국체험답사 프로젝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현지를 일주일 일정으로 답사하는데 비용은 150-200만 원 선입니다. 답사를 통해 은퇴 이민 희망자들은 주택시설 및 병원 등을 방문하여 이민 후의 생활 여건을 볼 수 있습니다.

롯데관광은 말레이시아 은퇴 이민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120만 원으로 5일간 현지답사 및 현지 설명회를 하기도 합니다. 먼저 사전 답사 여행을 다녀온 후에 결정해도 전혀 늦지 않습니다. 퇴직 후에도 30년 이상을 먹고 살아야 하는 요즘 60대들은 해외 이주가 새로운 선택지라고 하지만 그리 용이한 일이 아닙니다. 어쨌든 화려한 은퇴 이민을 상상하고 무작정 떠났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입니다. ‘흔히 황제처럼 지낼 수 있다는 환상에 철저한 준비 없이 은퇴이민을 떠나는 건 절대 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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