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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프리즘] ‘호서문학’이 걸어온 길, 그리고 가야할 길

    김현정 교수
    문학평론가, 세명대 

    [굿모닝충청 김현정 문학평론가, 세명대 교양과정 부교수] 지난 7월 14일, 대전문학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호서문학소개전 - 여기와 거기, 기록의 결’이 열렸다. 10월 31일까지 전시될 이 소개전은 1952년 9월 1일 전란 속에서 창간호를 펴낸 후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문학잡지 ‘호서문학’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마련된 것이다. ‘호서문학’이 해방 이후 발간된 ‘향토’, ‘동백’과 맥이 닿아 있고, 195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대전문학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온 점에서 이번 소개전은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1950년대 대전문학에서 ‘호서문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한국전쟁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호서문학’ 창간호를 비롯하여 2-4호가 발간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줄곧 경성(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학장(場)이 점차 대전지역에서도 형성되었음을 반증해 주는 것으로, 대전의 전후문학의 현황과 특징을 살피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호서문학’ 창간호에서 눈여겨 볼 것은 ‘호서문학’ 창간 주역인 ‘호서문학회’이다. 정훈 회장을 비롯하여 박용래, 한성기, 원영한, 임강빈, 권선근, 임희재, 양기철, 추식, 권용두, 지헌영 등 대전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인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그리고 ‘호서문단점묘’와 ‘호서뉴-스’ 등을 통해 당시 정훈, 박용래, 한성기, 전여해 시인 등의 근황과 대전 문단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훈, 임강빈, 박용래, 한성기의 시를 비롯하여 권선근, 김병구, 양기철의 소설, 김영수, 박상용의 비평, 강소천의 동시, 유재륜, 손을조, 송기영의 콩트, 국문학에 관련된 지헌영의 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전후의 현실과 세태 풍자의 모습,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적인 양상, 순애보적 사랑과 가족애의 장면 등 다양한 주제를 만날 수 있다.

    2년 뒤 ‘호서문학’ 제2집이 발간된다. 당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반영하듯 창간호보다 분량이 많이 줄은 4·6배판 12쪽이다. 정훈의 시를 비롯하여 이종학, 설창수 등의 시와 명예회원인 홍효민의 소설, 전형(全馨)의 평론, 임희재의 수필 등이 실려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제2집은 존재하지 않아 내용을 볼 수 없다. 시급히 발굴해야 할 것이다.

    1956년 6월에 ‘호서문학’ 3집이 출간된다. 창간호와 2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양적·질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국판 200쪽에 이르는 분량에 유치환, 김관식, 지헌영, 전여해, 전형, 이재복 등의 작품이 발표되었다. 청마 유치환의 「낮달」, 김관식의 「육성의 통곡」, 전여해의 「너 하나만 위해」 등의 시작품이 눈길을 끈다. 또한 3집에는 호서문학회원들의 명단과 주소가 나와 있어 당시 호서문학회의 현황을 엿볼 수 있다.

    1959년 2월에 ‘호서문학’ 4집이 간행된다. 정주상, 원영한 등의 수고로 열악한 환경 속에서 출간된 것이다. 김현승, 김관식, 정훈, 전여해, 지헌영, 박희선, 김대현 등의 작품이 실려 있다. 김현승의 시 「겨울방학」을 비롯하여 김관식의 「검은 신이여」, 전여해의 「흰 접시와 구름들」, 정훈의 「소품이제」 등이 주목을 끈다. 특히 김현승의 「겨울방학」은 ‘방학’의 의미를 잘 포착하고 있는 점에서, 민족시인이자 아나키스트이기도 한 전여해의 「흰 접시와 구름들」은 현실을 탈출하여 유토피아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처럼 1950년대에 발간된 ‘호서문학’은 당시 대전문학의 양상과 특징을 살피고, 문학사적 의의를 규명하는 데 없어서 안 될 귀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호서문학회는 이후 여러 사정으로 ‘호서문학’을 발간하지 못하다가 1976년에 이르러 ‘호서문학’ 제5집을 발간하게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호서문학’에서 마련한 중요한 작업 중 하나는 ‘특집 작고향토문인발굴’이다. 박노갑, 이해문, 윤백남, 김형원, 민태원, 엄흥섭, 염인수, 안회남 등을 다루고 있는 이  특집은 대전·충남문학의 지형과 계보를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대전·충남지역 작고문인에 대한 조명 및 자료발굴 소개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전문학 속 ‘호서문학’의 비중은 다른 어느 문학단체, 문학잡지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지금 여기’의 현실에서 요구되는 로컬리티, 균형적 시각, 파격과 새로운 실험 등이 호서문학에 좀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때 그 위상은 더 높아질 것으로 사료된다.

    김현정  kim66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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