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공관병의 고백 - 군단장 (★★★) '갑질' 체험담
어느 공관병의 고백 - 군단장 (★★★) '갑질' 체험담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7.08.0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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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캡처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육군 대장인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 논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날이 갈수록 이들의 새로운 ‘갑질’ 행태가 추가로 속속 밝혀지고 있어 그 끝이 어딘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군 장성급들이 모두 다 그런 '갑질'의 주역은 아닐 것이다. '별' 3개를 달았던 과거 다른 군단장은 어땠을까? '갑질'의 양태는 과거라고 해서 현재와 크게 다를 건 없어 보인다. 극히 폐쇄적인 소수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보니,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패턴이 관행적으로 내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20여년 전 당시 군단장을 보좌했던 전직 공관병(일명 당번병)으로부터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들을 수 있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그가 밝힌 또 다른 ‘갑질’의 생생한 스토리를 만나보자.

“나는 과거 별 3개 군 단장(★★★) 당번병 출신이다. 지금 시끌시끌한 '박찬주 뉴스'를 보면, 대장보다 오히려 그 부인의 '갑질'이 더 심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유가 있다. 그 부인이 맺힌 게 더 많기 때문이고 보상 받고 싶은 게 많아서다.

"아저씨 여기 본부가 누구야? 본부 안 왔어?" 이게 나의 ‘싸모’의 부임(?) 첫 인사였다. 여기서 본부는 '본부대(사령부내 경비, 보수, 매점, 식당 등 부대시설 관리)'의 대장(통상 대위 또는 소령 직급이 한다)의 아내를 말한다.

본부대장의 아내라고 해봐야 겨우 30대 초중반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거나 유치원 다니는. 그 ‘본부’가 공관의 ‘식모’라고 보면 된다. 당번병, 요리병, 운전병, 부관이 있는데 왜 ‘본부’가 ‘식모’인가? 물론 공관 요리병이면 간부식당 최고참이 하게 되어 있으나, 어려운 음식이 있다. 바로 ‘김치’를 이 ‘본부’가 조달한다. 누구한테? 친정 어머니/시어머니한테. 30대 초중반이 뭘 얼마나 요리를 잘 하겠는가.

이 ‘본부’는 싸모가 콜 해도 공관 정문으로 못 들어간다. 당번병이 주로 일하는 주방으로 가야 한다. 그게 ‘룰’이다.

공관 회식 때는 (당시 주당 평균 4회는 공관에서 바비큐, 숯불구이를 했던 것 같다) 주방에서 반찬 담고 설거지 한다. 앞 정원에서 다른 부대장과 그 사모들이 부부동반 회식할 때, 뒤에서 우리와 같이 잡일 하는 거다. 사실상 우리와 같은 대접을 받고, 어떤 때 보면 우리보다 더 고생 많이 했다. 애들 밥은 잘 못 챙기는데 두 부부가 회식 펑크 낼까 봐, 뒤에서 노심초사하고…내가 서빙할 때 정원 앞까지 부부가 번갈아 (음식을) 날라주고..

참모 사모들도 서열이 있다. 물론 뉴스에 많이 나왔듯, 군단장 사모를 중심으로 거실에 빙 둘러 앉는다. 소파는 딸랑 여섯 개. 그런데 사모 수가 더 많다. 그럼 서열 낮은 사모는 그냥 바닥에 앉는다. 내(공관병)가 빨리 파악해서 방석이라도 가져다 주면 좋은데, 내가 신경 못 쓰면 찬 바닥에 그냥 앉는다.

그 사모들이 모이는 이유? 회의하려고 모이는 거다. 무슨 회의냐....어디 온천이 물이 좋으니 누가 언제 기사노릇을 하고, 누가 어디 식당을 예약 잡고...장군 생일이 언제이니 누가 뭘 준비해 오고,  자기 친정이 바다 근처이니 이번엔 회를 가져오겠다..뭐 이런.

난 당번병이니 사모들에게 다과를 준비해야 한다, 싸모의 지침대로.

1인당 과일 두 쪽, 그리고 녹차. 녹차 티백 두 개로 담갔다 뺐다를 반복해서 몇 잔이든 다 만들었다.

군단장 싸모가 가운데 제일 큰 조각, 녹차 가장 진한 거라면,

당시 제일 말석이 ‘통신’이었는데 참외 꼬다리 근처, 녹차는 향도 거의 안 나는 수준으로 돌아간다. 이런 대우를 받아도 싸모가 따로 불러서 어디 목욕이라도 같이 가 싸모 등이라도 밀어주고  하는 게 그들에겐 조금이나마의 기회다. '별'을 달기 위해 아주 긴 시간의 굴욕을 참아야 되는 거다.

본부에서 수송으로 통신으로 공병으로.... 올라가면서 조금씩 굴욕의 강도가 낮다뿐이지.

4 스타. 그거 아무나 달수 있는 게 아니다. 군인은 사관학교라는 마르지 않는 샘이 있어서 진급에서 누락하면 나가야 한다.

저들이 그 굴욕을 감내하는 게 단순히 나중에 위세 떨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렇게 해야 사니까.

그런데 4 스타? 그럼 정말 어마어마하게 윗사람에게 잘 보였다는 거다. 상관만이 아니라 그 싸모에게. 그러다 보면 아주 간혹의 경우를 제외하면 보상심리 안 생길 수가 없다.

싸모가 더 악에 받치는 건 내 입장에선 당연하다. 난 그 사람들이 서러워서 우는 것도 봤고, 우리한테 아부하는 것도 봤다. 가져온 반찬 내드리면 안되냐, 얼마나 드셨느냐, 맛 있어 하시느냐...

난 제대 후, 내 친구들(여자친구들)에게 절대 군인이랑 결혼하지 마라. 하려면 공군이랑 해라. 육군은 안 된다. 신신당부를 했다.

내가 ‘모신’ 장군? 국방부장관 다음으로, 한국군인으로 할(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위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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