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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식의 이 한 구절의 힘] 스마트폰을 위하여 기도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을 위하여 기도하다

    더 이상 사람들은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

    어디서고 대화의 상대는 살아있는 스마트폰이다

    사람들은 살아있는 어떤 것보다 스마트폰을 사랑한다

    사각의 얼굴을 보면서 말하고, 듣고

    기억을 찾으며, 기억을 심어주기도 한다

    스마트폰은 21세기에 갑자기 등장한 변이된 생명체!

    살아있는 것은 모두 원죄를 가지고 태어나듯

    스마트폰도 원죄가 있을 것이다

    죄가 없고는 저토록 사랑받을 수 없다

    죄가 없고는 저토록 자유분방할 수 없다

    오늘은 일요일

    사랑하는 지렁이보다 스마트폰을 사랑하는 나는

    스마트폰의 죄를 위해 기도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그의 원죄를 위해 기도하기로 했다.

    - 김상현, ‘스마트폰을 위한 기도’ 전부
     

    #. 문명의 이기, 일상의 족쇄
    식당에 일가족인듯한 4명 일행이 들어온다. 무덤덤한 표정으로 잠시 음식 메뉴를 상의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음식을 기다리면서 각자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음식이 나오고 먹는 동안에도 별다른 이야기가 없다. 부모보다 특히 아들딸의 집중도가 높다. 식사도중 부부는 간간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자녀들의 스마트폰 몰입도는 실로 대단했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설 때까지 아들딸의 눈은 줄곧 스마트폰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제는 자연스러운 우리사회 일상풍경이다. 부모와 자식간 대화의 어려움, 소통의 껄끄러움을 가중시키는 이 기계의 기능을 어떻게 볼 것인가. 전화, 카메라, 앨범, 게임, 사전, 예약, 달력, 편지, 팩스. 시계, 알람, TV, 라디오, 영상과 음악 감상, 노래방, 메모, 수첩, 책과 백과사전, 전화번호부, 계산기, 일기장, 손전등, 신용카드와 현급출납.... 끊임없이 확대되는 스마트폰의 기능에 우리들은 점차 깊고깊은 예속의 늪으로 빠져들어 간다.

    #. 스마트폰의 이야기도 들어보자
    “죄가 없고도 저토록 사랑받을 수 없다/ 죄가 없고는 저토록 자유분방할 수 없다” 사랑받고 자유분방한 존재감을 누리는 스마트폰에게 ‘원죄’가 있음을 확신하는 시인은 기도하기로 작정한다.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원죄를 위해 시인이 바치는 기도는 진지할 것이다. 짐짓 반어법 표현으로 현대문명의 총아를 향한 진지한 의지를 피력한다. 기도를 하여 스마트폰의 원죄가 씻겨진다면 좋겠다. 지금도 나날이 늘어나는듯한 스마트폰의 원죄를 위하여 주기적으로 그리고 강도높게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기 전에 우선 스마트폰의 입장, 스마트폰 측의 주장이나 소회, 인간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봐도 좋겠다. 인간들로부터 사랑과 경원이라는 이중의 대접을 받고 있는 저 어마어마한 능력의 물체도 인간을 향해 뭔가 할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기능을 잔뜩 부여해 놓고 스물 네 시간 끼고 살고 있으니 스마트폰으로서도 어찌 고충과 애로가 없겠는가. 이런저런 정황속에서 스마트폰을 위한 시인의 기도 내용이 궁금해진다.

    이규식  victorhugo21@goodmorningc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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