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박기영 교수와 책임윤리의 실종
[목요세평] 박기영 교수와 책임윤리의 실종
  • 양해림
  • 승인 2017.08.17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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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양해림 충남대 철학과 교수]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박기영 순천대 교수(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가 4일만에 자진사퇴했다. 늦었지만 잘 한 결정이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지 세간의 비판에 못 이겨 자진사퇴한 차관급 고위직 인사는 안경환 전 법무장관후보자, 조대엽 전 노동부장관후보자, 김기정 국가안보실 제2차장에 이어 네 번째다. 촛불시민정국으로 탄생한 정부치고는 인사시스템이 너무 허술하다. 박기영 교수는 어떤 인물인가? 과거를 돌이켜 보고 쉽지 않지만, 이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박기영 교수는 황우석 전서울대교수로 인해 세간에 더욱 알려졌다. 지난 2002년 말 정권을 잡은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집중과 선택을 통한 신자유주의정책에 입각하여 황 교수를 지원했다. 2003년 8월에 황 교수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장관급 민간위원으로 임명하고, 황 교수가 관여한‘바이오신약·장기’분야를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였다. 그리고 황 교수는 바로 그 바이오신약·장기 분과의 위원장을 맡는다.

누구보다 박기영 순천대 교수는 지난 2004년 1월에 노무현대통령 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임명되면서 황 교수 지원에 대대적으로 앞장섰다. 또한 박기영 교수는 황 교수팀의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공저자로 되어 있고, 황 교수로부터 무관한 연구과제 2개를 위탁받으면서 정부지원금 2억 5천만 원을 받았다. 실제로 전공이 다른 박 교수가 논문에 기여한 바가 없다는 점에서 논문에 이를 넣어주는 정치적 입김을 작용했다. 박 교수는‘황우석 연구지원 모니터링팀’과‘황우석 지적재산권 관리팀’을 운영하고, 정부와 청와대측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황금박쥐’(황우석 교수,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 박기영 보좌관,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라는 비공식모임을 결성하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황 교수가 세간에 이름을 널리 알린 시기는 1990년대 후반이다. 그는 1999년 2월에 ‘영롱이’를 만들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체세포 동물복제에 성공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해 4월에는 복제한우‘진이’를 연이어 탄생시킨 황 교수는 당시 언론의 조명과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일약‘스타과학자’의 반열에 오른다. 황 교수는 1999년에 처음으로 구성되었던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하여 대통령과 과학기술 관련 장관들 앞에서 직접 복제소 탄생에 대해 보고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처럼 소복제로 명성을 얻은 황 교수는 2002년에는 정통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3년간 43억 원을‘광우병내성 소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이종간 장기복제를 위한 면역거부반응이 제거된 무균돼지 복제연구에 착수하면서 점차 줄기세포 분야로 연구영역을 넓혔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그가 스타과학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굳힌 것은 노무현 정부부터이다.

과학기술부는 2004년 황 교수에게 65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한 데 이어 2005년에는 연구비 265억 원으로 확대 책정했다. 과학기술부가 황 교수를 띄우기 위해 황 교수 연구의 시장 잠재력을 가공하고 부풀린 셈이다. 지난 2004년 황 교수의 첫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성과가 ‘사이언스’에 발표된 몇 개월 뒤 ‘네이처’는 ‘한국의 줄기세포 스타들, 윤리적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라는 제목으로 황 교수의 난자 획득 경위, IRB 통과 문제, 청와대 정보과학 기술보좌관이 공동저자로 포함된 경위에 대한 의문 등 여러 가지 윤리적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는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기꾼 과학자로 전락했다. 이러한 여러 재정적 지원은 황 교수를 스타과학자로 만들기 위해 지난 정부가 어떠한 행태를 보였는가를 잘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기영 교수는 지난 10년간 자기의 행적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성한 적이 없다. 철학자 요나스(Hans Jonas)가 ‘책임의 원칙’ (1979)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회의 전반적인 책임윤리의식의 고양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책임은 도덕적인 전제조건이 되기도 하지만, 도덕 그 자체만은 아니다. 행위결과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법적인 의미이지 도덕적인 의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원인이 악행이 아니었고 결과가 의도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지른 막대한 피해는 어떻게 책임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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