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파탄 난 보수세력, ‘괴멸’인가 ‘궤멸’인가?
국어 사전에 ‘괴멸(壞滅)’이라는 단어가 있다. 또 ‘궤멸(潰滅)’이란 낱말도 나온다. 서로 비슷한 말이다. 그러나 엄밀하게는 서로 다른 뜻을 내포하고 있다.
앞의 ‘괴멸’은 “내부적 분열로 정신적인 문화나 분위기 등이 파괴되어 없어진다”는 뜻이 강하고, ‘궤멸’은 “외부적인 타격으로 조직이나 집단이 무너지고 흩어져 망하다”라는 뜻이 강하다.
우리나라 보수세력이 근자에 ‘괴멸’과 ‘궤멸’이라는 파탄지경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난 16일 대구-경북 토크 콘서트에서 “이 나라를 건국하고 산업화, 민주화까지 한 보수세력이 궤멸 직전에 와 있다”며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고 역설했다. 홍 대표 스스로 ‘궤멸’이라는 표현으로 현실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7월 20일 예상 밖의 물 폭탄으로 충북지역민이 엄청난 수해를 당했을 때, 자유한국당 소속 충북도의원들이 유럽 연수를 떠났다. 당시 이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자, 김학철 도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월호도 그렇고. 내가 볼 때는 국민들이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단 행동하는 설치류 있지 않나"라며 비판여론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이에 질세라, 이번에는 바른정당에서 한 건 올렸다.
문제의 장본인은 바른정당 충남도당 창당준비위원장으로, 공당의 간부급 인물이다. 이기원 창당준비위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녀상과 부국강병’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위안부 소녀상과 관련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초특급 막말을 쏟아냈다. 충남 보령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추진된다는 기사를 보고 올린 게시물이다.
그는 “딸이나 손녀가 자기 어머니나 할머니가 강간 당한 사실을 동네에 대자보 붙여놓고 역사를 기억하자고 하는 꼴”이라며 “’인생의 최대의 기쁨은 적을 정복하고 그 적의 부인이나 딸의 입술을 빠는 데 있다’는 칭기즈칸의 명언에 따라, 의례히 전쟁은 부녀들의 대량 성폭행이 이뤄져 왔다”고 했다.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외국 사람들에게 마이크 대 주면서 소녀상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면, 겉으로는 비극이라고 할 것”이라며 “그러나 돌아서자마자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며 조선여자들을 비웃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는가? 세계의 ♥집이라고 말이다”라고 쏟아냈다.
지난 달에는 자유한국당에서, 이번 달에는 바른정당에서 경쟁적으로 보란 듯이 막말 퍼레이드를 벌인 셈이다. 양당 모두 막말 파문이 발생한 당일에 관련자를 서둘러 제명조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땅의 보수세력에게 묻고 싶다. 보수세력의 파탄지경은 진정 외부에 의한 ‘궤멸’인가, 아니면 내부에 의한 ‘괴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