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열며] 2021 수능 개편안과 문재인 공약 후퇴
[노트북을열며] 2021 수능 개편안과 문재인 공약 후퇴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7.08.20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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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영 사회문화팀장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2017년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 수 46만 명.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이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내년부터 교육과정이 달라진다. 문과와 이과가 통합되고,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신설된다. 2학년 때부터는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업을 듣게 된다.

이에 따라 평가 과목 변화가 불가피해졌고, 교육부는 지난 10일 이들이 대입시험에 응시하게 되는 2020년부터 적용될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골자는 ▲2015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 신설 ▲탐구영역 선택과목 수를 최대 2과목에서 1과목으로 축소 ▲수능 출제범위를 2015 교육과정상 공통과목 및 일반선택과목으로 한정 ▲직업탐구영역은 ‘성공적인 직업생활’ 1과목으로 통합 출제 ▲절대평가 과목 확대 ▲수능-EBS 연계 개선 등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바로 ‘절대평가 과목 확대’. 교육부는 이날 ‘국어, 영어, 수학, 탐구,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등 7과목 중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 4과목만 절대평가로 하는 1안과 전 과목을 절대평가하는 2안을 제시했다. 최종안은 4차례의 권역별 공청회를 거쳐 31일 확정 발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지난해 3월부터 교육과정 전문가, 평가 전문가, 현장 교원 등으로 수능개선위원회를 구성하여 수능 과목 및 평가체제 등을 연구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시안을 마련했다”며 “궁극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수능 준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것” 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개편안 발표 이후 교육단체를 중심으로 찬반 여론이 분분한 것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공약 후퇴 논란까지 가열되고 있다.

당초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골자로 대입제도를 단순화하고 공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수능 절대평가’를 대표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아울러 전형방식을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수능 3가지로 단순화하고, 사교육을 유발하는 수시전형 대폭 개선하는 한편,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도 내놨다. 공약이 후퇴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개정 1안에서는 하필 국어와 수학 과목이 빠졌다. 개선의 주된 취지에 맞지 않게 학생 입장에서는 여전히 다른 학생들과 상대평가 경쟁을 해야 하고,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그만큼 학업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지게 된다. 이는 결국 사교육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개정 2안인 전 과목 절대평가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능 변별력이 낮아지면 그만큼 학생부와 내신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그러다보면 결국 전형방법을 겨냥한 맞춤형 사교육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 과목 절대평가가 시행될 경우 수능등급만으로 어떻게 수많은 학생들을 변별해 낼 것인가 하는 기준이 모호해진다. 풍선효과처럼 학생들이 대거 수시로 몰리는 반면 정시는 유명무실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당연히 대학들도 수시 비중을 늘릴 테고, 상대적으로 도전기회가 줄어들면서 학생들은 수시에서 단판 승부를 봐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당초 단일안을 내놓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1안과 2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딜레마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여론이 어떨지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식인데, 사실 ‘교육백년대계’ 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정책을 입안해 추진하는 주체로서 상당히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취임사 내용이다. 기회의 평등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이번 수능 개편안이 과연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에 대한 진정한 고민을 거친 것인지, 2015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시간에 쫓겨 서둘러 내놓은 것인지 먼저 되돌아봐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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